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의 교회 설립 허가, 그리고 가톨릭과의 충돌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프랑스 종교 개혁 발자취 27] 종교 개혁 당시 교회의 모습 8

3) 성 메다흐 성당 소동 사건(Le Tumulte de Saint-Medard 1561년 12월)

1561년 9월 9일에 시작된 뿌와시 종교 회의는 아쉬움만 남기고 끝났지만 왕궁은 개신교를 수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개신교를 하나의 종교로 인정하는 1562년 1월 생 제르망 관용 칙령(édit de tolérance de Saint-Germain) 발표 이전에도, 기존에 비밀리 모임을 갖던 파리의 여러 개신교 교회 가운데 두 곳의 교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며, 이런 계기로 개혁교회는 더욱 부흥을 하게 된다.

왕궁이 허락한 모임의 한 곳은 Popincourt 영주가 살고 있는 Rue Popincourt의 영주 저택에서의 모임이며, 다른 한 곳은 Canaye 가족의 소유인 ‘족장의 집(la maison du Patriarches)’이라고 불리는 장소에서의 모임이었다. '족장의 집' 교회는 베즈(Théodore de Bèze)가 뿌와시 종교 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가기 전 이곳을 방문하여 설교했던 곳이며, 나바르의 왕 앙뚜완의 동생 꽁데 공작도 1562년 부터 예배를 드리게 된다. 이 족장의 집 교회에서 1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가톨릭 교회인 성 메다흐(Saint-Medard) 성당이 인접하고 있었는데, 족장의 집 교회에서의 대규모의 모임은 가톨릭 교회를 자극하게 된다.

▲왕궁의 허가를 받고 시작된 개신교 교회인 ‘족장의 집’ 교회가 있었던 곳.

▲왕궁의 허가를 받고 시작된 개신교 교회인 ‘족장의 집’ 교회가 있었던 곳.

▲족장의 집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메다흐 성당(Saint-Medard). 메다흐는 531년에 깔뱅의 생가가 있는 느와용(Noyon)의 첫 번째 주교.

▲족장의 집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메다흐 성당(Saint-Medard). 메다흐는 531년에 깔뱅의 생가가 있는 느와용(Noyon)의 첫 번째 주교.

1561년 12월 27일 토요일 오후, 사도 요한의 축제일을 맞아 2천명의 개신교 교인들이 장 말로(Jean Malo) 목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 이곳 족장의 집 교회로 모이게 된다. 그러자 메다드 성당의 주임 신부 앙드레(Saint-André-des-Arts)는 이 모임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교구 교인들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개신교인들의 모임 시간에 성당의 종을 쉬지 않고 친다.

▲메다흐 성당.

▲메다흐 성당.

심한 종소리로 인해 예배의 방해를 받게 되자, 말로 목사는 두 명의 교인을 보내어 종소리를 멈춰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두 명의 교인들은 성당 교구 신도들에게 모욕과 심한 폭행을 당하여 사망하는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한 명의 교인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고, 다른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도망쳐 왔으나 말로 목사의 발 아래에 쓰러져 그대로 죽고 만다.

이 사건을 목격한 위그노들은 격노하게 되며, 보복하기 위하여 무기를 들고 성당을 습격한다. 먼저 성당으로 들어가 가톨릭 교인 몇 명을 살상(殺傷)하였으며, 성당 안의 성상과 스테인그라스와 제단을 깨뜨리며 성물 안치소의 성물을 탈취하였다.

▲메다흐 성당 내부.

▲메다흐 성당 내부.

▲메다흐 성당 내부.

▲메다흐 성당 내부.

▲메다흐 성당 내부.

▲메다흐 성당 내부.

신고를 받고 도착한 당국은 먼저 위그노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급히 공권력을 투입하여 성당의 종소리를 멈추게 하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가톨릭 교인들의 분노를 갖게 한다. 공권력에 의해 종소리가 멈추게 된 것을 안 가톨릭 교인들은 사건 다음날인 주일에 더욱 난폭해졌으며, 위그노 교회를 습격하여 불을 지를 뿐 아니라 폭력으로 100명 이상의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한다.

▲역사 안내판에는 “1561년 12월에 이 지역의 개신교인들에 의해 성당이 약탈당했는데 이 사건을 성 메다흐 소동 사건이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소개하고 있다.

▲역사 안내판에는 “1561년 12월에 이 지역의 개신교인들에 의해 성당이 약탈당했는데 이 사건을 성 메다흐 소동 사건이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소개하고 있다.

당시 군 총사령관 안느 드 몽모렌시 (Anne de Montmorency)는 불탄 개신교 예배당 한 부분을 완전히 파괴시켰으며, 위그노의 재산을 약탈하여 성당 복구 비용으로 사용하였다. 그리고 1562년 6월 14일에 4명의 추기경들이 참석한 가운데 복구 기념하는 큰 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의 계기로 개신교 박해가 전국적으로 번져갔으며, 까뜨린 드 메디치는 소요를 막기 위해 관료들을 지방으로 파견하지만 관료들은 오히려 아무런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수 백명의 위그노들을 처형시키는 악행을 행한다. 성 메다드 사건 이후 ‘족장 교회’는 rue des Fossés-Saint-Jacques로 이전하여 ‘예루살렘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갖게 된다.

프랑스 파리에서, 권현익 선교사
pari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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