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라고 해서 믿음까지 작겠는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한국교회 리더십 50인]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편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정체 혹은 후퇴하고 있는 성장세, 자꾸만 들려오는 부정적 소식들,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불신 팽배 등 총체적 난국은 미래 한국교회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저마다의 영성과 철학으로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지는 특별히 목회 현장 가운데에서 한국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리더십 50인을 만나 그들의 사역을 소개함으로써 한국교회에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의 편안한 웃음에서 다소나마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한국교회에 큰 족적을 남긴 김장환 목사의 후임.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그는 “부담은 부담으로 있는 것이고, 나는 오히려 영광이다”라고 했다. ⓒ 송경호 기자 

▲그의 편안한 웃음에서 다소나마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한국교회에 큰 족적을 남긴 김장환 목사의 후임.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그는 “부담은 부담으로 있는 것이고, 나는 오히려 영광이다”라고 했다. ⓒ 송경호 기자 


세련된 현대식 건물도 아니고 생각보다 그리 크지도 않다. 세월을 입은 듯한 인상과 손때 묻은 실내의 수수함이 첫인상. 수원중앙침례교회는 딱 그만큼의 크기로 수원시내와 어울려 있다.

“좀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회의가 길어졌네요.”

긴장한 탓일까. 미안함이 어려 있는 고명진 목사의 웃음에 되레 마음이 놓인다.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미는 고 목사는 어느새 퍽퍽했던 공기를 촉촉이 적신다. 교회처럼 고 목사도 딱 그만큼의 크기로 기자와 어울렸다.

-이름 난 교회, 김장환 목사라는 이름 난 목회자의 후임입니다. 부담이 많으시죠?

“없다면 거짓말이고. 있죠. 원로 목사님의 명성이 있으니까요.”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극복이라고까지 할 건 없어요. 부담은 부담으로 있는 것이고 더 좋은 것을 봐야죠. 김장환 목사님 후임은 아무나 하나요. 그렇게 생각해요. 긍정적으로. 오히려 제겐 영광이죠.”

-이영훈 목사님, 오정현 목사님도 각각 조용기 목사님, 옥한흠 목사님이라는 이름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올바른 리더십 계승을 위해 선임 목회자, 후임 목회자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요.

“이해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크고 선임 목회자의 흔적이 클수록 더 그렇죠. 김장환 목사님은 항상 교인들 앞에서 절 칭찬하세요. 고 목사님 같은 분이 없다고 하시면서. 참 고맙죠. 솔직히 제가 성에 차시겠어요. 얼마나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절 칭찬하시는 건 후임 목회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고, 목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시기 때문 아니겠어요.

오랜 시간 김장환 목사님 목회 스타일에 익숙해진 교인들에게도 그건 마찬가집니다. 다르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안 그렇겠어요? 감사한 건, 제가 올해로 담임이 된지 5년째인데, 교인들이 절 믿어주시고 격려해주신다는 점이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저 원로 목사님과 교인들을 진심을 다해 섬기는 것이겠죠.”

-리더십의 계승을 한국교회 역사적으로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논하신다면.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연속성과 단절성이죠. 앞선 리더십을 배우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현실과 맞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절성이 있어야 해요.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하겠죠.”

▲어려움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고명진 목사. 그의 긍정적 철학은 인터뷰 내내 그의 말 속에서 꿈틀댔다. ⓒ 송경호 기자

▲어려움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고명진 목사. 그의 긍정적 철학은 인터뷰 내내 그의 말 속에서 꿈틀댔다. ⓒ 송경호 기자

-공인일수록 그 사람이 겪는 인간적 어려움에 관심이 가는 법인데, 어려움 없으십니까?

“어려움이란 생각하기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지나간 과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것을 힘든 것으로 받아들이면 어려움이 많은 것이 될 테고,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테고.”

-상당히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계십니다.

“30년 목회 하면서 많이 변한 거죠. 지금도 바뀌는 중이고.”

-그럼 화제도 바꿔보죠. 최근 한국교회 리더십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 손양원, 한경직 목사님 같은 리더를 지금은 보기 힘들다는 것도 있는데요.

“동감합니다. 수없이 들었고 또 많이 하는 말이지만 결국 교회의 성장주의 때문이죠.”

이 말을 하고 난 후 고 목사는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시(詩) 한 수를 읊었다. 조병화 시인의 ‘해인사’.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 /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처음 가졌던 긴장은 이제 다 풀어졌고, 시를 타고 흐르는 고 목사의 감성만이 진하게 공간을 채웠다. 재적 성도수 3만의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 강단 위에서는 결코 그를 당할 수 없다. 하지만 내려오니 그는 낭만을 아는 50대 중년으로 돌아왔다.

“짧은 시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봐요. 큰 교회 믿음이라고 큰 것이겠으며 작은 교회 믿음이라고 작은 것이겠는가. 진실한 믿음과 인간 본연의 신앙에 맞춰져야 할 관심이 크고 작은 외형에 맞춰져 있으니 그런 비판을 듣는 것이겠지요. 고쳐가야 할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교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무엇입니까.

