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선교는 ‘종교의 자유’를 가장 강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종교편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3)

▲ 박명수 교수.

▲ 박명수 교수.

Ⅰ. 문제제기: 종교와 국가권력
Ⅱ. 서구 기독교 사회의 변화와 개신교 복음주의
3. 서구 기독교의 선교와 개신교 복음주의

근대 기독교 선교에 있어 국가가 종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는가 하는 것은 선교의 방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정교분리를 분명한 원칙으로 하는 미국과 그렇지 않은 러시아나 기타 유럽 국가들의 선교정책을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다시 말하면 정교분리가 확립된 나라에서 선교는 사적인 일일 뿐 국가적인 사업이 아니었고,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선교는 공적인 일이자 국가적인 사업이 된다.

정교일치(프랑스), 제정일치(러시아), 관용령(영국)의 경우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선교를 보호하는 일차적인 경우를 프랑스 천주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천주교는 원래 정교일치 사회였다. 그래서 천주교 국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확장은 곧 천주교의 확장이었다. 18-19세기에 이르러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계승한 것이 바로 프랑스다. 사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반(反)천주교 운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강력한 천주교 보호정책을 썼다. 프랑스는 자국 선교사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천주교 선교사까지 보호하겠다고 나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이려 했다. 프랑스의 천주교 선교는 이런 국가의 보호 아래 이뤄졌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러시아는 제정일치 사회였다. 러시아 황제는 러시아정교회 대표였다. 그러므로 러시아정교회의 선교는 곧 러시아 제국 확장의 일부였다. 우리는 이를 러시아의 한국 선교에서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러시아의 조선 선교가 시작된 것은 1897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칙령으로 명령한 것을 출발로 한다. 이 칙령에 의해 러시아정교회 공의회는 조선 선교를 결의했다. 따라서 러시아 선교는 러시아 정부의 보호와 지원 아래 이뤄졌다. 러시아 대사관은 정교회의 부지 확보 뿐만 아니라 신자 확보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같은 러시아정교회의 정교유착은 한국 사회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영국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회지만, 이미 17세기 말부터 관용령이 통과돼 타 신앙에 관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공회 이외의 종교에는 차별이 존재했다. 이러한 차별이 폐지된 것은 19세기 중엽이다. 이것이 영국의 선교정책에도 반영돼, 영국은 영국인에게 영국국교회인 성공회를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1858년 인도를 직접 지배하면서 이를 천명한 다음과 같은 포고문을 발표했다.

우리 신념을 신민 중 누구에게 강요하려는 권리와 욕망을 다같이 포기한다. 그들의 종교적 신앙이나 관례 때문에 총애를 받든지, 또는 성가신 일을 당하거나 불안을 당하게 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며 모두가 다같이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 없는 보호를 누리게 하는 것이 우리의 국왕이 뜻하는 바이며 기쁨이라는 것을 선언한다.

하지만 영국의 통치가 기독교 선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적어도 영국은 인도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다는 것이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영국 사회에서 주장하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것이다. 이것은 선교의 기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세운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강조

그러면 정교분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선교는 어떠한가? 미국은 선교를 근본적으로 사적인 영역으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미국은 다른 나라와 국교를 수립할 때 다른 나라의 종교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기했다. 미국은 1854년 일본과 조약을 맺을 때도 이 원칙을 지켰고, 필리핀을 점령했을 때도 이 원칙을 지켰다. 그러나 정교분리의 원칙과 아울러 미국이 강조하는 것은 신앙의 자유다. 따라서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도 자국민의 신앙의 자유를 지키려 노력했고, 아울러 현지인에게도 가능한 대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 주려 노력했다.

사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이처럼 자유로운 종교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돼 왔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사실 종교개혁 좌파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국가로부터 도움보다는 박해를 받아왔다. 이런 복음주의적 개신교가 국가에 요구한 것은 국가의 도움이 아니라 어떤 종교든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런 복음주의 요구에 맞게 국내적으로도 종교시장을 개편했고, 국제적으로도 이런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 왔다.

그러면 복음주의가 이런 새로운 종교시장에 맞게 자신을 새롭게 적응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복음주의가 대중에게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종교를 설명하는 방법을 배웠고(기독교의 기본진리),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언어를 개발했고(토착언어 사용), 대중들이 좋아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찬송가), 이것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지 잘 알았고(지성보다는 감정), 이것을 위해 헌신할 사람들(선교사)을 양성했다. 선교를 국가의 힘에 의지하는 천주교나 정교회보다 개신교 복음주의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돼 자유로운 종교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더욱 잘 적응할 준비가 돼 있었다.<계속>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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