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직후 기독교의 위상은 어땠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종교편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7)

▲ 박명수 교수.

▲ 박명수 교수.

Ⅰ. 문제제기: 종교와 국가권력
Ⅱ. 서구 기독교 사회의 변화와 개신교 복음주의
Ⅲ. 한국의 종교시장과 타종교

5. 대한민국의 건국과 기독교(1)

1948년 7월 제정 공포한 대한민국 헌법은 한국 종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헌법 20조는 두 조항으로 돼 있다. 첫째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이며, 둘째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이다. 사실 일본도, 1919년 임시정부의 헌법도 종교의 자유를 말했다. 하지만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정교 분리를 명시한 것은 한국 전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한민국이 종교에 근거한 나라가 아니라 종교와 분리된 세속 사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헌법 조항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것은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실 대한민국 건국에 있어 국교가 부정되고 정교 분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이 미 군정의 정권이양으로 이뤄졌고, 따라서 미국 헌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필자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해방 이후 종교 시장이 어떤 특정 종교가 독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원화됐기 때문이라 본다.

해방 이후 한국의 전통 종교인 유·불교는 자신들의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유교는 많은 사람들에게 구시대 유물로 인식됐고, 일제시대 일본과 싸우지도 못했다. 일부 유교 지도자들은 친공산주의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불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제시대 불교는 일본의 통제 아래 있었다. 그 여파로 해방 이후 불교는 비구승과 대처승 사이 갈등이 있었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한 기독교도 친일의 죄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울러 기독교는 아직 한국 사람들 저변에 확대되지 않아 한국의 종교라 주장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렇듯 어떤 종교도 절대적인 힘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국교 부정과 정교분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사실 대한민국 건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종교는 개신교와 대종교였다. 1948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선서문은 “하나님과 순국선열과 3천만 동포 앞에 삼가 선서함”이라 돼 있다. 여기서 하나님은 개신교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신의 개념이다. 하지만 순국선열은 기독교가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며, 대종교를 비롯한 전통 종교를 의식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서는 다종교 상황을 고려했다.

이미 지적했듯 개신교는 이 땅에 들어온 지 오래 돼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고, 아울러 개신교 국가인 미국이 남한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개신교 신자에는 해방 공간의 정치 지도자인 이승만, 김구, 김규식 등이 있었다.

대종교, 일제와 싸우기 위해 시작된 ‘국혼’

여기서 대종교를 주목해야 한다. 대종교는 한일합방 시기 만들어진 민족종교다. 일본은 대종교를 독립운동 단체로 간주해 박해했으며, 결국 국외에서 활동했다. 이들 중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나왔고, 해방이 되자 대거 귀국해 신생 정부 수립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승만 초대 정부에 개신교 신자 다음으로 많은 숫자를 참여시켰다.

한말 많은 민족주의자들은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강력한 민족종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비록 나라가 망했지만 나라의 혼, 즉 국혼(國魂)이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나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박은식은 국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종교라 봤다. 다시 말하면 일제와 싸우기 위해 강력한 민족종교가 필요했다. 이렇게 형성된 것이 대종교다. 대종교인 가운데는 뛰어난 민족운동가들이 많이 있다.

해방 후 대종교 신자가 정부에 참여하면서 이들은 단군 신앙을 민족의 중심으로 만들려 했다. 대표적인 예가 군정 당시 민정장관 안재홍, 초대 부통령 이시영, 국무총리 이범석, 문교장관 안호상 같은 인물이다. 대종교는 대한민국 정부가 단기(檀紀)를 사용하고 개천절을 만들며, 전국체전을 할 때 강화도 마니산에서 성화를 채화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대한민국을 단군 정신 아래 세우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종교로서의 대종교는 그 후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대종교의 사상은 안호상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안호상은 혈통에 근거한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그 근본에는 단군 신앙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단군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일민주의를 강조했다.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는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했다. 그는 초대 문교장관으로서 민족종교에 근거한 민족국가를 형성하려 했다.

개신교는 단기를 연호로 사용하고 개천절을 기념하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 승격시키려는 데 매우 민감했다. 즉 단군이 민족의 시조로서 존경받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넘어 종교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경계했던 것이다. 이는 이승만의 개천절 경축사에서 드러난다. 이승만은 1949년 제1회 개천절 경축사에서 단군을 신성화하는 것은 일본이 천조대신을 섬기는 것과 같다면서, 단군은 역사적 인물로 국가 조상으로 섬기면 족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 연호로 단기를 사용하는 것도 폐기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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