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정원사에서 선교사로, 윌리엄 캐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현대 선교의 아버지 윌리엄 캐리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현대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캐리는 1761년 8월 17일 노스햄톤(Northampton)에 위치한 폴러스푸리(Paulerspury)라는 작은 마을에서 베 짜는 직공 에드몬드 캐리의 아들로 평범하게 태어났다. 캐리는 단 10살까지 정규 학교를 다녔지만, 어릴 때부터 늘 자신이 구할 수 있는 책은 모두 구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서광이요 책벌레였다.

어릴 때부터 식물 및 자연과학에 관심이 특별히 많았던 캐리는 첫 직업으로 정원사를 선택했다. 그러나 피부가 워낙 연약해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면 염증이 생기기 일쑤여서 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를 피팅톤에 사는 친구인 구두 수선공 크라크 니콜스(Clarke Nicholos)의 견습공으로 보내 당시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인 신발 만드는 기술을 배우도록 했다. 이때부터 그의 직업은 구두 제조업자로 바뀌었다.

그는 어린 시절 잉글랜드 교회에서 성장했지만, 사춘기 시절 친구와 같이 회중교회를 다니면서 그곳에서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회심한다. 회심에 도움과 영향을 미친 사람은 구두 직조공으로 함께 일했던 친구 와르(John Warr)였다. 캐리는 가끔 친구 와르와 함께 밤새도록 기독교와 신앙에 대해 논쟁하곤 했다.

캐리는 와르와의 수많은 토론과 논쟁을 경험하면서, 단순히 기독교 신앙을 마음에 받아들이고 예배만 드리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리스도와 진정한 인격적 만남으로 신실한 크리스천이 돼 세상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한 것이다. 1779년 2월 10일 국가 기도일 캐리는 와르의 권유로 샤클톤 대중 기도회에 함께 참석했다. 기도모임 중에 캐리는 하나님의 깊은 음성을 듣고 자신의 모든 생애를 그리스도께 헌신하고 남을 위해 모든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는 1781년 직장 주인 처제인 도로시 플레킷(Dorothy Plackett)과 결혼했다. 당시 도로시는 25세였고, 캐리는 20세의 생일을 맞기 직전이었다. 결혼 이후 그들은 피팅톤으로 이사해 크리스천으로서 한 가정을 이루고 신실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는 불우한 마을 아이들을 위해 야학을 열었다. 그는 동시에 자신이 어학에 탁월한 달란트가 있음을 발견하고 시간을 쪼개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독학으로 마치고 원어성경을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언어로 된 기독교 서적을 읽기 위해 그는 라틴어, 이태리어, 프랑스어 및 화란어 등 현대 유럽 언어와 인도어, 벵갈어 등 동양 언어를 독학으로 습득했다.

다양한 언어가 습득되자 그는 다양한 주제의 여러 책들을 구입해 폭넓은 지식과 학식을 습득했다. 1785년 피팅톤에서 18km 떨어진 몰튼마을의 한 학교는 탁월한 지식을 지닌 캐리를 정식 교사로 임명했다. 교사로 초빙된 캐리는 그곳에서 구둣가게를 동시에 운영하며 어려운 학생들과 이웃을 돌보는 신실한 크리스천의 삶을 보여줬다. 1785년 케터링 근처 몰턴에 있는 침례교회는 신학과 성경에 탁월한 그를 평신도 목사로 임명했고, 1787년에는 정식 목사 안수를 줬으며, 1789년에는 레스터 하비 레인교회로 목회 임지를 옮겼다. 당시 노샘프턴 목사회 일원이었던 그는 구원받지 못한 이교도들을 개종시키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회의에서 목사들을 만날 때마다 그런 주제로 토론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어 이교도 개종을 위한 선교사 파송을 위한 단체 설립을 노팅검 침례교 목회자회에서 결의했다. 설교자로 나선 그는 이사야 54장 2절을 인용해 깊이있는 말씀을 전했다. 그때 그는 이교도 개종을 위한 하나님의 사자로 부르심을 받은 확신이 있었고, 그의 열정과 진실함 때문에 당시 설교를 들은 많은 청중들의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영혼의 문이 활짝 열려 몇년 동안 모아진 물이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았다’고 라일랜드 박사는 고백했다.

집회 이후 이교도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특별 침례교협회가 설립됐고, 캐리가 첫 선교사로 임명받아 1791년 인도로 향했다. 처음에는 남태평양 군도로 가고 싶었지만, 친구요 외과의사인 존 토머스가 인도의 의료선교사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선교지를 인도로 바꿨다.

첫 선교지 생활은 그가 고백한 것처럼 욥과 같은 처참한 생활이었다. 아들을 이질로 잃었고, 사랑하는 아내는 정신 착란증을 일으켰으며, 물질은 이미 바닥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탁월한 어학 실력을 기초로 성경 번역사업에 전념했고, 대중 설교로 인도인들을 회심시키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1800년 말 드디어 한 사람의 인도인이 세례를 받았는데, 인도 선교회 활동 7년만의 첫 열매였다.

이후 13명의 벵갈인이 기독교인으로 세례를 받았고, 2년 후에는 개종한 벵갈인 청년들이 고질화된 인습을 깨고 결혼식을 올렸다. 캐리의 지도를 받은 천민 신분의 그리쉬나 딸이 귀족 신분인 브라만과 결혼했던 것이다. 캐리의 선교 동료 위드는 이를 ‘카스트에 대한 위대한 승리이다. 브라만과 수드라가 결혼을 하다니, 그것도 기독교 식으로’라며 감격했다.

1809년 캐리와 동료 선교사들은 40개 언어로 성경을 번역했다. 1815년에는 420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성인 개종자가 세례를 받아 총 1천명이 넘는 세례 교인 공동체를 이뤘다. 1819년에는 인도인 학생들을 위해 세람포르 대학이라는 기독교 학교를 설립해 기독교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주력했다.

1829년 72세가 되면서 자신의 죽음을 마음으로 인지한 캐리는 ‘나는 선교 기지였던 세람포 부지 및 모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어떤 권리나 자격 등을 포기한다. 나는 여기서 어떤 권리나 자격도 갖지 않았고,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다’는 유언장을 머리 위에 놓고 조용히 잠들었다. 묘비에는 평소 유언대로 ‘1761년 8월 17일 출생, 1834년 6월 9일 죽음. 가엾고 비천하고 연약한 벌레 같은 내가 주님의 온유한 팔에 안기다’라고만 적혀 있다.

세기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은 진리 하나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꿋꿋하고 지조 있게 남을 위해 헌신한 자는 위대한 열매를 맛보게 되며 존경받게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을 포함한 많은 현대인들은 너무나 인본주의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어서 하나님과 이웃보다 오직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머리를 깊게 사용하며, 자신에게 떨어질 조그만 유익만을 구하며 살아간다. 캐리의 헌신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몸 바치는 사랑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자신을 아름답게 만드는 유일한 샘물임을 기억해야 한다. 남을 위해 죽는 것이 곧 나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캐리는 말하고 있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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