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예수회 설립과 가톨릭 개혁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가톨릭교회 개혁자 이그나티우스 로욜라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1534년 예수회(제수이트교단)를 새롭게 세운 이그나티우스 로욜라는 1491년 기푸스코아 바스크의 로욜라 성에서 부유한 귀족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57㎝ 정도밖에 안 되는 단신임에도 1506년 카스티야 왕국의 재무관인 후안 벨라스케스 데 쿠에야르의 시종이 됐고, 1517년 나헤라의 공작이며 나바레의 부왕(副王)인 안토니오 만리케 데 라라를 섬기는 기사가 돼 군사 및 외교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런데 1521년 5월 20일 프랑스군에 대항해서 팜플로나 요새를 방어하던 중 포탄에 맞아 오른쪽 다리에 심한 골절상과 왼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팜플로나에서 다친 다리의 상처를 치료받은 뒤 1521년 6월에 로욜라성으로 돌아가서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전기를 수 없이 읽게 된다. 시토 수도회에서 발행된 책들을 읽던 중 앞서 살다간 성인들의 금욕생활을 본받기로 결심한다.

1522년 2월, 그는 로욜라성 가족들의 품을 떠나 스페인 북동쪽에 있는 몬트세라트로 들어가 무력을 상징하는 단검을 버린 후, 참회용 베옷을 입고 죄를 자백하며 신앙의 사람이 된다. 1522년 3월부터 1523년 2월 중순까지는 만레사라는 시골 마을에서 거지처럼 구걸하는 삶을 살았으며, 매일 교회 미사에 참석해 7시간씩 기도에만 열중한다. 신약의 복음서를 새롭게 각색한 ‘영성수련’(The Spiritual Exercises)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성도들의 영적 지침서가 되게 한다.

이후 그는 1523년 3월 바르셀로나, 로마, 베네치아, 키프로스 및 예루살렘 등지를 순례하게 된다. 순례 도중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방황하는 인생들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1528년 2월부터 1535년까지 약 7년동안 파리에 머물면서 오직 신학에만 전념한다. 오랫동안 잘 훈련 받은 사람이 짧은 기간 안에 이룰 수 있는 일도, 훈련받지 못한 사람은 평생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유명한 대학에서 소원대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시에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훗날 예수회(Society of Jesus) 공동설립자가 된다. 그 가운데는 위대한 선교사 ‘프란시스 하비에르’도 끼어 있었다. 1537년 6월 24일 그는 교회로부터 성직을 받았고, 18개월간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직 경험을 쌓는다. 고된 훈련과정을 통해 깊은 학문과 다양한 신앙체험을 하게 된 이그나티우스 로욜라는 금욕주의 및 신비주의 분야에서 가톨릭 교회의 탁월한 지도자가 된다.

1539년 그는 금욕주의에 입각한 청빈, 정결, 교황에 대한 순종 및 상급자에 대한 절대순종 등을 기치로 내걸고 예수회(제수이트)를 세우게 된다. 시대를 거스르는 신선한 신앙 노선에 따라 새롭게 설립된 예수회는 로욜라의 지도 하에 급속히 성장, 발전한다. 그가 죽을 무렵에는 12개의 관구(행정단위)에 약 1천명의 수사들이 사역하게 됐고, 독일과 인도 및 콩고와 에티오피아에도 예수회 선교사들가 파송됐다. 또 그레고리우스대학교의 전신인 로마 대학과 독일인 사제후보생 양성을 위해 게르마니쿰(Germanicum) 신학교 및 윤락 여성을 위한 요양소를 세우기도 했다. ‘예수회 헌법’을 제정해 악성 체벌, 고행의복 등 인습적인 종교행위를 금했고, 예수회 수사 서약을 완화해 교단탈퇴가 용이하도록 했다.

로욜라는 오늘날 우리가 섬기고 있는 개신교회를 세웠거나, 개혁주의 교리를 정립한 지도자는 아니다. 루터나 칼뱅이 타락한 중세의 로마 가톨릭 교회를 버리고 새로운 개혁교회를 세웠다면, 로욜라는 가톨릭 교회 내부를 개혁해서 신앙 공동체로 새롭게 리모델링한 역동적인 신학자였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교회와 국가도 선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혁을 이뤄야 한다. 개혁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공동체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날 우리 선배들이 잘못 수행한 기존 인습을 모두 제거하고 새롭게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나 문화를 오늘날 감각에 맞게 역동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도 탁월한 개혁임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의 진보 정권을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맹비난했다. 비난을 받아야 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것이라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좋은 것들은 대의적으로 수용해서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것도 탁월한 리더십임을 알아야 한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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