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상처 씻고 日 선교 동역자로 나아갑시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기고] 재일한국기독교총협의회 서일본지방 회장 김재일 목사

오사카를 중심으로 일본 관서선교사들(재일한국기독교선교사연합회 관서지방회, 재일한국기독교총협의회 서일본지방회)이 하나되기 위한 움직임이 지난해 12월 19일(금) 공식적인 1차 만남 이후 현재 7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비록 관서와 관동지역의 하나됨은 아직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관서선교사들의 하나됨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재일한국기독교선교사연합회 관서지방회 회장 권오석 목사(오사카희망교회)의 통합을 위한 제언에 이어, 재일한국기독교총협의회 서일본지방회 회장 김재일 목사(일본사랑교회)가 선교사들의 하나됨(통합)을 위한 기고문을 본지로 기고했다. 이에 본지는 김 목사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심으셨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의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 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고 하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후략)

이 시는 조선에 복음을 들고 들어 온 첫번째 선교사 언더우드 선교사님의 <보이지 않는 조선의 마음>이란 시입니다.

보이지 않는 조선의 마음. 아니 보이지 않는 일본인의 마음.

일본인의 마음이 보이지 않으니 일본인 선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지나가는 일본인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주님을 원망해보기도 합니다.

“일본의 1억3천만 영혼을 구원하라”

우리는 이 사명을 하나님께 받았고, 이는 우리가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계만방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 중에서도 특히 요나와 같은 아주 특별한 사명을 받았습니다. 바로 우리 민족을 무력으로 강점하여 수탈과 착취를 일삼고, 우리의 신앙을 총칼과 채찍으로 짓밟았던 원수의 나라 일본에 보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의 힘으로 복음화를 이룩하기에는 너무 척박한 사막이요, 선교의 무덤 같은 곳입니다. 150년 전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복음의 씨앗이 이 일본 땅 위에 뿌려졌고, 그동안 수많은 믿음의 선열들이 피와 눈물과 땀을 흘리며 이곳에 구원의 진리를 전하기 위해 몸부림쳤건만, 일본은 단 한 차례도 찬란한 복음의 꽃을 피워보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선진들이 박해를 받았고, 수많은 선배들이 순교의 길을 갔건만, 왜 일본인들은 이다지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고 조금도 전도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단 말인가?” 때로는 너무 힘들고, 때로는 너무 괴롭고 너무 억울해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원망하고 하소연하고 눈물 흘리며 안타까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은 우리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볼 수 없는 성령의 대폭발의 역사 속에 세계 제2의 선교강국이 되었고, 우리들은 이곳에 보냄을 받아 구원의 진리를 거부하고 죽음의 길로 향하는 저 불쌍한 일본인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피와 땀을 통해서 언젠가는 이 일본에 복음의 길이 열리고,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며, 교회들이 세워져 하나님을 찬양하는 영혼들이 날마다 늘어날 것을 믿습니다.

그런데 이런 커다란 사명을 받고 주님의 일을 하는 우리 재일 한국인선교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우리들 스스로가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되어, 면류관을 차지하겠다고 서로 다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요한은 주님의 우편에, 야고보는 좌편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한, 어리석은 야고보 형제의 어머니처럼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은 내팽개치고 자리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보면서 하나님 앞에 속죄의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본인이 던지는 돌팔매질보다 동역자들끼리 무심히 내뱉는 가시돋친 한 마디가 우리 서로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고, 그렇게 쌓인 아픔이 함께 손잡지 못하게 하는 영원한 앙금이 되어서 우리의 사역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에 우리 스스로 절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관서지역의 선교사들은 지금까지 속해 있던 두 단체를 하나가 되게 함으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잘못했던 모든 것들을 회개하고 우리 스스로가 서로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씻어버리고 일본선교의 동역자가 되어 서로 손을 맞잡고 전진해 나가길 원합니다.

재일 한국인 선교사들이 하나되는 이 일에 반대하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일에 박수쳐 주지 않을 분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일을 축복해주지 않을 분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일이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부끄럽게도 우리의 동역자들이라고 믿었던 분들 중에 차마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죄악을 저지름으로 인해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그나마도 어려운 일본선교에 걸림돌이 되고 구원의 길로 걸어가던 영혼들을 지옥의 길로 밀어 넣어버린 몇몇의 삯꾼목자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몇몇의 삯꾼목자들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일본교계와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함과 동시에, 그들이 버리고 간 십자가를 우리가 대신 짊어지고 그들이 하지 못했던 일마저도 우리가 다 담당해서 이루어나가야 할 것을 각오합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이 땅에 주님의 이름으로 보냄받은 우리 재일 한국인선교사 모두의 아픔이요 책임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하나가 됨으로써, 기쁨으로 신앙의 선열들이 보여 준 순교자의 신앙 따라 힘차게 나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아팠던 것은 믿지 않는 일본인들의 냉소와 박해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치고받고 싸우면서 얻어맞아 생긴 상처들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다 채울 때까지 일본 영혼을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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