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100주년 러시아 선교 회고와 전망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러시아 선교가 1909년에 시작하여 금년 2009년은 10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본격적인 러시아 선교는 개방 이후인 1990년을 기점으로 시작되었다. 10여년을 지나면서 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너도 나도 러시아로 러시아로 향하여 붐을 일으켰다. 당시의 한국교회의 열정과 유행은 대단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10년의 세월 속에 한국의 IMF, 러시아 물가폭등, 러시아의 신종교법 등으로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절반으로 줄어들고, 러시아에 대한 향수가 사라지니 이제는 파리만 날리는 형국이 되었다 할까?

거품이 빠져버린 러시아 선교, 그 원인은?

원인을 몇 가지 찾아본다면 첫째, 초창기의 복음전도의 열매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물로 고기를 건지듯이 보여줄 만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외쳐도, 선물공세를 한다 해도 쳐다도 보지 않는 상황의 변화가 일어나 열매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둘째, 비싼 물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투자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몇 년째 세계 최고의 물가를 자랑하는 모스크바, 러시아, 기본 식품을 제외하고 모든 물가는 서울을 능가한다. 아직도 러시아는 물가가 싸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셋째, 러시아 선교의 부정적인 이미지이다. 초장기에 사역을 주도하였던 몇몇 탁월한(?) 인물들에 의하여 사업적인 성격의 물질 사역, 선물공세, ○○합창단, 지나친 이기주의 등 이러한 부정적인 일들이 한국교회에 소문으로 퍼지면서 러시아 선교가 실패하였다는 낭설로 이어지고, 오늘의 상황은 파송의 발이 거의 단절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무지함도 큰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선교는 교회개척이다”, 그리고 “3개월에 몇 명이 모이고 1년이 되니 예배장소가 좁아서 교회건축을 해야 하겠습니다”라는 보고를 기다렸던 한국교회, 서둘러 현지답사를 보내고 헌금을 하여서 건축을 시도하였던 것들이 오늘에는 나타나지 않음으로 인하여 스스로 실망하고 열정이 식어버린 것인지!? 그리고는 실패를 운운하는 것이다.

숫자만 앞세우는 비전략적 사역은 이제 그만

어쨌든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면서 러시아 선교 침체의 원인을 정리해 보면 선교에 대한 조급함과 무지함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파송 은 사람도 분명한 사역의 철학과 전략이 없이 호기심으로 무작정 나가고 본다는 식이었고, 보내는 자들도 아무런 생각 없이 교회 이미지 관리, 프로그램이나 자랑거리, 부흥의 일환으로 삼기 위하여 허황된 마음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다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이제 한국교회는 선교사역에 있어 몇 개의 교회를 개척하였느냐를 물어서는 안된다. 교회 개척은 어디에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갈수록 현대화되고, 세속화되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슬림처럼 기름 팔아 지원할 일도 없고, 기막힌 정치력이나 조직력이나 탁월한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압적이지도 않은 개신교의 활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역이 교회 개척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자제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선교사가 2-3년마다 한 개씩 교회를 개척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대부분 사역지에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2년마다 개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다. 그런데 10년, 15년 현지인 대상으로 목회하는 것을 가지고 교회 개척 사역이라고 말하면 그것을 어찌 이해하겠는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지 교회 개척의 숫자와 교인 숫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주님의 관점과 성경의 요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지나친 숫자놀음과 선교지 교회 개척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그것은 전략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략적인 사역에 열정과 재정을 투자하면서 헛다리를 짚고 있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된다.

새로운 초점: 결국은 사람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우리가 보낸 사역자가 몇 명을 제자로 양육해 내었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나의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날 수 있는 사역자,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제자로, 물질 앞에서 정직하게, 손해가 되어도 정직을 선택할 수 있는 제자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고 들어주며 함께 선한 역사를 위하여 협력할 수 있는 제자로, 몇 명이나 세우고 가르치고 훈련하였는가를 물어야 한다.

10년, 20년이 되어도 이러한 제자가 없다면 그 사역은 전략적이지 못한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이다. 내가 가르치고 훈련시킨 사람이 사역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함으로 인하여 시간과 물질의 손해, 언어와 문화적인 괴리감, 비효과적인 사역, 노력과 수고에 비하여 미미한 결론, 뭐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선교사의 기본 사역은 교회 개척이 아니다. 그것은 목표를 잘못 선정한 것이라고 하겠다. 물론 일정한 기간은 함께하여야 하고, 목회적 돌봄을 겸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5년-10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의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필자의 이야기를 하나 하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나는 초창기에 교회사역을 하였다. 그것도 남이 하던 것을 물려받아 한 것이다. 소용돌이 치는 상황 속에서 현재 그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방법으로 교회사역이 진행되고 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선교사가 감당하고 있을 경우가 많다.

내가 병들고, 후원이 단절되고,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하여 내침을 당할 경우, 아니면 큰 은총을 받아 미국으로 가면 내가 감당하던 교회는 이내 문을 닫게 된다. 나는 이러한 폐해를 매우 많이 보아왔다. 10-15년 투자한 달러와 노력과 수고와 헌신이 곧 사라지게 되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

필자는 분주하고 잡다한 사역을 하면서도 주된 사역이 무엇인가를 궁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나를 대신할 일꾼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첫번째 형제는 4년 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책망하고 고민하면서, 나의 허물과 실수를 보여주면서 훈련하여 현재는 목회자로 세움을 받아 목회를 감당하고 있다. 그 이후 일반대학 법대 공부를 시켜 지금은 변호사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목회사역에 충성하고 있다. 현재 나의 지도는 살핌과 격려와 방향 제시 뿐이다.

두번째 형제는 3년을 데리고 있으면서 동일한 훈련을 시켰다. 때로는 검은 머리 짐승은 집에 들이지 않는다는 속담을 생각할 때도 있었다. 피차에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요즘 같은 개인주의 시대,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생활의 보호를 주장하고 지켜가는 세대에 사람을 들여 한 집에 살면서 훈련하는 일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사역적인 목표를 따라 진행하였던 것이다.

수십 명 교육보다 한 사람 집중 훈련을

시간 아깝게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래 붙잡고 교육한다는 것이 지도력 낭비가 아닌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몇 명이나 수십 명을 데리고 교육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욕심만 버린다면 한 사람 집중 훈련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 하나님 앞에서 헌신된 일군으로 강훈련하는 것이 주사역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소통이 가능한 사람으로 훈련하는 것은 인격적인 관계 속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거기에 합당한 지도력을 개발하고 사람을 먼저 훈련하는, 한국선교 사역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한다. 이것만이 한국선교가 살 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주사역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모두 말한다. 사람이 사역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언가 다른 데가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아마추어 정신을 보기 때문이다. 사람 키우는 사역의 철학과 전략, 목표와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준비 후에 프로 정신으로 도전해야 한다. 그때에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러시아 선교 100주년에 대한 회고와 전망이고 필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 사람이 소망이다.

Sergei(모스크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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