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솔깃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살아가다 보면 전에 결심했던 마음을 바꾸고 싶을 만큼 솔깃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전에 결심했던 것이 흔들리기도 하고 더 나아가 뭐하러 그런 결심을 했을까 하는 후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난 후에도 한 동안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가 생각보다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 보면 감사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과신하지 않게 붙들어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제가 제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솔깃한 이야기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해도 흔들리는 것 자체가 마음을 겸손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최근에 들은 솔깃한 이야기 두 가지를 하려고 합니다.

첫째로 학교 졸업 여행과 관련된 것입니다. 저는 현재 서울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논문학기인지라 졸업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장소는 대만입니다. 그런데 저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당을 건축하는 중인데 건축을 마치기까지 외부 활동을 자제하기로 결심하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교회당 건축을 위해 고생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을 놔두고 혼자 졸업여행을 간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기에 졸업여행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원우회 임원 되시는 분이 전화를 했습니다. 총장님도 가시고 대학원장님도 가시는데 함께 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돈 때문에 못 가는 것이면 장학금(졸업여행비)으로 대줄 테니 같이 가자는 것입니다. 교회당 건축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렇게 제안한 것 같습니다. 정말 솔깃한 제안이 아닌지요? 비용을 대줄테니 함께 가자고 하는 제안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둘째로 시의원과 관련된 것입니다. 저는 목회라는 본업 말고 여러 가지 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함들도 많아졌고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비록 사회 속에 뛰어들어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목회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저는 일을 줄여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들어온 여러 가지 제안들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온 제안은 그야말로 솔깃한 제안이었습니다. 시의원으로 나가라는 것입니다. 당선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말씀드리면서 거절하였습니다. 시의원이 되어 일선에서 사회 속에서 일하기가 더 수월해지기는 하겠지만 목회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일을 줄여나가겠다고 결심한 상황에서 그 결심을 쉽게 놓을 수도 없는 것이고요.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뒤돌아보니 거절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깃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결심한 것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맡기신 목회라는 사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라는 사람의 약점과 한계를 잘 알기에 작은 것에도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기 위해 결단한 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주님이 도와주시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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