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원주민들이 앞다퉈 복음을 듣고 싶어했던 여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칼라바르의 여선교사 메리 슬레서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칼라바르의 선교사 메리 슬레서는 1848년 스코틀랜드에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집안의 일곱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매우 무지했던 메리의 아버지는 대를 이은 극심한 가난을 비관, 매일 술로 세월을 보내다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급기야 그녀의 아버지는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났고 폐인으로 전락했다. 메리는 어려운 가정을 살리려 11살이 되던 해 에버딘의 방직 공장에 취업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직장 생활을 하는 불우한 ‘반일제 학동’이었다. 14살부터는 아예 학교 생활을 그만두고, 매일 10시간 이상씩 일하는 전업 노동자가 됐고, 13년 동안 그런 생활이 지속됐다. 그녀는 수도와 전기, 화장실이 없는 혼잡하고 더러운 빈민가에 살면서 집과 방직 공장만을 오가며 생활했다.

그런 슬레서에게 교회당에서의 예배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녀는 어느 날 칼라바르(지금의 나이지리아) 선교사의 설교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칼라바르 선교사가 돼 예수 복음을 전하고 싶은 꿈이 가슴 깊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인데다 매우 천한 노동자 신분이어서 그 비전을 감히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교정보지를 통해 마음으로 늘 존경하던 선교사 리빙스턴의 사망 소식을 1876년 접하고 그의 뒤를 이어 칼라바르 선교사가 될 것을 서원했다. 마침 여성도 선교사 후보로 받아주는 선교회가 설립되자 그는 즉시 선교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1876년 8월 선교 지부의 파송을 받아 그때까지도 노예 매매에 관여하던 서남아프리카 칼라바르로 떠났다.

메리는 칼라바르 듀크타운에 정착해 현지 언어를 배우며 선교사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는 늘 내륙 깊숙한 곳에서 역동적으로 교회 개척을 하고 싶었다. 이후 3년도 안돼 말라리아를 여러 번 앓았던 그는 병가를 가졌다가 사역에 복귀하면서 내륙 선교의 기회를 얻었다. 그곳은 주술과 마술, 사악한 풍습들이 복음 사역을 가로막았기에 성과는 천천히 진행됐다. 쌍둥이가 태어나면 아빠와 쌍둥이들을 모두 죽이고, 엄마를 먼 지역으로 추방하는 무서운 풍습이 있었다. 메리는 그들의 악습을 없애려 추장 및 원주민들과 투쟁했으며, 추방된 여자들과 쌍둥이를 돌보는 사역도 겸했다.

이후에도 극심한 말라리아로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안식년 휴가를 보내게 됐다. 이후 다시 복귀했을 때 어머니와 누이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슬픔 대신 이제 깊은 오지에 들어가도 염려할 가족이 없다며 큰 자유를 느꼈다. 그리고 많은 선교사들이 목숨을 빼앗겼고, 과거에 들어갔던 백인들 중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던 오지 오코용으로 들어갔다.

당시 오코용은 사나운 에픽족과 격한 전쟁 중이어서 매우 위험했다. 그러나 슬레서는 목숨을 걸고 그곳에 들어가 25년 이상 원주민들과 사역했다. 스코틀랜드 식의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 던지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었으며, 전통 신발인 즈크신을 신었다. 수입한 음식은 전혀 먹지 않고, 원주민들이 상용하는 전통 음식을 먹었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슬레서를 매우 존경하고 환영했다. 그들은 메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충고를 구했다.

또 그녀는 스코틀랜드에서 배운 의술로 원주민들의 질병을 치료했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그에게 성경을 가르쳐 달라고 적극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악한 미신에 사로잡혀 있던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다. 추장들은 메리를 재판장으로 위촉해 원주민들의 재판을 맡겼다. 그녀는 간음한 여인의 사지를 묶고 국소에 끊는 기름을 부어 죽이는 악한 형법을 폐지하는 데 일조했다.

오코용 부족들은 메리를 추앙해 ‘모든 민족의 어머니’ 라는 의미를 지닌 ‘에카 크푸크푸로 오아’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역동적으로 사역했던 메리는 수차례 열병에 걸렸다. 무서운 열병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일하던 그는 1915년 과로로 졸도해 사망했다. 그녀의 시신은 듀크타운 공동묘지에 안치됐고, 모든 원주민들은 조기를 달아 희생적인 수퍼리더 메리의 죽음을 마음으로 추모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한국교회 ‘셀프리더’들에게,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눠준 수퍼리더 메리를 소개하고 싶다. 참된 크리스천은 셀프리더의 모습을 벗어나 수퍼리더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교회가 모두 메리 같은 수퍼리더를 양육하고, 양성하는 기관으로 변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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