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리더십 50인]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편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정체 혹은 후퇴하고 있는 성장세, 자꾸만 들려오는 부정적 소식들,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불신 팽배 등 총체적 난국은 미래 한국교회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저마다의 영성과 철학으로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지는 특별히 목회 현장 가운데에서 한국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리더십 50인을 만나 그들의 사역을 소개함으로써 한국교회에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불과 멀지 않은 과거만 하더라도, 기독교 문화는 세상 문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중세 유럽이나 최근까지의 미국, 그리고 초대 한국교회가 그러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는 그 전세가 급격히 역전됐다. 이제 기독교 문화는 하루가 멀다하고 거대해지고 다양화되는 세상 문화 앞에 왜소하기 그지 없다. 한국교회가 많은 성도수와 저력을 자랑하고 있다고는 하나, 문화적 영역에서는 아직 세상 앞에 명함을 내밀기에 부족한 모습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최근 문화로써 세상과 당당히 승부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주도하는 교회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1981년 천막건물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 중 하나로 성장한 분당 만나교회(담임 김병삼 목사)가 그 대표주자다. 만나교회는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하고 MBC가 주최한 “에너지 절약 UCC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나눔재단을 설립하고 시에 ‘사랑방’을 제공하고 있으며, 교회 내 교육 교재와 컨텐츠 등도 최신 트렌드에 맞게 자체 개발하는 등 문화로 세상을 섬기고 또 선도하고 있다.
교회 홍보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홍보를 위해서
만나교회의 이러한 저력 이면에는 올해로 취임 5년째를 맞은 담임 김병삼 목사의 확고한 목회철학이 있다. 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하던 시절 문화를 통한 목회에 대한 강력한 도전을 받았다는 김 목사는, 부임 후 문화사역을 담당하는 평신도 두 명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 문화 목회를 교육시킨다. 그들이 지금 돌아와 교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인기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수백만, 혹은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것을 봅니다. 그렇다면 만약 바울이 오늘날 이 시대에서 전도를 한다면 무엇을 이용할까요? 저는 시대의 문화를 추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데에 더 큰 효과를 얻기 위해 문화를 접목하고자 했습니다. 시청률 30%가 넘는 드라마가 있으면 저는 바쁘더라도 되도록 시간을 내서 보려 하고, 설교 때 인용합니다. 세상과 단절되어서는 안됩니다. 다만 구별되어야지요.”
김병삼 목사는 또 만나교회를 ‘전도 프로그램 없이 전도하는 교회’로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알리는 전도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는, 조금 성장이 더뎌지더라도 특별한 이벤트를 하기보다 비신자들이 “스스로 좋아서 찾아오도록” 교회를 가꾸는 데에 주력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지금 만나교회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만나교회는 올해 상반기에만 1,100여명 상당이 새롭게 등록했고, 그 중 초신자를 포함한 비신자의 비율이 75%에 달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교회를 떠나는 이들에게 특별히 부담을 주지 않는데도 새신자 정착률은 무려 93%에 달한다.
“저는 포스트 모더니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는 권위주의적이고 획일화된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간 한국교회의 주류였던 ‘관리목회’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제 설교나 프로그램만으로 성도들이 모여들지 않아요. 각 교회만의 독특함을 잘 살려야 합니다.”
아이들과 지역주민들을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만나교회의 어떤 면이 지역주민들에게 그토록 큰 매력으로 다가왔길래 특별한 전도 프로그램 없이도 이처럼 놀라운 성장을 일굴 수 있었을까. 김병삼 목사는 교회중심적 시각에서 탈피해,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목회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이 역시 그가 미국서 공부하던 당시 다양한 교회들을 접하며 얻은 교훈이다.
