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온실 벗어나 사회문제에 부딪쳐야”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크리스천투데이 월간초대석] 신일교회 이광선 목사 편

크리스천투데이는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교계 저명인사들을 만나 [월간 초대석]을 진행한다. 본지는 이를 통해 한국 및 세계 기독교 각종 현안들을 진단하고, 이 시대 교회와 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번달 [월간 초대석]에는 예장 통합 교단의 증경총회장이자 사학법 폐지 및 진흥법 제정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광선 목사를 만나 ‘사회 혼란에 대한 한국교회의 자세’, ‘교계 연합사업’, ‘찬송가공회 논란’, ‘사학법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사학법 재개정운동, 찬송가공회 법인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등을 겪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광선 목사가 “많은 이야기를 해보자”며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 송경호 기자

▲사학법 재개정운동, 찬송가공회 법인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등을 겪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광선 목사가 “많은 이야기를 해보자”며 그간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꺼냈다. ⓒ 송경호 기자

이광선 목사(신일교회)는 지난 몇 년간 한국교회가 사회의 풍파와 혼란, 도전 속에 일어날 때 빠짐없이 앞장섰다.

2006년 말 예장 통합 총회장 재직 당시 사학법 논란이 일자 결연히 삭발을 하며 관심을 집중시켰고, 이후 2007년 여름 재개정이 이뤄지기까지 재개정운동을 진두지휘했다. 이를 발판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한기총 대표회장에 도전했고, 비록 낙선했으나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건전한 선거문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타격도 입었다. 찬송가공회 법인화 문제로 오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며,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는 난데없이 괴문서가 나돌아 명예에도 흠집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목사는 최근 사학법 폐지 및 진흥법 제정에 다시 한 번 앞장서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신일교회 당회장실에서 만난 이 목사는 단단히 채비를 한 느낌이었다. 평소 과묵하면서도 한번 말문을 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는 것으로 알려진 이 목사는 “여러 이야기를 하자”고 대화를 주도했다.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합사업에) 나와 보니 교회는 온실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사회적인 교회의 책임, 괴문서, 찬송가공회 등 민감한 이야기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연합사업, 지역주의·이권·교단 이기주의에 마비
괴문서, “하나님께 의뢰하고 금식하며 끝냈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를 보며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교계의 다양한 연합사업에 앞장서셨던 만큼 하실 말씀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근대사에서 한국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때 항상 민족의 혼란이 왔습니다. 오늘날이 6.25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봅니다. 내우외환이에요. 이 역시 신앙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오늘 한국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표기구인 한기총과 NCCK를 예로 들면 지난 10년 동안 서로의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기총은 ‘이전투구’의 모습입니다. 지난 선거를 전후로 네 차례나 나왔던 괴문서는 한국교회의 부패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기 이름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 행동은 한국교회 역사에 치욕적이었습니다. 경제가 흔들리고 대통령이 자살하는 것 모두 한국교회의 책임입니다. 안티세력에 위축될 것은 없지만 우리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한국교회 목회자들 대부분은 나라와 민족, 이웃을 위해 헌신하며 참 성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교단 지도자들, 연합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지도자라고 하는 이들이 겉으로는 회개하며 눈물 흘리지만 속으로는 악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역주의와 이권, 교단 이기주의에 마비되어 있어요. 큰 규모의 집회도 중요하지만 골방에 들어가 깊이 통찰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한기총 선거 전후 나온 괴문서에 대해 그는 “한국교회의 부패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송경호 기자

▲한기총 선거 전후 나온 괴문서에 대해 그는 “한국교회의 부패상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송경호 기자

-지도자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씀은 쉽고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모럴 맨 앤드 임모럴 소사이어티’(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라는 말처럼 한 사람이 모이면 거룩한 지체인데 두 사람이 모이면 비도덕적으로 변합니다. 그런 고민을 안고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를 징계하고자 역경과 고난을 주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교계 언론들도 정론직필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조금 배가 고프더라도, 외롭더라도 정론직필로 나가야 합니다. 그게 기독 언론의 사명이에요. 확인할 부분을 분명하게 확인하고 신문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지도자들을 빛과 소금의 역할로 인도해줄 수 있는 것이 교계 언론의 역할입니다.”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 괴문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그 일은 어떻게 마무리지으셨는지요.

“수사를 의뢰했었지만 다시 덮었습니다. 분한 마음에서 하려 했는데 우리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하나님께 수사를 의뢰하고 덮어버렸습니다. 하나님께 의뢰했으니 그저 금식기도 하며 끝냈습니다.”

찬송가공회 행정의 미숙함, 관행은 있어도 불법은 없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흙탕물 마시지 않았기 때문”

-한기총 외에도 여러 연합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기관들의 현황은 어떤가요.

“한국교회의 공기관으로 성서공회, 기독교서회, 찬송가공회, CBS, CTS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각 교단에서 이사들, 위원들을 파송하고 있습니다. 즉 교단에서 파송한 위원들은 교단을 대표한 인물입니다. 그들의 결정은 교단이 동의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정이 잘못됐으면 잘못한 위원들을 소환해 문책해야 하는데, 그러한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고 지극히 집단이기주의의 모습을 보입니다. 파송받은 위원들이 잘 감당하는지를 교단에서 살펴야 해요. 모든 공기관이 마찬가지입니다.”

