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중국옷 입은 테일러에게 동료들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중국 내지선교사 허드슨 테일러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중국 내지선교사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는 1832년 5월 21일 영국 요크셔 반즐리의 경건한 감리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반즐리를 본부로 한 순회설교단 소속 탁월한 설교자였다. 허드슨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방문한 각지 목회자들이 자신의 집 응접실에서 중국 선교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어린 허드슨은 어른들의 중국 선교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자신도 때가 되면 훌륭한 중국 선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17세의 청년이 된 허드슨은 소책자를 읽다 감동을 받고, 어릴 때부터 가슴에 품어 온 중국 선교사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허드슨은 18세쯤 반즐리에 있는 회중교회 어떤 목사가 빌려 준 메드허스트의 <중국>이라는 책을 접했다. 그는 책을 통해 중국 선교를 위해선 무엇보다 의학을 공부하는 게 좋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즉시 헐에 사는 친척인 의사 하디 박사를 찾아가 그의 조수가 돼 본격적으로 의학을 공부하였다. 그는 아주 형편없는 집에 세들어 살면서도 모든 수입의 3분의 2를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했다. 점심은 빵과 사과로 때우면서도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보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성도로서 실천했다.

1853년 9월, 그의 나이 21세에 허드슨은 항구에 마중 나와 기도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중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1854년 이른 봄, 상해에 도착한 그는 중국 복음화선교회에 가입하고 공식적인 선교사 사역을 시작했다. 그때 중국은 태평천국의 난과 홍건적의 침입이 절정에 이르러 사회·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였다. 총탄이 귓가로 날아오거나, 대포알이 집 근처에 떨어지는 경험은 다반사였다. 선교사 허드슨은 그런 가운데서도 무모할 정도의 담대함을 보였다. 오직 성경만을 손에 들고, 위험한 상해 전역을 돌며 10회 이상이나 전도여행을 감행했던 것이다.

상해지역 전도여행 중, 그는 신실한 부흥사 윌리암 번스와 행복한 만남을 갖게 됐다. 번스는 박학다식한 사람이며, 훌륭한 인격을 지닌 목회자였다. 번스는 허드슨의 영적인 아버지로 수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약 7개월간 중국 선교사로 동역했다. 이들은 험악한 날씨와 낯선 환경,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 강도의 위협 속에서도 예수만을 전하고 다녔다. 위기가 올 때마다 허드슨은 동역자 번스와 함께 기도했고, 같이 울었다.

젊고 순수했던 허드슨의 눈에 비친 당시 중국 선교사 대부분은 필요 이상으로 물질적 낭비가 심했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허드슨은 그러한 선교사들을 멀리 떠나 한적한 곳에서 중국 현지인들과 어울렸다. 당시 중국인들 문화인 변발을 하고, 중국 옷을 일부러 입고 생활했다. 동료 선교사들은 기이한 선교사 허드슨을 시기해 공격을 가하면서, 젊은이의 객기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번즈는 테일러의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여기고 자신도 변발과 중국 옷을 같이 입고 선교했다.

1860년 선교사 허드슨은 더욱 깊은 의학 지식을 터득하기 위해 장기 휴가를 얻어 영국에 들어갔다. 그 때 허드슨은 중국인 조수를 데려가 닝포 신약전서의 개역판을 만들었고, 중국 내지선교회를 설립했다. 중국 내지선교회를 위한 규정에는 중국에서의 선교 경험과 그의 강직한 성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쓸데없는 간섭을 피하기 위해 교단을 탈퇴하며, 경험이 별로 없는 노동자 계급 출신들을 선발해 직원으로 썼다. 오직 하나님께만 매달리는 재정의 운영원칙을 세워 사람들에게 헌금을 호소하거나 인간적인 도움을 요구하는 것을 엄격히 금했다. 다른 단체와의 경쟁은 절대로 금했으며, 효율적인 현지 사역을 위해 선교본부는 영국이 아닌 중국 본토에 두기로 명문화했다.

