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감정적인 정운찬 흔들기는 안 된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세운다고 할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달갑지 않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분명히 진보적인 입장에 가까운 사람이고 그 동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말을 과감하게 쏟아붓던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지난 정권 때도 여권과 야권 모두에게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던 분입니다. 더구나 학계에 있다가도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정치권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학자의 길을 걷겠다고 여러 차례 사양했었던 분이기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 앞으로 총리 인준이 되면 어떻게 역할을 감당하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현 상황에서는 기대가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같은 라인에 서 있다고 생각하며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던 민주당의 태도 변화입니다. 그 동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영입하려고 애를 쓴 보람도 없이 손에 쥐는 결과를 얻지 못한 민주당이 청와대의 부름에 응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해 공격의 화살을 날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감정이 상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끌어당기려 했던 동일 인물을 매섭게 공격하고 있으니 정치권에서의 사람의 존재란 사람 자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편이냐 아니면 네 편이냐에 의해 평가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민주당의 비판 중에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의 언급입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해 “학자로서 논문 검증을 해보려 했더니 20여년간 논문을 한 편도 안 썼다. 공부를 안 한 학자가 총리로서 본분을 하겠느냐”고 비판한 대목 말입니다. 정책이나 성향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근본적인 자질부터 걸고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정치권이 무섭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즉각적으로 반박하였습니다. 1990년 이후에 쓴 논문과 저서만 해도 100건 가까이 된다는 것입니다. 인사청문회 준비를 담당하고 있는 총리실 관계자의 확인 결과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말이 거짓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박지원 정책위의장의 비판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이미지를 흠집 내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민주당의 입장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전향(?)이 충격적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적진의 중심부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될 때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납득할 수 있구요. 그러나 감정이 앞선 나머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이 아닌 인신공격성의 발언을 하게 되면 그것은 오히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입지만 높여줄 뿐 민주당에는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책과 정책의 맞대결을 보기가 어려운 정치권에서 또 다시 정책의 대결이나 역할 수행의 자격 검증이 아닌 감정적인 대응만 보게 된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 커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무조건 망신주고 끌어내리려고 하기보다 정말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예리하게 따져보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면 공세를 더욱 높일 것이지만, 총리로서 자격이 있다면 총리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지도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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