일제시대 가장 탄압받은 개신교, 현행 국사교과서에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고교 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서술의 문제점(8)

Ⅰ. 문제제기
Ⅱ.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의 구조와 개신교
Ⅲ. 한국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이해의 변화
Ⅳ. 근대문명의 유입과 개신교
Ⅴ. 일제시대와 개신교(2)

국사교과서가 종교와 관련해 다루고 있는 부분이 일제의 종교탄압이다. 국사교과서는 일본의 민족말살 정책 항목에서 일제와 종교의 관계를 설명한다. 제3차 교과서는 일본이 궁성요배, 신사참배 등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는 종교 학교를 폐쇄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매우 부적절하다. 왜냐하면 일제에 의해 이런 문제로 폐쇄당한 종교는 개신교밖에 없기 때문이다(216).

4차 교과서에서는 이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일제의 크리스트교 분쇄 음모에 의해 소위 안악사건, 105인 사건이 날조되었고, 3·1운동 이후에는 많은 교회지도자들이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체포 투옥되었다. 불교에서도 사찰령, 승려법등이 제정되어 많은 탄압을 받았다. 천도교와 대종교등의 민족종교는 일제의 간섭이 특히 심하여 활동의 자유가 크게 제약되었다(163).” 그러나 5차 교과서는 개신교 신자들 가운데 신사참배 반대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만 기록하고 있다. 6차 교과서는 4·5차 내용을 종합해 4차 내용에 개신교 학교가 신사 참배에 반대해 폐쇄됐고, 그 지도자가 투옥됐다고 설명한다(173).

비교적 공정하게 묘사하다 현행 교과서에서 포괄적으로 뭉뚱그려

하지만 7차 교과서는 특정한 종교를 언급하지 않고 단지 일제가 종교 활동을 철저하게 탄압했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종교활동 역시 총독부의 철저한 탄압을 받았다. 독립운동가들이 민족정신을 강조하는 종교단체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제는 1930년대 후반에 대륙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신사참배를 강요하였으며, 이에 저항하는 종교교단과 지도자들을 박해하였다.(323)” 우리는 여기에서 현행 국사교과서가 일제의 종교탄압을 설명하면서 일관된 원칙 없이 포괄적으로 종교를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역사서술은 구체성이 결여돼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

국사교과서는 일제 시대 종교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3차 국사교과서에는 일제 시대의 종교를 설명하는 항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4차 국사교과서서는 민족 실력 양성이라는 항목에서 “3·1운동에 크게 기여한 천도교에서는 제2의 3·1운동을 계획하였고, 신문, 잡지, 단행본 등으로 신문화운동을 일으켰다. 대종교도 이시기에 정신문화운동을 일으켰으며, 크리스트교나 불교도 근대의식고취에 앞장섰다. 주체적으로 혁신된 원불교가 개간사업과 저축운동을 전개한 것도 민족 역량을 배양하기 위한 방법이었다.(141)”고 기술한다.

그러나 5차 국사교과서에서부터 종교 활동이라는 항목아래 일제 시대 종교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166-167).

일찍부터 애국 계몽운동에 공헌했던 개신교는 국권 피탈 이후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 걸쳐 민족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함으로서 일제로부터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일제 말기에는 신사참배 운동을 거부함으로서 그 지도자들의 일부가 체포, 투옥당하기도 하였다. 한편 천주교는 개화기 이래 전개해 온 고아원·양로원등 사회사업을 계속 확대시켜 나가면서 경향 등의 잡지를 통해 민중계몽에 이바지하였다. 그리고 일부 천주교도들은 만주에서 항일운동 단체인 의민단을 조직, 무력투쟁에 나서기도 하였다.

또 동학의 후신인 천도교의 지도자들은 제2의 3·1운동을 계획하기도 하였다. 그 후 천도교는 언론, 출판, 계몽 등 사회운동을 전개하여 민족문화발달과 수호에 크게 이바지 하였다. 천도교와 더불어 민족 종교의 양대세력을 이룬 대종교는 일찍부터 본부를 만주로 이동하여 민족 교육과 함께 무장 항일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호국 불교의 전통을 이은 불교계도 3·1운동에 참여하였으며, 한용운 등은 한국 불교를 일본 불교에 통합하려는 총독부의 정책에 과감히 맞서서 민족종교의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였다. 한편 박중빈은 원불교를 창시하고, 개간사업과 저축운동을 전개하여 민족의 자립정신을 키워갔으며, 남녀 평등, 허례허식의 폐지 등 새 생활운동을 전개하였다.

여기서 개신교는 국권 피탈이후 각종 민족운동에 힘썼고, 일제에 대항해 민족의 주체성을 지킨 종교로 묘사되고 있다. 6차 교과서는 5차 교과서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179-180).

순서마저 민족종교에 밀려버린 개신교 민족운동

그러나 현행 국사교과서는 다시금 5차 교과서의 내용을 약간 수정하여 설명하고 있다(326).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3·1운동을 전개하였던 종교단체들은 다양한 민족운동과 사회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다. 3·1운동을 주도하였던 천도교는 잡지를 발간하는 등, 문화운동을 표방한 민족운동을 꾸준히 전개하였다. 민족주의 성격이 강한 대종교는 일제의 심한 탄압을 피해 근거지를 만주로 이동하여 민족교육운동을 전개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중광단과 북로군정서군을 조직하여 항일무장투쟁운동을 벌였다.

기독교는 1930년대에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여 많은 신자가 투옥되거나 학교가 폐쇄되기도 하였다. 천주교는 민중계몽운동에 주력하였으며, 일부 신자는 만주에서 무장 항일 운동단체인 의민단을 조직하여 활동하였다. 불교는 총독부의 간섭에 맞서 조선불교유신회를 중심으로 불교계의 정화운동과 항일운동을 전개하였다. 한편 원불교는 불교의 생활화와 현대화를 주장하면서 민족의 자립정신의 고취와 새생활운동을 전개하였다.

6차 교과서와 현행 7차 교과서를 비교하면 우선 6차 교과서는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대종교, 불교, 원불교 순으로, 7차 교과서는 천도교, 대종교, 개신교, 천주교, 불교 순으로 정리됐다. 아울러 개신교가 애국 계몽운동을 한 것과 민족운동을 한 것은 삭제됐다. 다른 종교에 관한 내용도 약간 축소됐으나, 강도에 있어 개신교에 관한 것이 가장 많이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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