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 시절, 기독교가 받은 오해와 진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종교편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8)

▲ 박명수 교수.

▲ 박명수 교수.

Ⅰ. 문제제기: 종교와 국가권력
Ⅱ. 서구 기독교 사회의 변화와 개신교 복음주의
Ⅲ. 한국의 종교시장과 타종교

5. 대한민국의 건국과 기독교(2)

대종교가 민족종교의 기치를 내걸고 신생 대한민국에 단군정신을 불어 넣으려 했다면, 개신교는 반공을 기치로 자유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기여했다. 개신교 국가인 미국이 남한에 진주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승만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개신교는 남한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얻었다. 개신교는 미국과 여러 측면에서 공동 연대가 가능했다. 첫째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적인 공감대였다. 이 둘은 다같이 공산주의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다. 둘째, 개신교는 서구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이었으며, 따라서 미군 통치와 이어지는 해방 공간에서 국제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종교였다. 이런 요소들은 결국 해방 이후 개신교를 다른 종교와 비교할 수 없는 위치에 올려 놓았다.

이같은 개신교의 위치는 해방 이후 한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에 좋은 환경으로 만들었다. 우선 개신교는 우상숭배를 배교행위로 이해한다. 일제 말 다른 종교와 달리 개신교가 신사참배에 반대했던 것도 바로 우상숭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정부는 국기에 대한 최경례인 배례를 강요했고, 이것은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상기시켰다. 개신교는 이것이 종교의 자유를 훼방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례를 경례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이승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국기에 대한 배례를 주목례로 개정했다. 이는 정교분리의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정하는 문제였다. 일본은 신사참배가 종교가 아니라 주장했지만 개신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는 해방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개신교가 강조했던 또 하나는 주일 성수였다. 개신교는 이를 처음부터 생명처럼 생각했다. 일제시대 총독부는 주일에 각종 동원령을 내려 개신교인들을 괴롭혔다. 이북에서도 개신교와 공산주의가 마찰을 빚었던 첫번째 케이스가 바로 주일성수였다. 이북은 주일에 선거를 실시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신교인들은 종교의 자유가 진정 실현되려면 주일성수가 돼야 한다고 봤다. 그 첫번째 경우가 1948년 5월 총선거였다. 총선은 주일에 실시되도록 돼 있었는데, 여기에 강력히 항의한 결과 다음날인 5월 10일 월요일에 실시됐다. 하지만 이는 계속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이승만 정부와 개신교의 큰 마찰 원인이 됐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방송 선교와 형목·군목 제도, 진실은 이렇습니다

일제시대 한국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박해를 많이 받았다. 이는 다른 종교에 비해 일제 종교정책에 고분고분 순종하지 않고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는 개신교의 배경에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있어서 가능했다. 해방이 되자 개신교는 보다 적극적으로 선교를 시작했다. 이는 미 군정과 신생 정부가 개신교 선교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를 간단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먼저 방송 선교를 들 수 있다. 한국교회는 1947년 3월부터 매 주일마다 서울방송을 통해 기독교복음을 전파했다. 그런데 사실은 일제시대부터 기독교는 방송으로 복음을 전했다. 공영방송이 국민에게 종교적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종교는 방송 시간을 다 감당할 수 없어서, 상대적으로 기독교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그러므로 이를 기독교에 대한 특혜라 말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형목 제도를 들 수 있다. 형목 제도는 일제시대 불교의 전유물이었다. 일제시대 개신교도 형목 제도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길이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방이 되자 개신교는 형목을 파송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결국 미 군정 당국은 재소자들이 종교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재소자들은 개신교를 택했다. 해방 이후 이같은 형무소 형목제도는 장면 정권이 들어서면서 타 종교에도 개방됐다.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군목 제도다. 한국 군목 제도는 한국전쟁 이전 해군에서 이미 시작됐지만 정식으로 시작된 것은 1950년 개신교 지도자들이 군목 제도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이승만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개신교와 천주교에 군종 장교를 파송하도록 하면서부터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가 예산으로 군목제도를 지원하면 타 종교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교단에서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원래 다른 종교에도 파송하도록 요청했으나 자체 사정상 합당한 인물을 파송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군목 제도는 보다 깊은 차원에서 설명돼야 한다. 해방 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산주의를 막는 일이었다. 반공은 신생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개신교에도 가장 큰 적이었다. 개신교가 군목을 파견한 근본 이유는 이런 국가 운명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군목 제도는 한편으로 개신교선교 기회의 확대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족 고통에 참여하는 행위였다. 개신교는 이런 방식으로 신생 대한민국 건국에 앞장섰다.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라서 타종교를 박해했나?

헌법에서 말하는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를 포함한다. 개신교는 자신이 믿는 신앙을 가능한 방법으로 확대하려 했다. 이를 특별히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신교는 해방 이후 적극 선교에 나섰고, 가능한 기회를 활용하고자 했다. 여기에 비해 다른 종교는 해방 이후 개신교만큼 적극적으로 포교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이승만 대통령의 종교편향에 관해서다. 이승만 박사가 개신교를 비롯한 기독교에 호의적이었음은 인정한다. 단지 그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그가 반대하는 공산주의를 기독교가 가장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지나친 종교편향 정책을 썼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실 이 대통령은 종교 문제를 직접 다루는 초대 문교부 장관에 대종교인 안호상, 개신교인 백락준, 그리고 불교 총무원장 출신의 김법린을 차례로 임명했다. 특히 깁법린은 재직중 동국대를 종합대학으로 승격시켰다. 이는 이승만이 종교 담당자를 특정 종교에 편파적으로 임명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일부 학자들은 이 대통령의 1950년대 중반 비구승 지지를 개신교 지원을 위한 불교 분열정책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당시 상황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때 이는 지나친 해석이다. 사실 이 대통령은 원래 대처승이 주도하는 총무원과 가까웠다. 이유는 이들이 우익 진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총무원 측은 한민당과 반 이승만 진영에 합류했다. 여기에서 이 대통령은 비구승 측 주장에 귀를 기울였고, 비구승 측은 이승만을 이용해 총무원 측을 견제하려 했다.

아울러 이승만 대통령은 대다수 사람들이 왜색불교 청산을 바라는 상황에서 비구승을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비구승 측은 이승만 정권의 막강한 지원으로 대처승 측을 누르고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불교 개입은 이승만과 비구승 측의 이해, 그리고 당시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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