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열대야를 통해 본 인생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얼마 전까지 전국은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밤에도 낮의 열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열대야 현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밤마다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열대야란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면 사람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사고나 사건들이 많이 발생한다. 대구에서는 이웃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발전하기까지 하였다.

지난번 열대야를 겪으면서 인간의 연약함과 1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다. 평소에는 그저 오늘 기온이 몇 도나 될까 정도의 관심만 가졌었는데, 지금의 1도가 결정되기까지 과학자들이 흘린 수많은 땀과 인간의 생명 유지에 있어 1도의 중요성을 알고부터는 1도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온도의 눈금은 1927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처음 채택되었고, 그 후 20년마다 개정되었다. 현재 사용하는 온도 눈금은 1990년에 결정되었는데 온도 눈금의 가장 기본적 기준은 물과 수증기와 얼음이 평형으로 함께 존재하는 물의 삼중점에 있다. 이 삼중점은 물이 0.006기압에서 어는 온도를 말하는데 이것이 절대온도로 273.16K가 된다. 1도의 간격은 절대온도 0도와 물의 삼중점 사이를 273.16으로 나눈 값으로 정하는데, 이 정의에 의하면 물의 끓는 온도는 100도가 아니라 99.974도가 된다. 온도에는 이런 깊은 과학적 원리가 담겨있다.

인간의 체온은 평상시 36.5도이다. 아무리 뜨거운 열대야라도 30도를 넘지 않는데 인간의 몸은 그보다 더 뜨거운 36.5도가 된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37도나 되는 불을 안고 살고 있음에도 전혀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이 인체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체온보다 2~3도만 높아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마가 불덩어리가 되면서 의식이 혼미해지게 되고, 42도쯤 되면 거의 생명을 잃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체온계는 42도까지밖에 눈금이 없다. 고작 평균체온보다 5-6도 높을 뿐인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태양의 표면온도가 6000도이고 내부온도가 1500만도가 되고, 핵폭발시 폭발온도가 1억도라는 것과 비교할 때 42도라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온이 40도가 넘게 되면 그 후부터의 1도는 인간의 생사를 결정짓게 될 정도로 중대하다. 평소에는 무심코 보아 넘겼던 1~2도가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외부 온도는 65도까지 높아도 살 수가 있지만 체온은 42도가 마지노선이라는 것은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말해 준다.

지난 2003년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의 폭발로 승무원 7명이 모두 산화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수천도의 폭발온도 가운데도 우주실험용 벌레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온도 면으로만 따진다면 인간의 생명력은 많은 생명체 가운데 하위 수준에 불과하다. 1도의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1도 때문에 울고 웃을 수 있는 인간의 존재를 생각한다면 인간은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인간이 만물을 지배하고 천하보다 귀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 때문이지, 인간 자체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혹시 늦더위에 잠을 못 이룰 때 잠시 일어나, 인생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과 교제를 갖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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