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한동대 김미영 교수 사퇴와 관련하여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과 관련하여 나라 곳곳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뜨거운 추모의 열기가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추모의 열기가 더 뜨거웠고 그 와중에 간간히 비판의 시각이 있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을 스스로 끊었다는 것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는지 그 동안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상당수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동대학교 총학생회가 대학 내에 분향소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지만 죽은 이에게 분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 성명서는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한동대학교 전체를 비난했으며,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칭찬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후 한동대학교 총학생회의 성명서와 관련하여 배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배후로 지목된 이는 한동대학교의 교수인 김미영 교수님이었습니다. 김미영 교수님을 잘 알고 있는 사이인지라 깜짝 놀라기도 하였지만 용감한 행동을 취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워낙 민감한 사인이기 때문에 교수로서 불이익을 당할 염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시간이 조금 지난 후 김미영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표를 냈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착잡하였습니다. 여러 교수들이 시국 선언도 하는 마당에 총학생회 성명서 작성하는 것을 도왔다는 것으로 사표를 내야 한다는 것이 이해 되지 않았습니다. 김미영 교수님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은데 뭐라 위로할 말이 마땅치 않아서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습니다.

제가 부산에 가 있을 무렵입니다. 김미영 교수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사표 낸 이야기를 꺼냈는데 김 교수님 하는 말이 학교 측에서 사표가 반려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실력도 있고 열정도 있는 교수가 그렇게 쉽게 학교를 그만두게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음 편히 있어도 되겠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7월 초가 되어 컨퍼런스에 강사로 참여하였다가 역시 강사로 참여한 김미영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앉아 있던 강사 쪽 자리에 김교수님이 찾아오신 것입니다. 사표가 반려되어 잘 되었다고 인사하는 저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사표가 수리되었다는 것입니다. 순간 저는 할 말을 잊었습니다. 실망감이 너무 커서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았습니다.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김 교수님은 괜찮다고 합니다.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느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실망한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밝게 웃으며 말하는 김 교수님을 보면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말을 하고 헤어졌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나라가 표현의 자유가 있는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는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리면 또 다른 차원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포용성을 이야기하는 시대이지만 이전 시대보다 오히려 더 속좁아진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같은 학교의 동료 교수로 있었던 이들이 보호해주기는커녕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풍조는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되 신앙인으로서 죽은 이에게 분향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힌 것을 가지고 교수직 사퇴까지 연결시키는 세대가 마음을 갑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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