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대통령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지도자로서 웅변을 뛰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능력입니다. 예로부터 웅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어떤 목표로 향하게 중요한 요소이고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흑인으로서 처음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된 오바마 역시 웅변의 달인이며, 그의 웅변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감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웅변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아무리 말을 유창하게 한다고 해도 삶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들은 그 말조차 주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동이 따라가지 않는 말은 달변일 뿐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으며 당연히 국민들을 한 마음으로 묶는 데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탁월한 언변에 말 이상으로 행동하는 삶이 더해질 때 말은 말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현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여러 대통령들 중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말 뿐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도자로 평가받는 사람입니다. 그의 삶을 살펴보면서 오늘날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1858년 10월 27일 뉴욕주(州) 뉴욕에서 출생하였습니다. 그의 가정은 부유했고 루즈벨트가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루즈벨트는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정치에 뛰어들었고 23세 때 뉴욕 주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정치인으로서 삶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1895년 36세에는 뉴욕시 경찰위원회 위원장이 되었는데 그의 강력한 부패척결 의지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간담까지 서늘하게 만들었으며 심지어는 루즈벨트 자신의 후원자들과의 관계조차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루즈벨트의 의지가 얼마나 굳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1896년 공화당의 맥킨리가 대통령이 된 후 루즈벨트는 상원의원 로지와 몇몇 사람들의 추천으로 해군성 차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시작되자 루즈벨트는 안전한 해군성 차관직을 내려놓고 쿠바에 주둔 중인 육군 부대에 자원하였습니다. 전쟁의 한복판 속에서 몸 사리지 않고 앞장서서 싸우는 루즈벨트의 모습은 부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일으켰고 미국 국민들로부터도 열렬한 지지를 받게 하였습니다.

루즈벨트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후 다시 정치활동을 하게 되는데 1898년 11월 뉴욕 주지사로 당선되었습니다. 루즈벨트는 주지사가 된 후 소신껏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하였는데 타협할 줄 모르고 행동하는 루즈벨트의 태도는 공화당 지도층의 경계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공화당의 실질적인 지도자인 플래트는 시어도어 루즈벨트를 눈에 가시같이 여겼고 루즈벨트의 한직으로 몰아낼 생각을 하였습니다.

플래트는 마침내 루즈벨트를 한직으로 몰아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부통령이던 가렛 호바트가 사망했을 때 루즈벨트가 부통령이 되도록 움직인 것입니다. 이 당시 부통령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집무실은 대통령과 떨어져 있고 대통령이나 주지사에게 주어지는 사택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루즈벨트는 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낙심에 빠져 있을 루즈벨트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부통령이 된 상황에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연설을 하였습니다. 집필 활동에 몰두하였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들과 서신을 주고받았습니다. 확실히 행동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 어떤 처지에도 굴복하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1901년 루즈벨트에게는 독특한 경로로 기회가 찾아옵니다. 대통령이던 맥킨리가 저격을 당한 것입니다. 잠시 회복이 되었던 맥킨리 대통령의 서거 후 루즈벨트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하였습니다. 직함뿐이고 영향력이 없던 부통령이 졸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1904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루즈벨트는 강력한 미국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루즈벨트는 재임 기간 동안 국내적으로 트러스트 규제, 철도통제, 노동자 보호입법, 자원보존 등에 공헌하였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베네수엘라 문제, 카리브해 문제, 파나마운하 건설 등 강력한 외교를 추진하였습니다. 1906년에는 러일전쟁의 조정, 모로코 문제 중재 등에 힘을 썼는데 그로 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입니다.

말 뿐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도자로서의 루즈벨트의 모습은 대통령에서 퇴임한 후에도 볼 수 있습니다. 1917년 미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되었을 때 루즈벨트가 사단 중 한 부대를 지휘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윌슨 대통령이 거절하자 루즈벨트는 자신의 4아들을 유럽의 전쟁터로 보내고 자신의 딸 에텔은 프랑스에서 간호사로 복무하였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정치 지도자가 있었나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애쓰지 않고 일생 동안 중산층의 삶을 살았던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참으로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나라를 위해 평생을 일하고 큰 업적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즈벨트의 장례식으로 조용하게 치러졌습니다. 음악도 없었고 찬사의 말도 없었으며 가족들과 친구들 백악관의 몇몇 고위직 인사들이 하객의 전부였습니다. 행동하는 지도자를 가졌던 미국의 자랑은 그렇게 미국을 떠났습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