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행복을 찾은 전과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소인배는 한가하면 죄를 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간이 남아 돌 때 그 시간을 가지고 좋지 않은 일에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소인배란 말을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대인이라고 할 만큼 큰 사람이 많지 않은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이 위의 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죄 짓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엉뚱한 일 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는 말이 있듯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들 속에서 감정적으로 자기비하에 빠질 겨를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남아도는 시간 속에서 어려운 문제나 상황을 자꾸 되새김으로써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전혀 힘든 일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만 조금만 눈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보다 더 열악한 생활 속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일 속에 뛰어드는 것 이상으로 자신을 지키고 행복을 누리게 하는 비결이 있다면 그처럼 고난 당하는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손을 내밀어 쓰러진 사람을 일으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늪에서 건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빈민촌 같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은 돕는데 자신의 시간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사람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지만 정말 도움을 받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고,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며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타인을 구하러 갔다가 자신을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빌 윌리스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도둑질을 했다가 감옥을 다녀왔습니다. 그 후로 빌 월리스는 계속적으로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해야 했는데 석방이 되어도 전과가 있는 그에게 아무도 일자리를 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또 다시 죄를 짓게 된 그는 소망도 꿈도 없이 감옥을 오갔습니다. 이젠 어느 누구도 그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977년의 일입니다. 빌 윌리스는 감옥에서 석방되었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복역 중 감옥에서 있었던 연극공연을 계기로 알게 되었던 탐 맥칸을 찾아갔습니다. 탐은 자신의 친구인 잭에게 도움을 청했고 후드유업을 경영하고 있던 잭은 빌 윌리스에게 일자리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일이라고 하는 것이 묘했습니다. 보스턴 근교에서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아서 쩔쩔매는 사람들을 무료로 도와주고 그 사람들의 차에 “후드유업 친절 봉사”라는 카드를 붙이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빌 윌리스는 감옥에 다시 가지 않고 먹고 살 길이 열렸기에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고장이 나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하였습니다. 빌은 그런 일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는데 꽁꽁 얼어붙은 순찰차의 유리창 닦개를 떼어 주기도 하고, 은퇴한 노부부의 차를 주유소까지 밀어 주기도 했으며,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을 소생시키려고 애쓰기도 하였습니다. 노인들에게 먹을 것을 배달하기도 하고, 나무에 걸린 연을 내려주는가 하면, 유모차도 수리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남을 돕는 일을 계속하는 동안 빌 윌리스의 내면에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절망이 가득했던 그의 마음속에 소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수고로 얼굴이 밝아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빌의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모멸감과 열등감에 몸부림치던 빌 윌리스는 자존감을 회복하였고 원한과 증오로 차갑게 바라보던 세상을 따듯한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누군가 응어리진 마음을 가지고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면서 분노를 곱씹고 있다면 사람들을 돕고 세우는 일에 뛰어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런 삶은 다른 사람을 건짐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건지는 기회를 얻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갈 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빛이 될 것이며 그런 빛들이 모일 때 이 세상을 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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