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이 더 빛나는 건 ‘행동하는 신앙인들’ 있기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프랑스 종교 개혁 발자취 2]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주변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주변에 세워진 천재 도예가 빨리쉬의 동상.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주변에 세워진 천재 도예가 빨리쉬의 동상.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정면 우측 대로쪽 성당 작은 정원에 베흐나 빨리쉬(Bernard Palissy, 1510-1590)의 동상이 있다.

빨리쉬는 기와를 굽는 직공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수학·측량술·소묘·조각·스테인드글라스 제법 등을 습득하고, 20대에 수업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으며, 귀향 후에는 토지측량 등에 의해 생계를 꾸렸다.

1539 년경 친구가 보여 준 도자기에서 자극을 받아 도자기 제조에 열중하여 마침내 1555년경 ‘전원풍 도자기’를 완성하였다. 이것은 도자기 표면에 실물에서 모양을 본뜬 곤충·물고기·뱀 등을 넣거나, 작은 동물·인물상을 부조한 위에 유액을 바른 것으로서 대번에 명성이 높아졌다. 그 후 A. 몽모랑시와 카트린 드 메디시스 등 귀족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1567년 왕실 도공이 되어 튈르리 궁전 내에서 공방(工房)을 맡았다.

프랑스 도예가이자 자연 과학자였던 그는 꿈에서 영상을 보고 당대에 최고로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 도자기를 ‘빨리쉬 도자기’라고 불렀다.

학자적 재능을 겸비한 다재다능 화가 겸 도공으로 신실한 위그노(칼빈의 가르침을 따르는 신자)였던 그는, 1586년 구교로 개종하기를 거부하여 체포되었으나 일단 석방되었다. 그러나 1589년에 다시 투옥되어 바스티유에서 옥사하였다.

위그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학살하던 당시, 위그노로서 존경 받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 한 사람은 외과 치료를 처음으로 기술이 아닌 의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의사인 앙부아즈 빠레(Ambroise Pare)였고 또다른 한 사람은 도공 빨리쉬였다. 두 사람은 모두 80세가 넘고 있었지만, 구교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신학자들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삶으로 실천하는 믿음의 사람이 없다면 죽은 신학일 것이다. 칼빈의 신학은 비록 그의 조국 프랑스에서는 용납되지 않았지만, 칼빈 출생 500주년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의 신학을 전인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죽음조차 마다한 빨리쉬와 같은 행동하는 신앙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톨릭 세력에 의해 순교당한 그의 동상이, 잘 알려진 성당 한 곳에 서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가톨릭 세력은 비록 그의 신앙은 인정할 수 없어 그를 죽였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위그노들은 빨리쉬와 같은 최고의 실력과 아름다운 믿음을 순교로 지키던 사람들이었다. 오늘 우리 한국교회도 이런 위그노와 같은 영향력 있으며 존경받는 신자의 상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르페브르와 함께 빨리쉬의 신앙적 흔적을 이곳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당 가까운 곳에 그의 이름으로 된 작은 골목이 있고 그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이 있다. 

그의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과 라호쉘 기독교 박물관에서 몇 점 전시되어 있고, 위그노와 관련된 성으로 지금은 박물관이 된 프랑스 르네상스 박물관에 더 많은 그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팔리시 이름이 내걸린 거리 이름, 빨리쉬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 르네상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그의 작품들, 빨리쉬 作 ‘에스더 이야기’.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팔리시 이름이 내걸린 거리 이름, 빨리쉬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 르네상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그의 작품들, 빨리쉬 作 ‘에스더 이야기’.

▲르네상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 빨리쉬 作 「아브라함의 칼을 잡는 천사」.

▲르네상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 빨리쉬 作 「아브라함의 칼을 잡는 천사」.

▲르네상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 빨리쉬 作 「이브의 탄생」.

▲르네상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 빨리쉬 作 「이브의 탄생」.

프랑스 파리에서,
권현익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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