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깔뱅은 세르베투스 화형에 책임이 있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개혁 신학의 태두 장 깔뱅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장 꼬뱅(Jean Cauvin, 장 깔뱅의 본명)은 1509년 7월 10일 프랑스 북부 삐까르디(Picardie)의 누와용(Noyon) 마을에서 아버지 제라르 꼬뱅(Gérard Cauvin)과 어머니 쟌느 르프랑(Jeanne Lefranc)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다. 그는 1523년 8월 파리 마르슈 학교(Collège de la March)에 입학했는데, 그 때 자신의 이름을 라틴어 Ioanis Calvinus(요아니스 칼비누스)로 개명했고, 프랑스어로 Jean Calvin(장 깔뱅)이 된다.

1523년 말 몽떼귀(Montaigu) 학교에 입학해 꼽(Cop) 가문 사람들 및 사촌 삐에르 로베르 올리베땅(Pierre Olivetan)과 깊게 교제한다. 그들의 영향으로 깔뱅은 로마 카톨릭 신앙을 버리고 개신교도가 된다. 1527년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자 삐에르 드 레스뚜왈(Pierre de L'Estoile)이 교수로 있는 오를레앙대학 법학과에 들어간다. 당시 법학도가 되는 것은 출세와 성공을 보장받는 지름길이었다.

깔뱅은 오를레앙 대학에서 멜키오르 볼마르(Melchior Wolmar) 교수를 만나 헬라어를 접하고, 1529년 여름 부르쥬(Bourges) 대학으로 옮겨 역사학파의 설립자이며 법학자인 동시에 인문주의자인 이탈리아인 안드레아 알키아티(Andrea Alciati)를 만나 신학을 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역사학을 심도 있게 공부한다. 이후 왕립대학에 편입, 인문학과 신학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다. 이때 구약성경을 깊게 공부할 수 있는 히브리어도 함께 배운다.

그는 1536년 제네바 교회 목사 파렐의 간청으로 제네바의 쌩 삐에르 성당(St. Pierre Cathedral)에서 바울서신을 강해하는 성경 교사로 사역을 시작한다. 1537년 1월 16일에는 제네바 교회의 개혁을 위해 필요한 규정들을 시의회에 제출하여 통과되자, 시민들에게 교리 교육서 및 신앙고백서를 제시한다.

그러나 제네바 시민들이 그것에 동의하도록 하는 일은 순조롭지 못했다. 그래서 1538년 9월에 이르러 그는 마르틴 부써와 볼프강 카피토의 종용으로 슈트라스부르크로 건너가 4-5백명 정도의 프랑스 망명객 성도들과 함께 새로운 교회를 설립한다. 그때 재세례파로 알려진 쟝 스또르되르(Jean Stordeur) 부부와 두 아이(1남1녀)를 전도해 개신교회 회중에 합류시킨다. 1540년 봄 쟝 스또르되르(Jean Stordeur)가 페스트로 사망하자 1540년 8월 6일 그의 부인, 이델레뜨 드 뷔르(Idelette de Bure)와 칼뱅은 전격 결혼한다.

1541년 5월 1일 제네바 시의회는 칼뱅을 다시 제네바 교회의 목사로 초빙한다. 1541년 9월 제네바에 도착한 깔뱅은 4명의 제네바 목사들과 새로운 교회법을 제정, 같은 해 11월 20일 시의회로부터 승인을 받는다. 제네바 시의회는 칼뱅 포함 3명을 시민법 제정위원으로 위촉한다. 그러나 칼뱅과 위촉된 위원들이 제정한 엄격한 교회법과 시민법 때문에 제네바 시민들의 저항이 잇따르게 된다. 그래서 1549년 1월 18일 시의회는 포고문을 발표하여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종교법을 제네바 시민들이 모두 지키도록 요구한다. 모든 시민들이 기독교적인 엄격한 생활을 준수하며 교회 예배에 충실히 출석하라고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사회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법규 실천에 모범을 보일 것을 요청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깔뱅은 1564년 2월 2일 에스겔서를 인용하며 마지막 강의를 했고, 같은 해 2월 6일에는 마지막 설교를 했다. 4월 27일 그는 후계자로 베자를 추천했고 1564년 5월 27일 55세를 일기로 사망, 다음날 비밀리에 매장됐다. 깔뱅은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고 숭배되는 것을 두려워해 비밀리에 매장하도록 유언, 오늘날 우리들은 무덤의 위치조차 알지 못한다.

깔뱅의 생애에서 지금까지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세르베투스의 처형에 대한 그의 역할이다. 세르베투스는 1530년에 라는 책을 출판한다. 그는 책에 삼위일체의 존재 방식은 ‘머리 셋 달린 Cerberus(신화 속의 동물)이며, 어거스틴의 망상이고, 마귀의 착상이다’고 적었다. 이것 때문에 세르베투스는 1533년 스페인 종교재판소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제네바 시의회는 세르베투스에 대한 재판을 열었고, 깔뱅은 세르베투스의 이론을 철저히 논박하도록 시의회로부터 요청받았다.

깔뱅은 프랑스 국민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하는 외국인일 뿐이었기 때문에 세르베투스의 재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증인으로 재판에 참여한 깔뱅은 특유의 차분함으로 세르베투스의 잘못된 이설을 지적해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르베투스는 기독교 정통교리인 삼위일체를 계속 부정했다. 세르베투스에 대한 재판은 제네바와 자매 관계를 맺은 네 도시(취리히, 베른, 바젤, 샤프하우젠)에서 두 달 넘도록 동시에 진행됐다. 네 도시 모두 세르베투스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제네바 시의회는 3일에 걸친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가장 고통스런 사형’ 즉 화형을 그에게 선고한다. 이 때 증인으로 참여한 깔뱅은 시의회 쪽에 감형을 요청하면서, 적어도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참수형으로 바꿔달라고 간구한다. 그러나 시의원들은 그의 요청을 거절한다.

결국 세르베투스는 깔뱅 생전에 종교적인 이유로 제네바에서 사형당한 유일한 사람이 됐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격론이 계속되고 있다. 깔뱅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가 세상의 권력을 탐해 시의회에 화형을 반대하지 못했다고 폄하한다. 따라서 그에게 주어진 세간의 존경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단 세르베투스의 사형에는 찬성했지만, 극한 처형인 화형에 반대한 것은 당시 깔뱅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일부러 무시한다.

개혁신학의 태두였던 깔뱅은 그의 대작 <기독교 강요> 등을 통해 개신교 신학을 집대성했고, 오늘날까지 개혁교회 및 장로교회를 통해 그것들은 대부분 계승되고 있다. 칼뱅은 성경만(Sola Scriptura)이 모든 삶의 기초 내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앙의 진정한 권위는 오직 성경에 있으며, 조직이나 교회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 탁월한 개혁자였다.

깔뱅은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를 위해 노력한 참신한 목회자이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개신교 신학이 존중된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교회간의 참된 일치와 대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각 개신교 종파들을 하나로 단결시키고자 최선을 다했다. 또 자신의 이름이나 업적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이름만 드러나기를 바라며 헌신한 신앙인이었다. 오늘날 교회 속에서는 성경과 학문 및 삶이 일치하도록 노력한 세기적인 학자요 실천가로 평가된다.

현대로 갈수록 교회와 나라, 세계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오직 성경이라는 유일한 진리의 창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성경과 이것들이 이분되지 않고, 성경을 토대로 그것들이 바르게 세워져 가는 참된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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