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기록보다 중요한 것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지난 7월 11일, 해발 8126m의 낭가파르트를 등정하고 하산하던 중에 고미영 여성 산악인이 안타깝게도 실족사했다. 여성 14좌 완등 대기록을 놓고 우리나라의 오은선과 오스트리아의 칼텐부루너와 치열한 막판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고미영은 중간 중간 헬기로 이동하여 5월1일 히말라야의 마칼루, 5월18일 칸첸중가, 6월8일 다울라기리를 등정한 후, 7월10일 낭가파르트를 정복했다. 3개월도 안 되서 4개봉을 등정한 것은 세계 등정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2006년 히말라야 14좌 고봉 등정에 나선지 2년 9개월 만에 11번째 등정하는 최단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죽음으로 인해 금년 안에 8000m 거봉을 7개 올라 여성 최초로 14좌 등정 기록을 세우고, 거기다 남녀 통틀어 세계 최단기간 14좌 등정기록을 세우겠다는 그녀의 야심찬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실 1년에 7개의 고봉을 등정한다는 것은, 6개의 거봉 등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박영석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여성 최초라는 기록에 대한 욕심이 무리한 등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산악강국이다. 전 세계에서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은 14명뿐인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가 3명을 보유하고 있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이다. 엄홍길은 탱크라는 별명처럼 과감히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1986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 15년에 걸쳐 14좌를 완등했다. 그 과정에서 10명의 동지들을 잃었다. 박영석은 설득형 리더 스타일로 1991년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해 11년 만에 14좌를 완등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7명의 동료를 잃었다. 한왕용은 차분하고 여유 있는 스타일로 1993년 에베레스트 정복에 나선 후 11년 만에 완등 하였는데 다른 완등자와는 달리 1사람의 동료도 잃지 않았다. 기록보다 생명 우선에 철저했던 그의 스타일 때문이었다. 한왕용은 말한다. “삶에서는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14좌 완등은 내가 좋아서 했으므로 몇 번째 등정이든 상관없다.” 그는 정상을 코앞에 두었더라도 날씨가 나빠지면 단호히 되돌아서곤 했다. 세계 최초로 14좌를 등정한 라인홀드 메스너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14좌에 대한 목표는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에드먼드 힐러리 경도, 정말 중요한 것은 정복이 아니라 생명이라고 했다. 수많은 등반가들이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오르지만 기록 앞에서 그 말을 지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무리한 욕심과 지나친 경쟁으로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나 최고, 1등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렇다보니 1등지상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기록에 대한 집착 역시 1등지상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기록이 중요해도, 기록 자체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기록 달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누가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1등을 했는가에 관심이 없으시다. 2달란트, 5달란트를 맡은 종들처럼 최고는 아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잘 활용해 최선을 다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으시다. 교회 안에도 기록이 우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교회, 한국에서 십일조 1위, 40일 금식, 100일 철야, 수석 합격, 1등 졸업, 이런 숫자 자체가 목표가 돼서, 그 숫자에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된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고, 내가 하는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얼마나 확장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록의 욕심을 버리고 신앙적 순수함으로 모든 일을 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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