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다니시던 분들도 교회로 찾아 오십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국교회 리더십 50인] 큰은혜교회 이규호 목사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정체 혹은 후퇴하고 있는 성장세, 자꾸만 들려오는 부정적 소식들,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불신 팽배 등 총체적 난국은 미래 한국교회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저마다의 영성과 철학으로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지는 특별히 목회 현장 가운데에서 한국교회에 희망을 전하는 리더십 50인을 만나 그들의 사역을 소개함으로써 한국교회에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규호 목사는 본당 음향설비에 소요되는 비용도 청년들의 단기선교비로 돌릴만큼 선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규호 목사는 본당 음향설비에 소요되는 비용도 청년들의 단기선교비로 돌릴만큼 선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교회로 들어서자마자 부목사가 90도로 인사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한 길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설 때도 문 밖까지 기자 일행을 배웅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난해 ‘젊은이여, 네 허리를 숙이라’는 주제로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실시했다는 이 교회의 예절교육이 떠올랐다. 이규호 담임목사는 큰은혜교회의 성장 비결에 대해 “오직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솔선수범’과 ‘실천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도시도 아니고, 아파트단지가 새로 들어설 자리도 없는데, 큰은혜교회는 계속해서 성도 수가 늘어나고 있다. 주위에서 “비결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대 근처에 위치했다는 게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인 큰은혜교회에는 그래서인지 특히 청년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위 ‘수평이동’ 성도들은 대부분 등록을 못하게 하는데도 그렇다. 더구나 휴가철이라 보통 새신자 수가 가장 적기 마련인 8월에 올해 중 가장 많은 새신자가 등록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목사조차 “어디서 다 나타났는지 저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

큰은혜교회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새생명 축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5,100명이었던 출석인원 목표를 7,100명으로 잡았다. 공식 명칭은 오는 11월 8일 열리는 ‘큰은혜 새생명 축제 Plus’다. 이 목사는 “작년에 1,290명이 오셔서 580명이 등록하셨다”며 “주위 다른 교회들이 긴장할 수 있어 철저히 새신자 위주로 전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도 큰은혜교회는 인심을 얻고 있다. 담임목사 친척임을 사칭하며 돈을 빌리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다.

하나님의 큰 은혜를 현장에서 충만히 경험하고 있는 이규호 담임목사를 만나 큰은혜교회의 ‘큰 은혜’ 이야기를 1년여 만에 다시 들었다.

-지난해 인터뷰 이후 1년 6개월여가 지났을 뿐인데도 교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교회 이름(舊 봉천제일교회)이 바뀐 것 말고 특별한 변화는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성도들을 계속 불러 주셔서 계속 성장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들어 평균 30-40명은 꾸준히 오신 것 같습니다.

“휴가철엔 새신자 없다? 인간의 생각”

특히 휴가철이었던 지난달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한 주는 무려 73명이 등록하셔서 주보에 새 등록성도 성함을 다 못 실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3-4주 계속 밀려서 싣다가 조금 무리해서라도 빽빽하게 기록해서 8월 마지막 주에 마무리했습니다.

8월에는 다들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등록 성도가 적다는 건 기존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니까요. 교역자들을 더 독려했습니다. 성도들도 열심을 냈고요. 그래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바로 성도님들의 얼굴입니다. 설교할 때 바라보면 다들 너무 환하십니다. 이 지역이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있는 지역인데, 성도들에게 프라이드가 많이 생겨난 것을 느낍니다. 대학교 옆에 사셔서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제 많이들 긍정적으로 얘기하십니다. 전도대원도 10여명에서 80여명으로 늘어났지요.”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붙잡으셨는데도 교회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예배입니다. 그리고 전도와 선교, 교육과 훈련을 강조합니다. 새 성도들을 분석해 보면 연령대가 다양한데, 그 중 30대가 가장 많습니다. 30대, 20대, 40대, 50대 순입니다. ‘수평이동’은 물론 웬만하면 받지 않습니다. 저는 ‘잠재적인 크리스천’들이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녀본 사람이나, 마음은 있지만 교회를 나가지 못하던 사람들도 있으시겠지요.

“가톨릭 신도들, 말씀에 갈급함 갖고 교회 오시는 듯”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가톨릭을 믿던 성도들이 꽤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는데도 말이지요. 이 분들이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등록하지 않으시고 예배만 드리시는 분들도 꽤 계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등록하시는 분들은 두세 달 예배를 드려보시고, 인터넷으로 설교도 다 들어보시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 교수님들도 많이 등록하셨습니다.”

