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크리스천과 우울증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최요한 목사(본지 이사장, 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본지 이사장, 남서울비전교회).

최근 몇 년 사이 우울증으로 인해 여러 명의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상당수가 크리스천이었다.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들이라고 우울증에서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울증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울한 기분은 흔히 겪게 되는 감정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비난을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계절이 바뀌는 것 같은 외부자극이나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을 흔히 우울하게 만들고 울적한 기분을 자아내게 한다. 또 많은 여성들은 월경, 임신, 출산 등과 같은 생리적 변화를 겪을 때 우울증을 겪는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잠시 있다가 지나가는 유행병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통계학적으로 우울증은 인류 최악의 질병 가운데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하다. 우울증은 남성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 여성은 5명 가운데 1명이 걸릴 수 있는 보편화된 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IMF 당시, 인구의 25% 이상이 우울증을 겪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중증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우울증을 생각보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겪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죄책감까지 안게 되어 더욱 그 고통이 크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그것도 잘 믿는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우울증에 걸릴 수 있겠는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성경은 위대한 신앙의 인물들도 우울증에 걸려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윗은 시편에서 “내가 피곤하고 심히 상하여서 마음이 불안하고 신음하며 종일토록 슬픈 중에 다닌다”고 고백을 했다(시 38편).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서 죽기를 구할 정도로 우울증의 증세가 심했다(왕상 19장). 모세나 요나, 바울 등도 역시 우울증의 증세를 보였다. 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겉으로는 쾌활한 척하고, 기쁜 척 웃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마음의 고통으로 울고 있는 교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우울증이 아담의 타락의 결과로 생긴 부산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우울증이 사단의 역사요 개인적인 죄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크리스천의 우울증은 자신의 삶의 방식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신앙적으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마르틴 루터, 존 칼빈, 요한 웨슬레 같은 위대한 인물들도 우울증을 앓았으며, 유신론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는 상당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신앙의 정치인으로 성실한 삶을 산 아브라함 링컨이나 영국의 처칠 수상도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크리스천들에게 있어 우울증은 사단의 역사보다는 그 사람의 기질과 열정적인 삶의 방식과 더 관계가 깊다. 우울증을 경험했던 마르틴 루터는 우울증 극복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혼자 있지 말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라,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하라,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을 깊이 의지하라, 성령의 임재하심을 확신하고 휴식을 취하라.” 루터의 방법도 효과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는 것이다. 성령은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고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위로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상처나 고통을 이길 수 있게 해 주신다. 우리의 깊은 곳까지 통달하시고 치유해 주시는 보혜사 성령께서,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연약함을 돕기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고, 우리의 아픈 사연들을 낱낱이 아뢰자(롬 8:2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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