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사역에 방해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가 존 녹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존 녹스의 고향 스코틀랜드는 오래 전부터 전통적으로 켈트파 신학을 수용해 수도원 중심의 공동체신앙을 지니고 있다. 주후 664년 휘트니 총회에서 로마 카톨릭교회의 제안에 따라 정부가 예수의 부활절을 인정했고, 그때부터 카톨릭화(化)되기 시작했다. 그후 1093년 마가렛 여왕의 통치 때는 모든 정치와 문화를 로마 카톨릭교회의 전통이 잠식, 카톨릭 국가로 완전히 변모했다. 그러나 16세기에 이르러 당시 유럽 다른 나라들처럼 카톨릭화된 스코틀랜드의 교회와 사회도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1520년대부터 의식있고 참신한 교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스코틀랜드 지역에도 카톨릭교회에 대한 개혁 운동이 시작된다. 위클리프파와 얀 후스가 주창한 개혁주의 사상들이 스코틀랜드에 전격 수입되면서 타락해 냄새가 나는 그곳에도 모처럼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긴 타락한 스코틀랜드 교회와 정부는 개혁주의 사상을 담은 루터교 책들을 수입 금지했고, 1528년 루터교회 운동의 중심 지도자인 패트릭 해밀턴을 화형시킨다. 1546년에는 해밀턴에 이어 개혁주의 운동을 주도하던 조지 위샤트마저 순교하고 만다. 16세기 스코틀랜드의 중요한 개혁 운동가 위샤트가 순교할 때, 당시에는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존 녹스가 그 광경을 지켜봤다.

아무 배경도 없이 오직 맨몸으로 개혁주의 신앙의 나팔을 불며 카톨릭 국가인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신앙과 독립을 지켜낸 사람 존 녹스는 1513년 에든버러 근처의 해딩턴에서 태어났다. 그는 페트릭 해밀턴이 순교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라가 온통 시끄러울 때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교에 입학한다. 얼마 후 대학을 졸업한 존 녹스는 카톨릭교회의 신부가 돼 사제로서 카톨릭교회를 섬긴다. 그러던 1543년 어느 날, 요한복음 17장을 읽다 큰 감동을 받아 지금까지 신봉했던 카톨릭교회를 버리고 개신교도가 돼 개혁주의 운동가 조지 위샤트와 만나게 된다.

1546년 위샤트가 순교당할 때 그도 같이 죽으려고 했지만, 친구 위샤트의 만류로 순교를 포기한다. 위샤트가 죽으면서 ‘희생제물은 나 한 사람으로 족하다’고 녹스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존 녹스는 친구 위샤트의 죽음 앞에서 목숨을 걸고 바른 개혁주의 신학과 개혁교회를 고국 스코틀랜드 땅에 세울 것을 다짐한다. 개혁신학은 가슴에 품고 있지만 행동하지 못했던 존 녹스의 마음을 죽은 위샤트가 강하게 역동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당시에는 로마 카톨릭을 열렬히 신봉하고 있던 프랑스 황태자와 결혼한 메리 기즈가 왕으로 스코틀랜드 지역을 통치하고 있었다. 메리 기즈는 프랑스 군대를 등에 업고 스코틀랜드를 카톨릭화 시키기 위해 개신교도들을 닥치는 대로 박해했고, 급기야 존 녹스가 숨어있던 세인트 앤드류 성을 함락시켰다. 이 때 개혁주의자 존 녹스는 개혁신앙의 동지들과 함께 붙들려 19개월 동안 갤리선인 ‘노틀담’호의 선상 노예로 살다 잉글랜드 친구들의 중재로 1549년 풀려난다. 선상노예로서 살았던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경험으로 그의 개혁신앙에 대한 확신은 점점 더 강력해졌다.

1552년 황실 교목이 돼 크랜머와 함께 영국성공회 기도서를 작성하고, 1554년 스코틀랜드를 떠나 칼빈이 있는 제네바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존 칼빈을 만나 심오한 정통 개혁신학을 배웠고, 교회 사역을 하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영국 이민자들로 구성된 개혁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한다. 그 교회에서 존 칼빈에게 배운 개혁주의적 예배의식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 교회 성도들이 칼빈식 개혁주의 예배보다는 영국성공회식 예배를 원해 그곳을 떠나 다시 제네바로 돌아간다. 개혁주의와 관계 없는 교회를 더 이상 섬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네바에서 영국 이민자들로 구성된 개혁교회를 약 5년간(1555-1559) 열심히 섬기면서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린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개혁신학을 마음껏 전하며 가르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1559년 그토록 행복한 이민교회를 사임하고 고국 스코틀랜드로 복귀해 25개 조항으로 구성된 ‘스크틀랜드 신앙고백서’를 만들어 개혁교회 교리를 체계화 한다. 그 고백서에는 하나님 말씀에 대한 절대적 권위 인정, 이신칭의 교리 인정, 선택교리 수긍, 카톨릭의 화체설 반대, 세례와 성찬만을 성례로 인정 등을 시행했다. 또 제1치리서를 만들어 개혁교회(또는 장로교회)가 나아가야 할 행정을 집대성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존 녹스의 애국, 애교적 눈물과 헌신을 통해 스코틀랜드 개혁교회는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다. 그의 기도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는 1647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로 보완, 대치될 때까지 스코틀랜드 교회의 중심에 서 있는다. 타락한 스코틀랜드 교회를 바꾼 개혁주의자 존 녹스는 1572년 11월 24일 60세의 나이로 에든버러에서 소천, 생전 여러 해 동안 설교했던 세인트 가일의 공동묘지에 안장된다. 녹스의 친구 모튼 백작은 그의 장례식에서 “일생 동안 한 번도 인간의 얼굴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이 누워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두려워했던 존 녹스는 그다지 길지 않았던 육십 평생을 이 땅에 살면서 여러 유형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메리 기즈 여왕, 프랑크푸르트 영국인 이민교회 성도들 같은 악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위샤트, 존 칼빈 그리고 제네바 영국인 이민교회 성도 같은 선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가 존 녹스의 마음 속에 있는 개혁신학과 개혁교회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악한 자들을 통해 개혁의지가 더욱 확고해졌고, 선한 동지들을 통해서는 개혁신학이 이 땅에 놀랍게 활성화됐다. 악한 자들이 없었다면 영국의 개혁신학은 아마도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도 16세기 존 녹스처럼 동지와 적을 동시에 만나며 이 땅에서 살아간다. 우리들의 선한 사역에 장애가 되는 악한 사람들을 만나면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방해꾼들을 사용해서도 하나님의 선한 사역이 탐스럽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용기와 힘을 내야 한다. 북한의 반민주 정책을 통해 남한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더욱 강력해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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