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칼럼] 1818인생과 8848인생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현대인들의 성공에 대한 갈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부와 권세, 명예에 대한 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화번호 숫자를 봐도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염원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뒷자리 숫자를 자세히 보면 업종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인생관도 알 수가 있다. 보통 병원의 뒷자리 숫자는 7575, 택배서비스는 8282, 장례식장은 4444, 이삿짐센터는 2424, 세탁소는 8939, 치킨집은 9292, 치과는 2875, 안경점은 1001, 영어학원은 0582, 부동산업체는 8949, 건설업체는 0404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9191이나 0691은 대부분 교회가 애용하는 전화번호 뒷자리 숫자이다. 이것을 보더라도 숫자가 단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숫자를 선택한 사람의 소망과 인생관이 거기에 담겨있는 것이다.

21명을 끔찍하게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있다. 유영철의 전화번호 뒷자리 숫자는 1818이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숫자다. 유영철은 전화번호뿐 아니라 인터넷 아이디나 비밀번호도 1818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고 저주했다. 유영철의 생일이 4월18일인데, 그는 4자를 죽을 사(死)자와 연결시켰고, 18을 욕이라고 해석해서 자신의 인생은 어차피 태어날 때부터 망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자신의 불우한 환경까지 연결해서 늘 비관적으로 살았는데, 그래서 1818이란 숫자를 선택했다. 유영철 스스로 1818인생을 만든 것이다. 환경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운명으로 돌리며 망가진 인생으로 살았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인생을 섭리해 나가시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에 인간은 자신의 삶을 보람 있고 건설적으로 살아야 한다. 삶의 책임은 인간 자신에게 있다. 마지막 심판 때 하나님께서는 각자 살아온 삶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물으신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를 보면 열악한 환경을 탓하고 부모와 사회를 원망하며 1818인생처럼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등반 강국이다. 8848m의 에베레스트 산을 비롯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을 3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엄홍길, 박영석, 한왕용이 그들인데, 그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전화번호 뒷자리가 모두 8848이라는 것이다. 2m도 안 되는 인간이 8848m의 에베레스트 산 앞에 서면 정말 초라하고 작아 보인다. 정복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산처럼 보인다. 그러나 8848인생들에게는 에베레스트 산이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다. 1818인생의 특징이 원망과 불평, 비관과 절망이라면, 8848인생은 감사와 긍정, 도전과 비전이다. 환경에 굴복하고 팔자와 운명이라 체념하며 1818인생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환경을 정복하고 운명을 개척하는 8848인생으로 살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특히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어떤 환경이라도 이겨나갈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빌 4:13).

요즘 흔히 쓰는 말 중에 ‘넘사벽’이라는 말이 있다.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약자로 거의 불가능한 일을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겐 주님의 뜻이라면 불가능이란 없다. 넘을 수 없는 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주신 창공을 훨훨 날 수 있는 독수리의 능력을 스스로 제한해, 울타리 안에 갇힌 닭처럼 살지 말자. 환경이나 핸디캡이 우리의 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과 잘못된 믿음이 우리의 길을 막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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