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대형교회가 가능해진 7가지 사회적인 요소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대형교회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형교회가 된 것이 마치 큰 죄라도 지은 것인 양 공격하면서 공격의 화살을 거칠게 날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200-300명 정도의 교인들이 모여야 제대로 목회가 가능하다고 하면서 대형교회는 200-300명 정도로 쪼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목회자들 중에도 대형교회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기도 하는데 어떤 목회자는 대형교회 교인들을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대형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형교회 중에 복음을 바로 전하고, 교인들을 말씀으로 양육하며, 소그룹을 통해 교인들 간의 교제를 깊게 만들고, 세상 속에서 귀한 역할들을 감당하는 대형교회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작은 교회라 해도 교인들 간의 교제가 원활하지 않고, 복음이 제대로 선포되지 않으면, 말씀으로 양육 받을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작다는 것이 아무런 장점이 될 수도 없는 것이고요.

특별히 대형교회를 그 사이즈가 크다는 이유로 비판의 날을 세우는 사람들은 오늘날 나타나는 대형교회 현상이 사회적인 특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전의 교회구조와는 또 다른 의미의 구조가 가능해지게 된 사회적인 배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현대 사회의 어떤 특징들이 대형교회를 가능하게 하였는지에 대한 이유들을 정리해본 것입니다.

대형교회 현상의 사회적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첫번째 요소는 도시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전처럼 한 지역에 머물러 살면서 생활하던 삶의 패턴이 이제는 도시 중심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농촌이나 어촌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들면서 도시가 급속도로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도시에 존재하는 대형교회는 그처럼 유입되는 사람들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사람이 없는 시골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도시화로 인해 이룰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두번째 요소는 정보통신의 발달을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것이 다였습니다. 기껏해야 다른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는 기회는 이웃 교회를 방문한다든지 부흥회 때 오시는 강사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경우였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교인들이 다양한 목사님의 설교라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설교를 들으면서 보다 좋은 말씀을 듣기 위해 찾아나서는 현상이 대형교회를 가능하게 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세번째 요소는 교통의 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가 누구인지 안다 하더라도 찾아가기가 어렵고 교회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그것이 장애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버스나 전철이 잘 연계되어 있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 잘 뚫린 도로를 타고 달리면 얼마든지 원하는 교회를 찾아다닐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구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대형 교회는 교회가 속한 지역의 사람뿐만이 아니라 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교인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번째 요소는 대형교회가 갖추고 있는 내적 시스템의 탁월성입니다. 사람들이 구멍가게보다 대형 할인마트를 찾는 이유는 한번의 움직임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논리가 대형교회애도 적용됩니다. 작은 교회의 경우 다양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설치하기가 어렵고 혹 무리를 해서 마련한다 해도 운영을 해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교회의 경우 비용과 인력을 모두 충당할 수 있기에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어 운용할 수 있고 그런 준비는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다섯번째 요소는 잘 준비된 교육 체계를 들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교육입니다.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에 다양한 성경 공부 프로그램을 선호합니다. 그런 면에서 가정생활, 자녀교육, 직장 생활, 대인관계, 리더십 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대형교회는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요소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녀들에 대한 애착을 가진 부모들의 경우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을 위해 수준 있는 교육체계를 갖춘 대형교회에 자연스럽게 발을 디디게 됩니다.

여섯번째 요소는 자신을 다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익명성 충족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은 교회의 경우 원하던 원하지 않든 자신이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표시 나지 않게 살짝 왔다가 살짝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에 대형교회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살며시 왔다가 살며시 빠져나가도 티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전처럼 끈끈한 관계보다 깔끔한 관계를 원하는 성향이 많아진 현대인들에게 대형교회는 작은 교회보다 편안한 교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곱번째 요소는 헌신을 꺼려하는 현대인의 특징을 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엔 옛날처럼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안 어른들을 끝까지 봉양하는 풍조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부부와 자녀 간에도 이전처럼 상대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희생하려는 삶의 의지를 보이는 경향이 줄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교회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에 가면 봉사하거나 희생할 일이 많으며, 교회당 건축을 할 경우 큰 부담도 져야 하기에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큰 희생이나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대형교회를 선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의 현상들이 성경적으로 다 옳은 것은 아닙니다. 문제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성도들 개인의 영성 문제로 돌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의 구조와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교회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대형교회가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구체적인 제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형교회는 그만큼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할 때 그 만큼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형교회는 농어촌교회나 개척교회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교회들의 수고를 거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교회는 자신의 덩치 불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그렇게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높기에) 책임의식을 가지고 농어촌교회나 개척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교회들 전체에 큰 유익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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