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가미가제의 교훈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13세기 몽고제국은 그 위세가 하늘을 찔렀다. 동쪽으로는 중국의 화북 지방에서부터 남쪽으로는 페르시아와 인도, 서쪽으로는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몽고 제국은 아시아·중동의 거의 모든 지역을 정복했다. 천하무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강대한 몽고 군대가 정복하지 못한 나라가 있었다. 바로 섬나라 일본이다. 몽고 군대는 1274년, 1281년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는데 그 때마다 실패하였다. 1274년 11월, 고려 군사들을 포함해 4만 명의 병사들을 동원한 1차 원정에서 태풍으로 인해 실패했다. 그러자 몽고는 3500척의 함선과 수십만의 군사들을 동원해 1281년 6월, 2차 원정을 감행했다. 운명의 날인 8월 15일, 거세게 불어 닥친 엄청난 태풍으로 대부분의 배와 군사들을 잃고 만다. 천하무적의 몽고 군대라 하더라도 태풍 앞에서는 추풍낙엽일 뿐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을 구원해 준 그 태풍을 가리켜 가미가제 즉, 신의 바람이라고 했다. 몽고 제국에 의한 1차, 2차 원정의 실패로 ‘가미가제’(神風)라는 신조어를 낳게 되었는데, 그것은 인간의 연약함,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당시 몽고를 다스리던 원나라의 세조 쿠빌라이는 일본쯤은 간단히 정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도 있음을 깨닫고 2차 원정 후 일본 정복을 포기하였다. 가미가제는 인간의 한계와 유한함을 분명하게 일깨워준다. 겸손함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일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태평양전쟁 시 가미가제를 악용하여 비인간적이고도 끔찍한 자살특공대로 활용하였다. 평균 20세의 순진한 청년들에게 일본 제국을 위한 신의 아들들이 되라고 선동하면서 전투기 1대에 미군함 1대를 폭격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젊은이들은 500kg 정도의 폭약이 실린 전투기에 몸을 실었는데, 그 전투기에는 돌아오는 연료가 없었다. 태풍의 도움으로 극적인 구원을 받은 일본은 ‘신의 바람’을 자기들의 바람에 이용하였다. 몽고 군대를 물리친 신의 바람처럼 가미가제 특공대가 그러한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희망사항이었을 뿐 결코 신의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다. 

우리 인간이란 가미가제에서 보듯이 태풍 하나에도 속수무책인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만능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인간의 힘이 인간이 보기에는 대단한 것 같지만 하나님이 보실 때는 정말로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를 보라. 그는 유방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했지만 마지막 해하의 전투에서 대패를 하고 그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우미인과 함께 자결을 했다. 죽기 전에 항우가 한 말이 있다. “하늘이 나를 멸망시키려는 것이지 내가 결코 싸움에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교만한 말인 것 같지만, 섭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항우 같이 태산을 뽑을 정도로 엄청난 힘과 뛰어난 무예를 갖춰도 천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다. 일본은 가미가제식 공격을 퍼부으면 불리한 전세가 역전될 줄 알았다. 자기들의 바람대로 신의 바람이 불 줄 알았다. 그러나 신의 바람은 인간이 바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천지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달려있다. 그것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또 그 바람을 움직이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 가미가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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