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칼럼] 워싱턴 포스트(WP)에 배우라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언론이라고 하는 것이 오늘날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모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때로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언론이고, 대중들의 흐름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는 것이 언론이니까요. 따라서 언론의 타락은 사회를 망치는 일이요 국가를 해롭게 하는 것이요 국민을 병들게 하는 일입니다.

제가 형편없이 생각하는 언론은 특정 대상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언론입니다. 어느 누구라 해도 잘 하기만 하고 실책을 범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법인데 칭찬만 일삼는다면 그런 언론은 비판 기능을 잃은 사이비 언론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대상이라고 해도 잘못은 지적해야 하며 실수는 수정하도록 압박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겠는지요?

지금은 독재 시대가 아닙니다. 바른 소리를 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끌려가거나 언론기관이 정지를 먹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압력은 있을 수 있지만 언론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당할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 설혹 위협을 당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올바로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니겠는지요? 그런데 무엇을 하든지 잘 한다는 식의 뉴스만 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정 대상을 향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언론 못지않게 잘못된 언론이 있습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비난만 일삼는 언론입니다. 잘 하기만 하는 사람이 없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못하기만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형평성을 잃은 채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대로 비난하고 잘하는 것조차 색안경을 끼고 보던지 아예 잘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침묵만 한다면 그것은 비겁한 행동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삐딱한 시각을 가진 언론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비판일색이면서 그것이 마치 정의로운 것인 양 착각하는 언론이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날은 부정적인 견해가 긍정적인 견해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항상 날을 세우고 있는 언론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 역시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것 이상으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인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한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노벨평화상의 가치가 추락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특별한 업적이 드러난 것도 아닌데 노벨평화상을 준다고 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란이나 북한과의 핵 협상만 해도 진전이 없는 상태이니 위와 같은 비판이 일리를 가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대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또 한편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그의 지도력을 인정받은 것이며 동시에 미국의 가치가 입증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정인에 대한지지 여부를 떠나 아직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인 데다가 손에 잡히는 업적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칭송이라고 하는 것은 뭔가 어색해보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워싱턴 포스트(WP)의 태도입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이상하다고 평가하였고 오바바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본 뒤 수여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분명한 비판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WP)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언론이라고 하는 것이 제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워싱턴 포스트(WP)가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비판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틈이 벌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떤 이슈에 있어 워싱턴 포스트(WP)와 오바마 대통령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상한 점은 이상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워싱턴 포스트(WP)가 제대로 된 언론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밸평화상 수상에 대해 무조건적인 칭송도 아니요 무조건적인 비판도 아닌 정당한 비판을 가하는 워싱턴 포스트(WP)의 모습은 언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부분에서까지 그렇게 형평성을 잃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노벨평화상 사안에 대해서만은 인정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언론사들이 있습니다. 그 언론들은 현 정부를 향해서든, 각 정당을 향해서든, 국제 문제를 향해서든 공평한 잣대를 가지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또 반대 입장에 서서도 안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설혹 지지하지 않는 대상이라 해도 잘 하는 것은 인정해줌으로써 격려해줄 수 있어야 하고, 지지하는 대상이라 해도 틀린 부분은 틀렸다고 말함으로써 고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 그것이 바람직한 언론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선진화는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맞물려 있다고 할 때 언론의 변화가 너무나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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