-좀 민감한 이야기지만 찬송가공회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핫 이슈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서는 시어머니 말이 맞다고 합니다. 다 자기가 옳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합니다. 찬송가공회는 그동안 임의단체로 있었습니다. 일반 출판사들과의 비지니스의 과정에서 정실, 이권, 무리수, 이러한 것들로 얽혀 있었습니다. 공회를 변화시켜보겠다는 다짐이었는데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법인화를 추진했습니다. 재정을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였어요. 공회를 어느 한 교단의 독주에서 자유롭게 해서 한국교회의 것으로 만들자는 의미였습니다. 또한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책을 보급하자는 마음도 있었죠. 찬송가는 귀하지만 책은 상품입니다. 저가와 고품질이 시장원리이며 성도들을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였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고, 공회의 미숙한 행정과 관행을 빌미로 법인화를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수없이 하고 있습니다.”

▲찬송가공회 법인화 문제와 관련해 이 목사는 “미숙함이 있었을 뿐 부정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 송경호 기자

▲찬송가공회 법인화 문제와 관련해 이 목사는 “미숙함이 있었을 뿐 부정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 송경호 기자

-법인 등록 절차 과정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적법 절차에 따랐습니다. 증거도 있고 당시 동의했던 이들도 살아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옵니까. 허위사실 유포, 공문서 위조를 주장하는데 정 그렇다면 법의 판정을 받으면 되는 부분입니다. 서명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저도 서명이 두 개 있습니다. 이렇게 할 때도 있고 저렇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허위라고 주장합니다. 결국은 법인을 무산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지금까지의 독점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처분에서 진 것은 사실이에요. 공회가 판단을 잘못한 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판결 내용을 왜곡했습니다. 공회 실무진들도 행정의 미숙함이 있었습니다. 제가 공회에 오기 전이나 이후로도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아 실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법이라고 말해선 안됩니다.

찬송가공회정상화위원회 역시 불법입니다. 거기에 갔던 이들이 다시 공회 이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순이 어디 있습니까. 공회는 지금도 개혁되고 있습니다. 혁명과 개혁은 다릅니다. 혁명은 칼로 단시일에 이루지만 개혁은 피흘리지 않고 바로잡는 것이라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나하나 바꿔가려 합니다. 정상화되고 나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습니다. 교단 이기주의에 빠지면 안됩니다. 자평하는데 공회에 부정과 부패는 없습니다. 다만 행정의 미숙함과 관행이 있었을 뿐입니다. 잘못된 관행은 잡아나가면 됩니다. 법인화되면 철저하게 운영될 것입니다.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재정도 모두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가 흙탕물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종북주의, 스탈린주의자들이 진보를 가장
사학법 문제 피상적으로만 알아 안타까워

-사학법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근에 잠잠해진 느낌이었는데 다시금 전면적인 운동을 벌이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한국이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은 교육 덕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발전의 원인을 교육에서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초등교육을 뜻했지 창의력 있는 교육을 말한 건 아닙니다. 창의력 있고 진취력 있는 세계 글로벌 리더, 신앙이 리더를 세워야 해요. 그러한 면에서 사립학교를 규제일변도에서 지원육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학법이 재개정됨으로 위기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늘 우파와 좌파 두 축으로 진행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좌파는 유럽과는 다릅니다. 종북주의, 스탈린주의자들이 진보를 가장해왔습니다. 그렇기에 기독사학에서 성경으로 예배드리는 행위가 범죄처럼 매도당했습니다. 독재를 이야기했던 시절 사학법으로도 예배를 드리거나 성경을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학을 어떻게 변화시키자는 말씀이신지 듣고 싶습니다.

“(사학법을) 완전히 폐기하고 진흥법을 만들어 하버드와 같은 대학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사학들이 저를 이용한다, 교회를 이용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종교 사학이 얼마나 많습니까. 건학이념을 훼손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사학법에 문제가 무엇인지 피상적으로만 알지 이론적으로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교회법·사회법 둘 다 신뢰하기 어려운 점 괴로워
연합사업 보니 교회는 온실, 온몸으로 부딪쳐야


-교회 내 분쟁이 사회법으로까지 비화되는 현 상황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기총에 분쟁조정위원회도 있고 각 교단 안에도 있는 재판부와 법적 제도의 주체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에게 불신을 갖게 되니 사회법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교단의 재판부들이 불성실하고 정치 이권, 정실에 매이니 신뢰할 수 없고 순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괴로운 것은 사회법도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같은 논리가 있기 때문이죠.”

-말씀을 들어보면 교회 연합사업을 하시면서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신 것 같습니다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떠밀려 나가보니 교회 목회는 온실이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광야에요. 이렇게 심한 줄은 몰랐습니다. 은퇴할 때가 되니 알았습니다. 경험하고 나니 목자, 성직자가 온실에서만 있으면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한국교회 문제들과 온몸으로 부딪쳐 해결해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되새겨야 할 점을 덧붙이신다면.

“대사회적인 봉사와 섬김은 잘 하고 있다고 봅니다. 사도 바울이 ‘내가 사람을 대하여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쓰노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마음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 청소년들의 교회교육에 탈바꿈이 필요합니다. 아직 한국교회의 교육방법은 아날로그도 아닌 핸들로그에요. 대형교회가 프로그램을 개발해 영세한 교회들에게 보급도 하고 신학교들이 교회학교에 방향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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