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할로윈: 적극적, 선택적, 대체적, 배타적 수용

시카고=김준형 기자  newspaper@chtoday.co.kr   |  

미국의 한인교회들, 다양한 모습으로 할로윈 준비

▲지난해 구세군교회가 개최한 Fall Fest.

▲지난해 구세군교회가 개최한 Fall Fest.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31일이 되면, 마녀나 도깨비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며 “Trick or treat”를 외친다. 할로윈은 미국의 가장 대표적 어린이 축제로 자리잡은 절기지만 요즘은 대학생이나 성인들도 이날만큼은 각종 의상으로 분장하고 거리를 다니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그러나 기독교적으로 볼 때 할로윈은 결코 반가운 절기만은 아니다. 할로윈은 미국에 이민 온 아일랜드인의 풍습에서 시작된다. 켈트족은 11월 1일 새해가 시작된다고 믿었고 1년의 끝은 10월 31일로 여겨졌다. 이날은 죽은 영혼과 귀신, 유령이 이 땅에 내려온다고 믿었고 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켈트족들은 유령의 의상을 입고 집을 무시무시하게 꾸몄다. 이렇게 하면 유령들이 자신을 같은 편인줄 알고 해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이 켈트족의 풍습에 가톨릭이 11월 1일 전통적으로 지켜 오던 만성절이 결합하며 All Hallow’s Eve인 10월 31일이 Halloween으로 명명됐다.

보통 기독교계는 할로윈을 반기독교적 문화로 규정해 왔다. 그 유래가 이교적 마녀 풍습에서 시작됐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마귀, 악마로 분장해서 거리를 다니는 현상만 봐도 결코 기독교적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부모들은 “어린이들이 그냥 즐기는 문화다”라는 측면에서 이를 오히려 권장하고 재밌게 즐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요즘은 교회도 할로윈을 무조건 금기시하기보다는 어린이들이 할로윈을 교회에서 보내며 오히려 기독교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시카고 지역 한인교회들도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할로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는 “적극적 수용”이다. 할로윈의 이교적 분위기를 배제하지만 문화적 요소는 적극 받아들여서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 삼는 형식이다. 구세군 메이페어커뮤니티교회는 지난해에 이어 할로윈에 Fall Fest를 연다. 이날 교회에서 캔디와 초콜릿, 선물을 나누어 주며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놀이기구를 설치한다. 작년에 구세군교회는 이 행사를 지역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홍보해 350여명의 어린이들이 교회에서 할로윈을 보냈다. 이중 70% 이상이 라티노였으며 그 나머지가 한인, 백인과 타인종들이었다. 구세군교회는 할로윈의 문화를 이용해 지역사회 복음화의 기회로 삼고 있는 유형이다. 한사랑장로교회도 지역 어린이들을 초청해 Hallelujah Night을 연다. 한사랑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미국인교회 어린이들, 지난 여름 VBS 참가 어린이들 약 50여명이 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며 맛있는 식사와 찬양, 게임, 갓스 이미지의 특별공연 등이 준비돼 있다.

“선택적 수용”도 있다. 한인서부교회는 가을축제에서 할로윈 의상 콘테스트를 한다. 어린이들이 가장 즐기는 것이 아무래도 재미난 의상을 입는 것이니만큼 어린이들이 친환경적이며 기독교적인 의상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할로윈의 문화적 요소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형식이다. 한인서부교회는 가을축제에서 게임과 노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 수용”은 가장 많은 교회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갈릴리감리교회의 어린이 축제, 그레이스교회의 Fall Faith Fest, 헤브론교회의 Holy-Win Fun Fair,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의 Hallelujah Party, 포도원교회의 Gospel Night, 엑소더스교회의 Hallelujah Night, 살렘연합감리교회의 Fall Fun Festival,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의 Halo-ween Party는 교회가 나서서 어린이들이 할로윈을 대체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는 형식이다. 이 교회들은 할로윈이 끼치는 영적 문제에 집중해 이 절기와 문화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며 기독교적으로 이 날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타적 수용” 형식은 주로 보수적 한인교회가 선호한다. 시카고한인교회는 Hallelujah Party로 할로윈을 보낸다. 배타적 수용의 핵심은 게임과 놀이 외에 예배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할로윈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 외에 아예 예배까지 드려 이에 대한 영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시카고한인교회는 10월 31일을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축제의 날로 선포하며 교회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친구들을 초청하는 전도의 날로 삼을 계획이다. 시카고한인연합장로교회도 Holywins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하며 각종 놀이와 함께 예배를 드린다. 참길장로교회도 출애굽기를 주제로 Blessing House라는 기독교적 행사를 연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전한길 선관위

전한길 강사의 외침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

이 글은 전한길 강사가 2025년 1월 19일 유튜브 채널 ‘꽃보다 전한길’에서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라는 주제로 열변을 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이다. 최근 많은 분들이 내가 왜 이처럼 목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궁금…

갑바도기아 토칼리 동굴 교회

갑바도기아 동굴 교회 성화들, 눈이나 얼굴 벗겨진 이유

동굴 교회들, 어디든 성화로 가득 비둘기 알과 물 섞어 사용해 그려 붉은색은 포도, 노란색은 샤프란 갑바도기아, 화산 활동 지형 변화 동굴에서 박해 피하며 성화 그려 무슬림, 성화 눈 빼고 얼굴 지워 오전 8시가 지나자 ‘록타운(Rock Town)’ 여행사 안내직원…

예장 개혁 정서영 총회장 “자유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아”

한기총 “사랑의교회, WEA 재정 지원 중단해야”

재정 지원 급급, 매관매직 우려 봉사 경력 2-3년에 부총무 임명 종교다원주의 의혹 해소가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에서 ‘사랑의교회는 WEA에 대한 재정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친이슬람, 친중 인사인 사무엘 창 부총무는 사…

뭉크

<절규> 에드바르트 뭉크가 그린 <골고다>

십자가 그리스도 주위 군상들 기독교 없는 고통과 갈등 초점 사적 감정 토로할 이미지일 뿐 현대 예술, 문화적 자살인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를 말할 때 떠오르는 것은 (1893)라는 작품이다.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지 이 작품은 뭉크의 대…

조명가게

<조명가게> 구원 서사, 감동 있지만 효능감 없는 이유

OTT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 이곳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배우 주지훈과 박보영을 비롯해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

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 넷째 날

“복음 없는 통일은 재앙… 性오염 세력에 北 내주면 안 돼”

제33차 복음통일 컨퍼런스(북한구원 금식성회) 넷째 날 성회가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 주최로 경기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1월 16일 진행됐다. ‘분단 80년,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에 7:3)’라는 주제로 전국과 해외에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으…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