“한국이 전쟁을 치르고 근대화의 길로 접어들 무렵 가장 필요했던 리더는 진취적 기상을 가장 그런 리더였을 거에요. 교회도 마찬가지였죠. 사람들은 개척정신과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를 모델로 삼아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했던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보다 개방적이고 많은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리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교회의 역사를 봐도 이미 종교개혁 후에 만인사제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투사적이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리더보다는 성도들을 리더로 세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리더가 더 많이 나와야죠. 저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침례교 목회자이십니다. 침례교는 세계적 교세에 비해 국내 토대가 다소 약한 편인데.

“그렇긴 합니다만 침례교의 수용적 신학과 젊은 목회자들로 인해 미래가 아주 밝습니다. 침례교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회중정치제도와 만인제사장 신학을 가지고 있어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것이 영적 다양성이라고 할 때, 앞으로 침례교의 역할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 봅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침례교의 강점이 되겠죠.”

-이제 고 목사님 목회 이야기를 좀 해보죠. 예배드리는 성도 수에 비해 예배당 크기가 다소 작은 것 같은데, 새성전 건축 계획은 없습니까?

“계획 중이에요.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하고 싶진 않고 좀 더 효율적으로 하려고 해요. 학교를 만들고 그 안에 강당을 크게 만들어서 주말에는 예배 장소로 활용하고 주 중에는 학교로 쓸 생각합니다. 그게 지역사회를 위하는 작은 섬김이라고 생각해요.”

-목회자들이 설교 때 교인들 듣기 좋은 말만 한다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목사님은 어떤가요.

“제가 좀 솔직한 편이라 설교 때도 센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모든 목회자들이 다 예언자적 선포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다 다른 거죠. 다양성이라는 시각에서 보고 싶어요. 가령 강해설교를 잘 하는 목회자가 제목 설교나 상황 설교를 잘 하는 목회자에게, 그것도 설교냐 하면서 강해설교를 해야 한다고 하면 되겠어요? 서로 인정해줘야 할 부분이 있고, 다양성이 있어야 한국교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진정한 리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에 그는 대뜸 시를 읊었다. 거대한 둑은 작은 균열에 무너지고 우주와 같은 인간의 마음은 말 한 마디에 무너진다 했던가. 안개와 같이 은은했던 시는, 그러나 너무나 뚜렸하고 날카롭게 현실을 비췄다.  ⓒ 송경호 기자

▲요즘 진정한 리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에 그는 대뜸 시를 읊었다. 거대한 둑은 작은 균열에 무너지고 우주와 같은 인간의 마음은 말 한 마디에 무너진다 했던가. 안개와 같이 은은했던 시는, 그러나 너무나 뚜렸하고 날카롭게 현실을 비췄다.  ⓒ 송경호 기자

-멘토가 있으신가요. 물론 김장환 목사님을 포함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 신앙과 인격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셨어요. 지금도 잔잔한 기도와 진실한 삶을 통해 제게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김장환 목사님을 만난 건 정말 큰 축복이에요. 그 분과 함께 해온 지난 20여 년의 시간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죠. 특히 그 분이 만들어 놓으신 많은 인맥과 국제적 관계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더 없는 은혜입니다.

그 밖에도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다 멘토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역의 원칙과 지혜를 얻으며 비로소 고명진 다운 모습을 갖추게 된 거죠.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멘토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분의 말씀과 은혜로 지금 여기 있는 것이고, 절망과 고통 속에서 넘어진 절 일으켜 세우신 그 위로하심을 인해 이렇게 목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스스로 긍정적이라 하셨는데, 긍정의 힘은 뭘까요?

“목회를 해보니 지적을 해서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겠더군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고 그래서 그 사람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할 때 사람은 변화됩니다. 그것이 말 그대로 긍정의 힘이죠.”

그는 단어 사용에 있어서도 철저히 긍정의 힘을 믿었다. 예를 들어 ‘교회 세습’이라는 용어 대신 ‘지도력 계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기존 부정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목회를 계승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냐고 하면서.

2급 기수는 채찍으로 말을 조련하고 1급 기수는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한다. 그러나 특급 기수는 당근만으로 조련해 최고의 말을 키워낸다. 쉬운 듯 어려운 경지인데, 그의 긍정적 철학을 접하니 이 말이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꿈이 무어냐 물었다. 시인의 감성을 가진 자에게 가능한 한 낭만적인 분위기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을 존귀하게 하는 ‘과연 그 교회’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할 뿐입니다.”

고명진 목사는

Dallas Baptist University 명예신학박사 (D.D), Liberty Baptist Theological Seminary(D.Min), Toronto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성결대학교 대학원(M.div), 중앙대학교 대학원(M.A), 수도침례신학교, 성결대학교(B.A)를 수료했다.

현재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사회복지법인 수원중앙복지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중앙학원 이사장, 재단법인 극동방송이사, 사회복지법인 스완슨기념관유지재단 이사
재단법인 성정문화재단이사, 한국 Y.F.C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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