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눈이 먼 천재 수학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18C의 수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들 중에 가장 탁월한 학자로 손꼽는 이는 오일러입니다. 그는 일생 동안 500편 이상의 뛰어난 저서와 논문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는 1707년 스위스의 바젤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칼빈파 목사였는데, 아들을 요한 베르누이 밑에서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베르누이는 오일러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인정해주었으며 베르누이의 지도하에 오일러의 실력은 쑥쑥 커갔습니다.

오일러는 수학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는데 하나같이 높은 수준의 논문들이었습니다. 1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는데 배에 돛을 다는 최적의 위치에 관한 논문 때문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일러가 당시까지 돛을 달고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논문을 썼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오일러의 창의성은 점점 더 빛을 발하였습니다. 그는 기하학, 수론, 순열 조합론 등의 수학 분야 뿐 아니라 역학, 유체역학, 과학 등을 연구하였습니다. 언어적인 면에서도 탁월함을 드러내었는데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세 언어로 수백 권의 책을 써 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오일러의 삶이 늘 형통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몸에 무리가 갈 만큼의 열심 있는 활동으로 인해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눈도 차츰 나빠지더니 시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오일러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눈이 나빠질 때부터 눈을 감은 채 수학식을 적고 푸는 연습을 했고, 글 쓰는 훈련을 했습니다. 결국 그는 두 눈 다 실명한 후에도 계속해서 연구와 저작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김태희 씨의 어릴 적 꿈은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오페라 가수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음악공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교회에서 성가대를 서면서 하고 싶은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그는 형편이 넉넉하여 마음껏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시샘하는 것에 세월을 낭비하지 않고 혼자서 끊임없이 노래 연습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대학에 진학할 시점이 되었지만 물질적인 궁핍함으로 인해 김태희 씨는 여전히 음악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김태희 씨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음반을 스승 삼아 노래를 연습했고, 인터넷의 성악 관련 글을 가지고 이론적인 공부를 했습니다. 결혼한 후 수족관 관리기사로 일을 하는 와중에도 그의 음악 공부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스타킹’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김태희 씨는 방송에서 그 동안 온 힘을 다해 갈고 닦은 노래 솜씨를 드러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목소리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국내의 손꼽는 음악가들로부터 흠잡을 데 없는 목소리라고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김태희 씨는 방송국과 각종 음악회의 단골 초청 인사가 되었습니다.

시력을 잃은 오일러 교수나 돈이 없어 음악 공부를 할 수 없었던 김태희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자포하지 했다면 참으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인생이 되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이제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이나 자신의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도전한 덕에 놀랄 만한 일들을 이루어내게 된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재능만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가 아닌 이상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오일러교수처럼 수학을 잘 하고 김태희 씨처럼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러나 쉽게 포기하고 주저앉는 사람과 끝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는 사람은 동일하게 천재가 아니라 해도 결국 큰 차이가 나고 말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둘 사이에 살아온 삶의 자국이 너무 달라진다는 것이고요.

저는 목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만나지 않고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은 채 편안한 목회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때로는 목회자로서 치명적이라 할 만큼의 타격을 받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손을 놓아버릴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움켜쥔 채 눈물로 기도하며 전진할 것인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이 다가올 때조차 그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런 목회의 과정만으로도 값진 것이 되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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