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45년간 오로지 ‘노예 해방’만을 위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노예해방 운동가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영국의 노예해방 운동가요, 국가 상류층의 윤리를 바로 세운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는 1759년 요크셔 헐의 부유한 가정에서 출생했다. 그의 가족은 원래 색슨족의 후예들로 성공한 상인들이었고, 조부는 유능한 정치인으로 시장을 두 번이나 지낸 인물이었다. 윌버포스는 조상들의 유능한 피를 그대로 이어받아 매우 명석했다. 일곱 살에 문법학교에 들어가 불어·산수·라틴어를 배웠고, 웅변술이 매우 뛰어나 동료들을 매료시키곤 했다. 이후 영국 일류의 포크링턴 학교와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 대학교를 졸업하고, 1780년 약관 21세의 나이로 요크셔 의원이 돼 국회로 진출했다.

25세 때 예수님을 마음으로 영접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됐고, 얼마 되지 않아 타락한 당시 영국 정치계를 떠나 목회자의 길을 가고자 했다. 그러나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을 작사한 존 뉴턴(J. Newton)의 “나는 주님이 국가를 위해 일하도록 당신을 세웠다고 믿으며, 또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고언에 감명을 받고 그대로 남았다. 1784년부터는 헐의 기독교 학교 교장 아이삭 밀러와 함께 유럽 대륙을 두 번 여행,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자신의 남은 인생은 물론 재산까지도 하나님의 일을 위해 모두 바치기로 결심했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써 삶의 비전(목표)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사회 전반에 흥왕하고 있던 노예 매매 페지와 상류층의 도덕성 회복이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은 당시 수많은 부조리를 저지르며 불공정한 삶을 난잡하게 살고 있었다. 간음과 도박은 공공연한 현상이었고, 이는 노예 무역을 통하여 얻은 이득으로 가능했다.

의회에 남은 윌버포스는 하원에서 반노예제 운동의 지도자가 됐고, 1787년 하원에 노예제 폐지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듬해 그는 위원장 자격으로 장장 3시간 30분 동안 노예제가 끼치는 사회적 해악들을 구체적으로 연설했다. 그는 “노예 매매는 너무 엄청나고 무시무시하며 치유할 수 없는 악습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폐지하기 위해 싸우기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결과가 어떠하든 나는 이 시간부터 폐지가 성사될 때까지 결코 쉬지 않겠노라 결심했습니다”고 외쳤다.

그의 감동적인 연설을 들은 제레미 밴담, 로드캐닝, 글로스터 공작과 같은 저명 인사들이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1791년 이래 매년 영국 의회에 노예제도 폐지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폐지 반대운동도 의회 내에 심해져 무려 11번이나 상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노예제 폐지안이 통과되면 나라 경제가 무너질 거라는 유언비어가 떠돌아다녔다. 그는 동료 의원들의 많은 조롱과 반대를 몸으로 겪어야 했다. 어떤 동료 의원은 그를 ‘잔챙이 새우’라고 빈정거렸다. 그러나 윌리엄은 기독교적 확신을 의회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시키려는 열망을 갖고 노예제도 폐지법안 통과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윌버포스의 노예제 폐지운동은 의회에서 서서히 발판을 굳히고 있었다. 그가 적극 추진한 노예제 폐지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1807년 대체안인 노예매매 폐지안이 283대 16으로 영국 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노예매매 폐지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큰 사회적 문제가 생겼다. 노예들의 인권은 보장됐지만, 노예로 팔려나갈 사람들이 국내에 남아 국가경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윌리엄은 노예제도 폐지운동의 동역자였던 클래펌파가 작성한 노예이주 정책 프로젝트를 적극 수용했다. 그의 프로젝트는 노예 및 노예 후보자들의 정착지를 서아프리카에 세워 그들을 이주시키는 거대한 계획이었다. 영국은 그의 프로젝트대로 노예 거주지를 서아프리카에 세웠고,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미 노예로 팔려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크게 성공했다.

노예 제도는 오랜 관습으로 세계 각처에 퍼져 있었다. 미국의 경우 남북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윌버포스의 끈질긴 노력으로 그가 66세로 죽기 3일 전인 1825년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돼 영원히 사라졌다. 장장 45년간의 줄기찬 노력을 인정받아 그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는 영광을 얻었다. 그날 영국의 상·하원에 속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의회 일을 중단했다.

기독교 복음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포함한다. 복음은 살아있어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와 민족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원대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수 복음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영·육 모두 활력있는 삶의 부활이 일어난다. 진정한 복음을 지닌 하나님의 교회가 있는 곳에는 노예폐지 운동가 윌버포스가 이룬 것처럼 세상을 향한 역동적인 개혁이 항상 일어난다. 쓴 물이 넘치는 세상을 단물나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어야 올바른 하나님의 교회라 할 수 있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서울시청 합동분양소 조문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사고 조문으로 새해 시작

방명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기도와 지원에 최선 기울일 것 사회 주요 문제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본부 임원들, 그리고 부장들은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당한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상황.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 운동권 출신들의 폭거”

내란죄 확정도 안 됐는데 공공연히 확정범? 고도의 통치 판단인지 헌재 결정 기다려야 대행의 대행도 탄핵 압박,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체포 영장에 ‘법 예외’ 적시 기막혀 대통령, 직무 정지됐으나 ‘현재 국가 원수’ 체포 동조하는 세력, 민주주의 죽이는…

엔딩 파티

살아 있는 사람 위한 장례식 ‘엔딩 파티’, 긍정적 인식 높아져

건강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엔딩 파티(Ending Party, 餘生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엔딩 파티’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지인들을 초청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사)하이패밀리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세이브코리아 “‘내란 수괴’ 단정? ‘무죄추정’ 따르라”

세이브코리아, 수기총을 비롯한 1200여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통령 탄핵 및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 공수처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내란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

WEC 국제선교회, OW, 오퍼레이션 월드

‘세계 기도 정보 결정판’ 오퍼레이션 월드, 출간 60주년

“세계 기도 정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오퍼레이션 월드’(Operation World, 이하 OW)가 출간 60주년을 맞았다. WEC 국제선교회(WEC International)의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 선교사가 1964년에 발행한 초판은 불과 32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손으로 그린 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