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갔던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연재 안내] 프랑스 종교 개혁 발자취 - 서문

본지는 요한 칼빈 탄생 500주년을 맞아 칼빈이 태어난 프랑스에 있는 그의 발자취를 찾아갑니다. 프랑스 선교사이자 (www.in-news.co.kr) 기자인 권현익 목사님이 직접 현장을 누비며 담아낸 이 이야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방대하고 생생한 이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들께 요한 칼빈의 생애와 개혁신앙을 더 잘 이해하고, 그로 말미암아 신앙적 도전을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누가 먼저 가서 기록을 남겨 두었으면 좀더 쉬울 터인데……. 무엇보다 프랑스라는 나라가 너무 크다.

왜 이 일을 시작했고,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도 해 놓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돌을 주워 공기놀이를 하곤 한다. 놀이가 끝나면 돌들을 그냥 버린다. 왜냐면 그런 돌들은 주변에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버렸던 돌 가운데 그냥 돌이 아니라 보석이 있었음을 알고 후회를 한들 다시 가질 수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알아야 역사가 보인다. 가끔 무심코 지나갔던 곳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나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이미 그곳을 지나왔고 다시 가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후회하는 어리석은 일을 많이 하곤 한다.

본 기자도 프랑스에서 14년을 사역하면서 많이 지나다녔고 어렵게 방문했던 곳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나 소중한 역사 자료가 담긴 곳임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과거 프랑스 수도였던 뚜르에서 1년 반 동안 사역했고, 그후 한 시간 더 떨어진 쁘아띠에를 파리에서 매주마다 2년 반을 자동차로, 기차로 다녔지만 그저 칼빈과 관련된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저 몇 장의 사진을 찍어뒀는데 이젠 그 사진마저 분실하고 없다. 이젠 칼빈의 피신처인 동굴까지 가려면 파리에서 350Km 이상 떨어진 곳을 다시 가야 한다.

5백주년 특집을 위해 시간 나는대로 자료를 찾고 유적지를 방문하면서 왜 미리 몰랐을까 하는 후회도 갖는다. 어떤 이는 왜 쓸데 없는 과거 이야기를 찾아 다니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거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이 현주소가 바르게 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유럽에서 종교 개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현실에 만족하고 답습하지 않고 교부들의 글을 연구하고 고대 교회사를 연구하면서 자신들의 현 위치가 틀렸음을 깨닫고, 그 깨달음에서 개혁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자는 순교의 현장과 칼빈의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현재 나를 돌아볼 수 있고 한국교회를 생각할 수 있었다. 순교의 현장에 받은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때가 허다했고, 그들과 비교해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숨고 싶은 경우도 많았다. 와서 봐야 한다. 그래야 몸으로 느낀다. 머리로만의 이해는 이해가 아니다. 그래서 꼭 현장을 가봐야 한다.

미술관에서 원본 그림을 못 보고서야 어떻게 그림을 평하고 그 그림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프랑스에 1년에 수십만 명의 한국인들이 온다. 그리고 그저 유명한 곳을 찾아 다니며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자료를 찾아서 오지만, 연세 드신 분들은 그저 가이드가 데리고 다니는 곳만 보고 오기에도 피곤하다.

그 중에는 많은 크리스천들도 있을 것이다. 그곳은 눈물은 흘리지 않더라도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 순교지이지만, 어떤 곳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이곳에 살고 있기에 때론 새로운 정보를 알고 몇백 Km를 갔다 오면 되지만, 한국에 있는 독자들은 더 많은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리석어 보이는 이 일을 끝까지 마치고 싶다.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플란다스의 개’는 영국 작가가 벨기에의 도시 안트베르펜(Antwerpen)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다. 일본인들이 워낙 이 동화와 만화를 좋아해 그곳을 방문하다 보니 이젠 제법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뒤늦게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트베르펜 서남쪽 호보켄 마을에 넬로와 파트라슈 동상을 세웠지만 막상 그곳 사람들은 ‘플란다스의 개’ 동화 이야기를 모른다. 이젠 관광객 때문이라도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름은 안다고 한다.

프랑스에도 칼빈 박물관이 그러하다. 얼마 전까지 이곳은 알려지지 않은 곳이며, 한동안 독일 개신교회의 후원으로 관리되다가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유명한 곳이 되었고, 이제서야 느와용 시에서 보존 관리한다. 물론 이제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관람하기에 불편한 점은 있지만 보존될 수 있기에 기꺼이 환영한다.

루터의 유적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프랑스 개신교가 약한 탓인지 너무나 열악하다. 칼빈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7만 명 이상의 순교자가 나온 이곳 프랑스 땅, 칼빈의 가르침을 따랐던 위그노들의 흔적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더 이상 잊혀지지 않고 또 계속 발굴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랑스 개신교 역사는 피의 역사라고 한다. 이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날 개신교 신앙이 존재할 수 있었다. 많은 학자들이 책상에서 역사를 이해하고 쓰는 것이 역사책이라면, 기자는 역사도 잘 모르지만 발로 현장에 달려가서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발로 쓰는 역사’를 독자들에 알리고 싶다.

프랑스를 여행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손에 책을 들고 곳곳을 찾아 다니고 감상한다. 본인의 이 작은 수고가 훗날 또 다른 분의 수고와 합쳐져서 ‘프랑스 개신교 탐방’이라는 책이 나와 많은 이들이 손에 이 책을 들고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소원한다.

칼빈 탄생 5백주년이 되는 7월 10일 이전에 중요한 글들을 다 올리려고 하지만 너무 방대하고 현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조금씩 조금씩 시간을 내어 글들을 계속 기고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더 많은 관심과 기대와 격려가 필요하다. 끝까지 이 일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권현익 선교사는
총신대학교와 총신대학교 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
평택 한광여고에서 교사와 목사로서 4년간 재직
프랑스 선교사로서 파리 안디옥 교회와 쁘아띠에 한인교회에서 목회
G.M.S 소속 선교사[파송교회: 엘림교회(박종인 목사)]
현재는 프랑스 현지 교회와 공동 사역
기자
E-mail: pari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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