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셀프 리더’ 아닌, 남 위한 ‘수퍼 리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센병 선교사 웰즐리 베일리(Wellesley Bailey)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한센병 환자를 위한 선교회를 이 땅에 가장 먼저 설립한 웰즐리 베일리는 1846년 더블린 남서부 애비레이시에서 태어났다. 베일리는 그곳 스트래스벨리 주택개발 직원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신실한 신앙을 전수받아 다른 세 형제와 아일랜드 교회에서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는 젊은 시절 사업가의 꿈을 품고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가 큰 돈을 벌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 주신 귀중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크리스천으로서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해 보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권고를 들었다. 그래서 당시 형이 군인 장교로 복무하고 있던 인도행 배를 무작정 타고 떠났다. 인도에 도착한 그는 힌두어를 열심히 배워 훌륭한 경찰이 되려는 마음을 먹었다.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민중의 지팡이로써 의미있는 크리스천의 삶을 살기로 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여러 어려운 사정이 생기자 임관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그는 우연한 기회에 독일 CMS 선교사이자 빈민촌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로이터 목사의 집에 잠깐 체류하게 된다. 그와 함께 주변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면서 마음 속에 어려운 이웃에 대한 측은지심을 품었다. 가난과 육체적 아픔에 시달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예수 복음을 전해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보다, 예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것이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미국 장로교 소속 선교회에 지원해 암발라에 있는 선교회 소속 학교의 교사가 된다. 그곳에서 그는 선교회 지도자인 모리슨 목사를 만난다. 이 만남은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늘 관심이 있는 모리슨 목사와 환자촌을 수시로 방문했다. 그리고 환자들과 교제를 나누면서 그들을 평생 돌보기로 결정했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팔다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아버지가 말씀하신 가장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베일리는 홀로 한센병 환자촌을 방문하면서 그들에게 예수 복음을 열심히 전했다. 그러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복음과 더불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적절한 시설과 좋은 음식, 간편한 의복과 의학적 도움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1871년부터 약혼녀 앨리스 그레이엄과 복음을 증거하면서 환자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 현장에서 만난 친구인 미국인 의사 뉴턴 박사와 팀을 이뤄 심라힐에 있는 사부타에 구빈원을 세웠다. 구빈원에서는 무료로 환자들의 의료, 음식, 의복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자들이 그곳에서 영혼은 물론, 육신의 고통까지 지원받고 치료받게 됐다.

신실한 베일리 선교사를 통해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사역이 지속 성장하면서 무보수로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을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그는 ‘인도 한센병 환자 선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선교협회의 도움으로 제1대 행정 총무가 됐다. 그동안 한곳에 치중했던 현장 사역을 잠깐 멈추고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며 미래 한센병 환자 선교를 위한 사역지를 넓혀갔던 것이다.

1889년 4월, 한센병 환자촌이 있는 몰로카이 섬에서 일하던 다미앵 신부의 사망 소식이 매스컴을 타게 된다. 갑작스런 신부의 사망 소식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베일리 선교사와 한센병 환자들에게 돌리는 계기가 됐다. 먼저 웨슬리 감리교 선교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미얀마(당시는 버마)에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거주지를 세웠다. 인도 이외의 나라에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수용소가 최초로 세워진 것이다. 중국의 항저우, 일본, 남아공, 남아메리카, 수마트라 및 한국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사역 지원요청이 쇄도했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기관이 세워졌다. 인도에서는 정부와 민간 단체들의 관심이 크게 일어나 그의 한센병 선교가 드디어 빛을 발했다.

1917년 베일리는 선교사 직을 사임하면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큰 짐을 절대로 지우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짐을 늘 가볍게 만드십니다. 하나님은 저로 하여금 짐을 지기에 합당한 존재로 만드셨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이후 한센병 환자들을 다른 선교사들에게 맡기고, 1937년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다.

한 사람의 헌신으로 그동안 병 때문에 소외당했던 환자들이 예수 복음을 듣게 됐다. 연약한 선교사 한 사람이 몸과 마음을 헌신하자, 이 땅에 위대한 복음과 선교의 역사가 다시 쓰였던 것이다. 그간 선교 불모지로 남아있던 한센병 환자들의 마음 속에 구원의 서광이 비춰, 쓴 물이 단물로 바뀌는 역사가 나타났다.

이웃을 위해 한 사람이 자신을 던지자, 국가와 민족과 세계가 행복해졌다. 혹자들은 이런 사람을 수퍼 리더라 부른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셀프 리더에 대항한 개념이다. 더 많은 수퍼 리더의 탄생을 염원한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감리회

감리회 아펜젤러·스크랜튼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 4월 6일 개최

준비위원장 박동찬 목사 등 참석 우크라이나 사망자 수송용 희망의 구급차 & 아프리카 급식비 전달식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이하 감리회)는 오는 4월 6일(주일) 오후 3시 30분부터 국내 최초 감리교회인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담임 천영태 목…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동대구역광장 가득 메운 탄핵 반대 국민들

부산·인천·춘천·구미·전주·대전 등 12지역서 일제히 “헌재, 국민 뜻 거역 못 해… 탄핵 인용한다면 반역” 서울선 젊은 연사들 대거 등장, 자유민주 수호 외쳐 대한민국 전역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8일 전국에서 동…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로 보는, 기독 의료인들의 헌신과 지속 가능성

OTT 넷플릭스 시리즈로 호평받고 있는 는 웹툰 및 웹소설 기반 작품으로,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지훈(백강혁 역), 추영우(양재원 역), 하영(천…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 기도회

“기도할 때, 탄핵 정국 끝나고 대한민국 새롭게 회복”

‘국가와 민족을 위한 부활절 준비 1차 기도회’가 2월 9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예배는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개최했다. 준비위원장 엄진용 목사 사회로 정동균 목사(기…

서울교시협

서울교시협, 신임 대표회장에 이기용 목사

섬김과 플랫폼 은사로 조화 도모 하나님 나라 이뤄지도록 섬길 것 오세훈 시장 “성경적 가치 절실한 순간, 든든하게 일상을 지키겠다” 서울특별시교회와시청협의회(서울교시협) 신임 대표회장에 이기용 목사(신길교회)가 선출됐다. 2월 10일 오전 서울 영등…

CGN

차인표·최종상 <바울로부터>, 제41회 기독교출판문화상 대상

출판문화상 총 158종 출품돼 최우수 9종, 우수 27종 선정 제41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대상에 최종상 선교사·차인표 배우가 쓴 가 선정됐다.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이하 출판문화상)은 한국기독교출판협회(대표 박종태 장로, 이하 기출협)에서 주관하는 기독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