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위장 전입과 탈세 릴레이 속에서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정직했던 교회개혁자 조지 폭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퀘이커 교회의 설립자 조지 폭스는 영국 중부의 레스터셔(지금의 페니 드레이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크리스토퍼 폭스(Christopher Fox)와 어머니 메리 레이고(Mary Lago)는 매우 교양있고 정직한 크리스천이었다. 폭스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영향으로 신앙심이 깊고 정직했으며, 침착하고 분별력이 뛰어났다.

위와 같은 좋은 성품 때문에 부모들은 그에게 권위있는 사제(priest)가 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부모의 권고와는 다르게 정직하고 성실한 양털장사로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물건을 속여 팔던 사회적 혼돈의 시대에 정직한 크리스천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정직은 당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곤 했다. 검은 돈을 챙기지 못하는 정직한 폭스가 그들의 눈에는 어리석게 보였기 때문이다.

1644년 폭스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자녀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긴 자들이어야 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일류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참된 그리스도 일꾼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성전에 계시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 가운데 계신다”는 제대로 된 신학을 선포하며 혼미한 세상을 바꾸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164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아메리카 지역까지 맨손으로 돌아다니면서 가슴에 지닌 참 진리를 담대하게 전했다. 국가 전복을 위한 반란을 주도한다는 이유로 한때 권력자들에게 오해를 받아 국가기관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위의 수많은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폭스는 올바른 사회를 세우기 위해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했다. 어려움 중에 그의 영혼은 무게와 깊이가 더해졌고, 말과 행실도 매우 진지해져 갔다.

폭스는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접하며 사회의 약자(고아, 과부, 나그네)를 찾아보고 돌보는 것이 참된 성경적 기독교라고 가르쳤다. 당시 사회악(惡)인 노예들을 학대하지 말고 늘 사랑으로 대하라고 성도들에게 권고했다. 노예들에게도 주인에게 최선의 의무를 다하고 정직할 것을 동시에 충고했다. 위와 같은 그의 견해는 후배들에게 계승 발전돼, 미국 퀘이커 교도들이 노예제 폐지 운동을 주도하는 시발점이 됐다.

폭스는 사람을 차별하는 뜻에서 낮은 사람들에게 사용하던 당시의 호칭 ‘You’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 대신 모든 사람들을 같이 높이는 Thou(그대), Thee를 사용하도록 권면했다. 낮은 신분의 사람이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모자를 벗어야 된다는 악습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62년 영국에서는 이러한 사회 평등운동에 가담한 퀘이커 교도들을 억압하기 위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의회가 높은 신분인 국왕에게 맹세를 거부하거나 맹세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하나님의 말씀과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성경적인 인간 평등운동을 주도했던 폭스는 체포됐고, 재판관들은 잉글랜드 국왕의 주권과 그에 대한 충성을 입으로 맹세하도록 강요했다. 폭스는 평생 한번도 사람에게 맹세를 한 적이 없으며 사람들과 약속이나 계약을 맺은 일도 없다면서 국왕에 대한 맹세 선언을 거부했다. 결국 폭스는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사람들을 미혹한다는 죄로 다른 퀘이커 교도(친우회원)들과 함께 강제 투옥됐다.

성경에 입각한 사회운동을 주도한 폭스 때문에 영국 의회는 1664년에 국교 모임을 제외하고 다섯 사람 이상 모이는 종교 집회를 모두 금했고, 국왕에 대한 복종 선서를 거부하는 사람은 무조건 형사 처벌한다는 비밀집회법(Conventicle Act)을 통과시켰다. 폭스를 포함한 수많은 퀘이커 교도(친우회원)들이 법에 따라 또다시 투옥됐고, 가장을 잃은 식구들은 엄청난 경제·사회적 고난을 받았다. 폭스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가장이 없는 가정을 돕기 위한 월회(monthly meeting)를 조직했다.

장기간의 전도여행과 수차례 투옥으로 노년에 이른 폭스의 몸은 지칠대로 지쳤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한때는 눈과 귀가 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영국 국민들에게 전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형제 국가인 아메리카로 건너가 여러 섬들을 돌면서 퀘이커 교도(친우회원)들을 확보했고, 국가로부터 억압당하는 그들을 복음으로 격려하며 진리만을 힘있게 전했다. 소외된 토착 주민들(인디언)을 찾아 평등을 강조하는 순수 복음집회를 열기도 했다. 추장을 비롯한 부족의 의회원 및 수많은 주민들이 참여, 폭스가 전하는 신실한 복음에 공감하고 크리스천이 되기도 했다. 폭스는 매우 담대하고 솔직했으며, 독창적이었고 그의 영혼은 항상 가장 높은 존재에 대해 늘 충직했다.

17세기 정치적 혼란을 틈타 물건을 속여 팔고 부당하게 재판하던 속임의 시대를 역류해 퀘이커 교파를 세우고 진실한 삶을 강조하며 인생을 펼쳤던 그는 진정한 복음적 사회개혁자였다. 폭스는 하나님의 임재 의식을 늘 가슴에 지니고 살았으며, 성경 진리만을 세상 가운데 드러내는 일에 철저하게 헌신했다. 사람들의 오해를 무릅쓰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예수 복음만을 전했고, 전도를 위해서는 피곤하고 위험한 항해를 마다하지 않았던 시대적 진리의 종이었다.

특히 그는 성경에 있는 참된 예배로의 개혁에 온 힘을 쏟았다. 당시 만연했던 모양뿐인 허상의 예배를 철저히 거절하고, 내용 있는 하나님 중심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불평등한 당시 사회의 관습과 수직 구조를 신앙의 빛 아래 개혁하려고 힘을 다한 진정한 사회 개혁가요, 신실한 크리스천 지도자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향한 개혁의 바람은 계속 불어야 한다. 성경에 벗어난 무분별한 진리의 외침은 즉각 교체해야 하고, 거짓과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교회와 사회의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국회청문회를 통해 드러나는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탈세·자녀 병역기피 문제 등은 오늘날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사회는 지금 고위층을 중심으로 불법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고, 그것들을 부추기는 악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법을 제대로 지키면 칭찬을 듣지 못하고 오히려 조롱을 당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이런 때 조지 폭스 같은 하나님 중심의 진실한 지도자가 출현해 목을 내놓고 정직을 외치는 복음 운동, 사회 개혁운동을 주도해야 한다. 정직한 지도자가 나타나서 교회와 사회를 성경대로 개혁해 나갈 때 우리 교회와 사회는 소망이 있을 것이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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