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 대통령령이 선포되지 않은 이 때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워싱톤감리교회 이승우 목사 칼럼

▲워싱톤감리교회 이승우 목사.

▲워싱톤감리교회 이승우 목사.

오는 목요일은 올해의 추수감사절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해마다 11월의 마지막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감사절을 정한 것은 링컨 대통령부터지만 이 땅에 감사절을 지킨 것은 미국이 건국되기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신앙의 전통입니다.

이제는 지켜온지가 오래 되어 추수감사절은 국경일로 정해져 당연히 지키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 해마다 대통령령(Presidential Proclamation)에 의하여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마다 대통령들은 온 국민들에게 한 해를 지내오면서 나라를 지켜 주시고, 우리를 보호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자는 취지의 영을 선포하여 왔고, 그렇게 그 해 선포된 대통령령에 의해 지정된 날을 감사절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령에 의해 추수감사절이 해마다 지켜진다고 하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많지 않고, 해마다 대통령이 감사절을 선포하는 령을 발표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별로 없지만 감사절은 그렇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추수감사절 선포문을 보면 시절이 지나면서 그 내용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초기부터 꽤나 오랫동안 대통령들의 선포문에는 추수감사절의 신앙적 의미가 그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하여, 최근에 들어서면서 발표되는 대통령들의 선언문에는 이러한 추수감사절의 신앙적 의미보다는 추수감사절을 통한 문화적 의미들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즉, 감사절은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감사를 나누는 날’로 그 내용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추수감사절이 ‘오직 하나님께만 감사의 예배를 드려야만 하는 날’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본래 시작된 신앙적 전통에서 문화적 전통으로 그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해가 거듭되면서 전에는 10월 초가 되면 발표되던 선포문도 점점 늦어지면서 최근에 들어서서는 겨우 한 주 전쯤에서야 발표가 되더니, 올해는 아직도 발표되지 않고 있고, 그 대신 지난 주말에 대통령은 이번 한 주간을 가정주간(National Family Week)으로 지키라는 대통령령을 발표하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올해의 대통령 추수감사절 선포문도 발표되지 않는 이 때에, 아니 대통령의 감사절 선포문에 대해 별 관심도 없어진 이 때에, 다시 추수감사절을 맞이하면서 이 땅에 처음 선포된 감사절 선포문을 다시 보며 그날의 의미를 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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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 First Thanksgiving Day Proclamation
Inasmuch as the great Father has given us this year an abundant harvest of Indian corn, wheat, peas, beans, squashes, and garden vegetables, and has made the forests to abound with game and the sea with fish and clams, and inasmuch as he has protected us from the ravages of the savages, has spared us from pestilence and disease, has granted us freedom to worship God according to the dictates of our own conscience.

Now I, your magistrate, do proclaim that all ye Pilgrims, with your wives and ye little ones, do gather at ye meeting house, on ye hill, between the hours of 9 and 12 in the day time, on Thursday, November 29th, of the year of our Lord one thousand six hundred and twenty-three and the third year since ye Pilgrims landed on ye Pilgrim Rock, there to listen to ye pastor and render thanksgiving to ye Almighty God for all His blessings.

William Bradford, Ye Governor of Ye Colony

1623년 첫 번째 추수감사절 선포문
우리의 위대하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인디안 옥수수와 밀, 완두콩과 콩, 호박을 거두게 하셨고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들 역시 풍요롭게 거둘 수 있도록 허락하셨고, 숲속에는 사냥감으로, 바다 속에는 물고기와 조개들도 풍족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야만적인 파괴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셨듯이 전염병과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해주시고 우리의 양심에 따라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자유를 주셨습니다.

이에 저는 여러분들의 지도자로서 선포합니다. 모든 순례자들은 그들의 어린 자녀들과 부인들과 함께 우리가 여기 필그림 락에 정착한지 세번째 해인 주후 1623년 11월 29일 목요일 아침 9시에서 12시 사이에 언덕 위에 있는 교회로 모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러분의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는 예배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지도자, 총독 윌리엄 브랫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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