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문화축제의 각종 전통종교 행사, 괜찮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종교편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9)

▲ 박명수 교수.

▲ 박명수 교수.

Ⅰ. 문제제기: 종교와 국가권력
Ⅱ. 서구 기독교 사회의 변화와 개신교 복음주의
Ⅲ. 한국의 종교시장과 타종교
Ⅳ. 최근의 이슈들(1)

1. 민족주의 부활과 정부의 민족종교·민간신앙 지원

우리는 위에서 개화기부터 한국 정부의 종교정책을 살펴봤다. 구한말을 포함해 조선 정부는 분명한 종교정책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일제는 불교와 유교는 보호하고, 기독교는 견제하며 다른 종교는 박해했다. 해방 후에는 정교분리 원칙 하에 서양 종교인 기독교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입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속신앙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 소위 민족주의 부활과 함께 한국의 종교 지형은 새로운 상황에 돌입하게 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 사회의 산업화는 종교 지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 줬다. 개신교는 주로 산업화와 동시에 시작된 도시화로 한국인들에게 긍정적인 사고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면서 크게 성장했다. 대표적인 예가 여의도순복음교회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강하게 밀어닥친 것이 바로 민족주의다. 사실 이 민족주의는 박정희가 유신 체제를 강화하면서 소위 한국적 민족주의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강화됐다. 일종의 국가시책이 된 것이다다. 1968년 제정된 국민교육헌장은 모든 학생들에게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했고, 전두환의 제5공화국은 헌법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같은 민족주의의 부활은 민족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일제시대 공인받지 못했던 민족종교는 이 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동학, 증산교, 무속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소위 진보적인 운동권 학자들에 의해 크게 강조됐다. 그들은 민중 종교 속에서 민중의 아픔과 한민족의 정신을 보았고, 여기에 한국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그들에게 일종의 종교였다.

이런 민족종교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국가적인 지원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소위 ‘문화재 보호운동’은 사실 민족종교 보호운동과 밀접하게 관계된다. 사실 종교와 문화는 불가분의의 관계다. 따라서 민족 문화의 보존은 민족종교의 보존과 함께 나타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았던 민족종교가 새롭게 혜택을 받는 종교로 부상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대표적인 경우를 전두환 정권의 국풍(國風)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전두환은 민족종교를 새로운 통치정신으로 삼고, 1981년 국풍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민족문화 축제를 벌였다. 그러나 사실은 민족문화라는 이름으로 당시 강하게 일어나던 반정부운동을 막아보려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민족종교 복구운동이 독재정권에 어떻게 이용됐지를 볼 수 있다.

이런 민족종교 및 민간신앙은 지방자치가 이뤄지면서 더 강해졌다. 전국마다 각종 지방 문화축제가 열리고, 여기서는 전통축제 복원 행사가 많다. 그런데 각 지역 전통축제는 대부분 무속과 연결돼 있다. 그러므로 지역 개신교 단체들의 강한 반대를 받는다. 예를 들면 강릉기독교협의회는 강릉단오제에 대해 시장(市長)을 제주로 진행하고, 무형문화재가 아닌 무당을 불러 비용을 주는 것은 시 예산을 오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기독교와 전통 문화의 갈등은 상징물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가 용산공원 기념물로 용오름을 만들어 설치했을 때 한기총은 여기에 반대했다. 기독교에서 용은 적그리스도의 상징이므로 다종교사회에서 이런 상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청와대 숙정문에서 무당인 인간문화재 김금화 씨를 초청해 액막이 굿판을 벌이려고 계획한 것에 대해서도 한기총은 반대했다. 국가의 예산으로 특정 신앙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통 문화 내지 민간신앙과 개신교의 갈등은 지금껏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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