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10억 떠안은 분립 교회, 담임목사가 직접 개척
동안교회 재직 도중 돌연 담임직을 사임한 뒤 높은뜻숭의교회를 개척한 데 이어, 올해는 네 개 교회로의 분립까지 기존 교계에 도전적인 사역의 행보를 보여왔던 김동호 목사는 그 배경에 ‘향상교회의 충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향상교회(정주채 목사)는 잠실중앙교회로부터 분립 개척한 교회다. 잠실중앙교회는 개척 당시 출석교인이 1,500명을 넘으면 분립 개척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었는데, 2000년 당시 출석교인이 2,000명을 넘게 되자 그 약속을 이행했다.
잠실중앙교회는 분립 개척해 나가기로 한 교회를 향상교회라고 이름 지었다. 향상교회는 볼링장을 하다가 폐업을 한 건물을 매입한 후 이를 리모델링해 교회로 사용하기로 했으며, 이로 인해 은행에 빚을 약 10억원 넘게 지게 되었다.
본래 잠실중앙교회의 부목사 중 한 사람을 내보내어 분립하려고 했으나, 빚이 10억이나 있는 상황에서 젊은 부목사가 가면 힘들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담임목사는 본교회를 부목사에게 맡기고 2000년 10월 자신이 직접 향상교회를 개척했다.
김동호 목사는 “개척된 지 몇 달이 안 된 2001년 1월, 향상교회의 첫 부흥회에서 강사로 섬기게 되었는데 그 때 이미 약 400여 명의 성도들이 모여 교회를 섬기고 있었다”며 “참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목사에게 교회를 떼어 분립시키는 것은 보았으나, 담임목사가 본교회를 떠나 분립 개척하는 경우는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한 저는 동안교회에서 설교하면서 동안교회도 출석교인이 5천명을 넘으면 그렇게 분립 개척을 하면 좋겠다고 설교했다. 분립 개척을 하면 나도 향상교회를 본받아서 동안교회에 남아있지 않고 분립 개척하는 교회로 나가고 싶다고 설교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설교를 할 때까지 저는 한 번도 교회개척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때가 제가 생각으로나마 처음으로 교회 개척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목사는 2001년 3월 숭의여자대학 이사장 이취임식에서 설교를 하게 됐고, 예배를 마친 그는 이사장 부부에게 “이렇게 좋은 강당을 왜 주일날 텅텅 비워 두느냐, 주일날 좋은 교회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분들이 농담처럼 ‘목사님이 와서 하시지요’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는 “무슨 구체적인 개척의 뜻을 갖고 말씀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한 이야기였다”고 했다.
이후 경희대에서 열린 청년 집회에서 교회를 새로 개척해 청년 전도집회하는 일을 전적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김 목사는 “당시 동안교회는 예배당도 3,400평 정도 짓고 교회도 급성장을 하고 있는 때였다. 자리가 잘 잡힌 교회이기 때문에 누가 와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이 50에 안정된 자리에 안주하여 늙어가는 것보다 새로운 일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일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높은뜻숭의교회를 개척해 7년 만에 네 개의 교회로 분립하기까지 이른 김 목사는 “성장 속에 패망의 인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며 “성장에 도취되면 성장이 목적이 되어 교회나 조직의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성장은 대개가 소명이 아니라 야망이고 욕심”이라며 “인간적인 야망과 욕심을 가지고 교회를 키우다 보면 그 욕심에 눈이 멀게 되어 교회가 해야 할 일과 나아갈 길을 잊어버리게 되고 오만하고 교만한 교회가 되어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