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대망과 기다림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최요한 목사(본지 이사장, 남서울비전교회 담임).

▲최요한 목사(본지 이사장, 남서울비전교회 담임).

70, 80년대 직장인들의 필독서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대하소설이 있었다. 대망이라는 일본 소설인데, 여기서 대망이라는 말은 일본 통일의 꿈을 말한다. 대망은 1950년부터 1967년까지 17년간 일본의 신문에 연재되었는데, 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15세기부터 16세기까지 100여 년 간 일본 전역에는 300명의 군웅들이 자웅을 겨루던 전국시대가 있었다. 그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들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인데, 대망에서의 주인공은 일본을 통일하고 15대, 260년에 걸친 에도 막부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도쿠가와는 1542년 지방 성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5살의 어린 나이에 인질로 잡혀 무려 14년 동안 2중, 3중의 속박을 당하며 인질생활을 했다. 갖은 수모와 생명의 위협 속에 그는 극한의 인내심을 배웠다. 그 후, 오다 노부나가를 주군으로 섬기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머리를 숙이지만 마음속에 품은 대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37살 때,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이한다. 당시, 일본의 대부분의 지역을 정복한 오다 노부나가는 도쿠가와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워 도쿠가와의 아내와 장남을 처단하라고 요구한다. 그는 자신의 힘이 아직 부족하고, 또 대망을 포기할 수 없어 전쟁 대신 노부나가의 요구에 따른다. 대망과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바꾸는 비정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대망에는 이렇게 그에 상응하는 희생이 요구된다. 그 사건이 있은지 3년 후, 1582년 신복에 의한 혼노사의 변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자결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는데, 도쿠가와는 히데요시에게 맞서지 않고 자신의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1598년 히데요시가 6살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기다림의 대가인 도쿠가와는 히데요시 가문을 그때 바로 무너뜨리지 않고 패망 공작을 벌이며 오랜 시간을 기다린다. 1615년 그의 나이 74세 때, 드디어 오사카 성을 공격해 히데요시 가문을 완전히 멸망시킨다. 사실 도쿠가와는 천재적인 자질을 갖춘 것도 아니고, 시대가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천하를 통일하고 에도 막부 시대를 열게 된 데는 남이 견디지 못할 일을 견디고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렸던 그의 기다림에 있다. 대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3인의 성격을 적절하게 묘사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새가 울지 않을 때 그들은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가’, 오다 노부나가는 다혈질에다 성미가 급하기 때문에 즉시 죽여 버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꾀가 많고 적극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새를 기어코 울게 만든다. 그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오다가 떡살을 찧고, 도요토미가 반죽하여 맛을 낸 천하라는 떡을 도쿠가와가 힘 안들이고 먹었다고 풍자한다.

대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님께서도 인류 구원이라는 대망을 이루시기 위해 아담의 범죄 후에 오랜 기간을 기다리셨다. 그 기다림 끝에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셔서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그 대망을 이루셨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냉혹한 결정이었지만 대망을 위해 아내와 아들을 희생시켰다. 우리는 과연 주님의 대망인 영혼구원을 위해 그런 희생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가. 또 복음의 열매를 위해 10년이고 20년이고 기다릴 수 있는가. 희생과 기다림 없이 대망은 결코 이루어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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