위와 같은 선교회 원칙에 따라 중국 내지선교회는 중국 땅에서 1865년 정식으로 출범했다. 허름한 건물에서 시작한 교회의 교인 수는 이후 1년도 되지 않았던 1866년 크리스마스 무렵 이미 60명을 넘기는 기적을 낳았다. 그가 세운 병원에는 환자들이 하루 200명씩 몰려들었다. 시간이 흐르자 그가 세운 교회 성도 수는 1500명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수많은 영혼들이 병원과 교회로 몰려들어 엄청난 부흥을 경험했다.

그러나 선교사 허드슨에게도 어려움이 닥쳐왔다. 양조우 사건을 오해해 중국에서 일하던 선교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외국 선교사들이 대포와 총검으로 중국인들에게 기독교 신봉을 강요했고, 견디다 못한 현지 중국인들이 들고 일어나자 선교사들이 영국 함대에 보호를 요청하면서 중국과 영국이 전쟁 일보 직전에 와 있다는 소문을 중국 매스컴이 퍼트렸던 것이다.

테일러 일행은 비난의 대상이 될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로 인해 몇몇 후원자들의 지원까지 줄어들어 선교부 재정은 심각할 정도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기로 작정하고 나선 중국 선교사 허드슨은 오직 기도로 모든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1904년 6월 1일 허드슨은 72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시신은 중국 전장에 있는 가족묘지에 안장됐다.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능력만을 신뢰한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가 오늘 아침 유난히 그리워진다.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으로 매사를 해결하려 덤비는 현대 사회와 교회에 그의 신실한 삶은 귀중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하나님의 방법으로, 성경에 나와 있는 방법으로만 사역할 때 우리는 참된 승리를 경험할 수 있다. 19세기 복음의 불모지 중국 땅에서 교파를 초월해 일한 허드슨의 선교 사역은 오늘 우리들에게 그대로 반추되고 있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감리회

감리회 아펜젤러·스크랜튼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 4월 6일 개최

준비위원장 박동찬 목사 등 참석 우크라이나 사망자 수송용 희망의 구급차 & 아프리카 급식비 전달식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이하 감리회)는 오는 4월 6일(주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내 최초 감리교회인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담임 천영태 목…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동대구역광장 가득 메운 탄핵 반대 국민들

부산·인천·춘천·구미·전주·대전 등 12지역서 일제히 “헌재, 국민 뜻 거역 못 해… 탄핵 인용한다면 반역” 서울선 젊은 연사들 대거 등장, 자유민주 수호 외쳐 대한민국 전역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8일 전국에서 동…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로 보는, 기독 의료인들의 헌신과 지속 가능성

OTT 넷플릭스 시리즈로 호평받고 있는 는 웹툰 및 웹소설 기반 작품으로,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지훈(백강혁 역), 추영우(양재원 역), 하영(천…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 기도회

“기도할 때, 탄핵 정국 끝나고 대한민국 새롭게 회복”

‘국가와 민족을 위한 부활절 준비 1차 기도회’가 2월 9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예배는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개최했다. 준비위원장 엄진용 목사 사회로 정동균 목사(기…

서울교시협

서울교시협, 신임 대표회장에 이기용 목사

섬김과 플랫폼 은사로 조화 도모 하나님 나라 이뤄지도록 섬길 것 오세훈 시장 “성경적 가치 절실한 순간, 든든하게 일상을 지키겠다” 서울특별시교회와시청협의회(서울교시협) 신임 대표회장에 이기용 목사(신길교회)가 선출됐다. 2월 10일 오전 서울 영등…

CGN

차인표·최종상 <바울로부터>, 제41회 기독교출판문화상 대상

출판문화상 총 158종 출품돼 최우수 9종, 우수 27종 선정 제41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대상에 최종상 선교사·차인표 배우가 쓴 가 선정됐다.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이하 출판문화상)은 한국기독교출판협회(대표 박종태 장로, 이하 기출협)에서 주관하는 기독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