관악구를 영적으로 이끄는 교회가 되기를 희망하는 큰은혜교회는 늘어나는 사람들로 빈 자리가 없다. 특히 30대가 많이 늘어나 영아실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비좁다. 새로운 인구 유입 없이 ‘잠재적 크리스천’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기존 성도들 못지 않게 이 목사 부임 이후 새로 등록한 성도들이 많고, 이들이 교회 사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갈등관계가 전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목사는 “찬양대 중 80%가, 교회학교 교사들 중 60%가 새로 오신 분들이지만 갈등이 없다”며 “이전의 것을 부정하기보다는 기존 성도들의 헌신과 충성을 인정하면서 발전을 도모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시는지요.

“무엇보다 선교와 헌신을 강조합니다. 부모 세대 덕분에 이미 누리고 있는 세대인 요즘 청년들에게는 헌신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름도 ‘청년사역부’입니다. 청년들은 특히 전원 사역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천년대에, 대한민국에서 20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물론 아픔이 있겠지만 ‘특권’이 아닐까요?

“청년들에게는 철저하게 헌신을 가르쳐라”

▲올해 큰은혜교회는 인도네시아·러시아·파키스탄·베트남·호주 등 5개국에 청년들을 단기선교로 파송했다. 티켓비는 지원하지 않았지만, 1백명 모집에 총 108명이 다녀왔다. ⓒ이대웅 기자

▲올해 큰은혜교회는 인도네시아·러시아·파키스탄·베트남·호주 등 5개국에 청년들을 단기선교로 파송했다. 티켓비는 지원하지 않았지만, 1백명 모집에 총 108명이 다녀왔다. ⓒ이대웅 기자


아무래도 서울대 옆에 있다보니 서울대학생들이 많지만, 의외로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서울대학생이 많습니다. 인문·사회대나 공대생들이 법대나 의대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식이지요. 그래서 일부러 이들을 높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의 참 가치인 복음을 제시하니 달라졌습니다. 내 청춘을 불사를 곳을 찾았다고 할까요(웃음). 젊을 때 목숨을 걸지 못하면 합당한 헌신을 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청년들 중 절반 정도는 서울대학생이나 석·박사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대학생이 아니라도 열등감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임원 임명할 때만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골고루 분배할 뿐,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내가 서울대학생인데…’ 하는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교회에 적응하기 힘들 걸요. 오히려 서울대학생들이 더 겸손합니다. 이미 인간의 한계나 나약함 같은 것들을 깨닫고 나온 이들이라서요.”

-지역사회와 함께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에 ‘큰은혜소년소녀합창단’을 시작했습니다. 성도님들 중 성악교수님들이 많으셔서, 지역사회를 위해 시작하게 됐지요. 이 지역에도 강남권 못지 않은 문화적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찬양이잖아요. 하나님께 최선의 것을 드리려는 노력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음악감독은 서울대 서혜연 교수님이시고, 지도는 예원학교 임은주 선생님이 하십니다. 철저하게 오디션을 거쳐 실력 위주로 공정하게 선발했습니다. 우리 교회 학생들도 많이 떨어졌어요(웃음). 가르치는 분들 수준이 최고라 많이들 지원하셨습니다. 참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계세요. 잘 가르쳐서 1년 뒤에 콘서트를 열 것입니다. 2년쯤 지나면 상당한 수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배님들 하시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일 뿐이죠”

이규호 목사는 “저는 목회를 너무 모른다”며 “원로목사님과 선배 목사님들을 그대로 따라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 목사를 담임목회자로 세운 큰은혜교회 장세윤 원로목사는 사실 조기 은퇴했다. 이 목사는 “원로목사님께서 제가 목회에 전념하도록 100% 밀어주신다”며 “뭘 여쭤보려 해도 ‘왜 나한테 물어보느냐. 그거 하기 싫어서 은퇴했는데’ 라고 하실 정도로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그런 장 원로목사의 고희를 맞아 최근 <왜!(쿰란출판사)>라는 설교집을 펴내기도 했다.

부교역자로 섬겼던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김 목사님은 한 교회에서 20년간 목회한 것만으로도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늘 말씀하셨다”며 “어른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따라했더니 하나님께서 이뻐해 주신 것 같고, 지금 제가 강조하는 것들은 모두 선배님들이 늘 말씀하셨던 것들”이라고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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