김 목사가 부임 이후 첫 사업으로 한 것은 교회 건물을 ‘아이들’과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리모델링한 것. 한국의 교회들 대부분이 건물을 지을 때 어른들이 사용할 공간을 먼저 만든 뒤 남은 공간을 아이들 위해 조성하는 것과 반대로, 만나교회는 아이들의 편의를 먼저 고려했다. 때문에 만나교회에 들어서면 1층에 가장 먼저 놀이시설을 볼 수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도 교회 주차장을 비롯해 체육관, 공연장 등을 항시 무료 개방하고 있다. 청소와 기자재 수리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김병삼 목사와 만나교회 성도들은 그저 “더러우면 치우고, 망가지면 고치고”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다 보니 만나교회의 ‘사랑방’은 성남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 공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만나교회를 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우리 교회”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딜레마: ‘교회중심적 교회’와 ‘선교중심적 교회’
이렇게 지역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만나교회는 한 가지 딜레마를 극복해야 했다. 교회중심적 교회가 되느냐, 선교중심적 교회가 되느냐라는 두 가지 선택 사이의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회 내에 흡연구역을 만들고, 비신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철저히 배제한 것. 특히 흡연구역의 경우 당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큰 논란이 되어온 일이지만 김병삼 목사는 선교를 위해 결단을 꺾지 않았다.
“우리 교회의 흡연구역은 ‘담배를 피우는 곳’이 아니라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말씀 듣는 곳’입니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한 가정에 심방을 갔다가 남편이 담배 때문에 교회를 못 간다는 여성도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 끝에 생각했습니다. 아직 담배를 끊을 정도의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죠. 요즘은 애견 때문에 예배 드리러 오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공간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웃음).”
만나교회는 지역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주 사역자들을 작은교회로 보내 예배와 전도를 돕는다. 또 ‘네트워크 교회’를 세워 인적 자원과 프로그램들을 모두 공유, 1~2년 내에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나교회가 자체 개발한 교육 컨텐츠들을 원하는 교회가 있을 경우 무상으로 전부 제공함은 물론이다.
작은교회들을 섬김으로써 지역주민들을 섬긴다
만나교회의 섬김 사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역주민을 섬기는 일과 한국교회를 섬기는 일을 분리하지 않고 일원화시켰다는 것이다. 만나교회가 지역의 작은교회들을 돕고, 그 교회들이 지역주민들을 돕는 식이다. 특히 시골지역 교회에 공부방을 세워주고 교육 인력을 제공하기도 하고, 전도용 반찬을 만들어 작은교회들에 지원하는 ‘사랑의 반찬나눔운동’도 적극 벌이고 있다. 만나교회의 지원을 받는 교회들도 자연히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교회가 되는 셈이다.
김병삼 목사에게 남은 꿈은 작은 수양관을 하나 건립해 위성예배를 드릴 수 있는 주말교회를 만드는 것, 그리고 실버타운을 조성하는 것, 이미 세워진 유치원을 포함해 대안초등학교, 국제학교를 건립하는 것, 그리고 그 일들을 다 이룬 뒤 갈등 없이 교회에서 은퇴하는 것이다. 김 목사는 아직 은퇴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젊으시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이 없어져 은퇴하는 것보다, 아직 힘이 있을 때 은퇴해 다른 일에 헌신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이것은 부임 당시부터 늘 생각해왔던 것이라고.
한국교회를 향한 소망을 묻자 김병삼 목사는 “한국교회가 교단·교리 중심을 넘어, ‘비전 중심’으로 재편됐으면 좋겠다”며 “교회가 비전으로 세상을 리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 목사는 이미 그것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노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김병삼 목사는
만나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겸임교수
(사)나눔과기쁨 상임대표
(사)나눔과기쁨세상 상임대표
SAM 의료복지재단 운영이사장
KOSTA 강사
KOMESA 강사
CTS기독교텔레비전 이사
감리교신학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GARRETT-EVANGELICAL THEOLOGICAL SEMINARY 졸업(M.DIV)
UNITED THEOLOGICAL SEMINAR 졸업(D.M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