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수 칼럼] 외모 지상주의의 허상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정인수 목사.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정인수 목사.

얼마 전 한국의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여대생의 발언이 한국 사회에 일파만파의 대란을 일으켰다. 그 방송에 출연한 이모 씨가 작은 남자에 대해 “키는 경쟁력이다. 180센티미터 이하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되었다. 이 씨의 발언은 곧 인터넷 게시판의 가장 뜨거운 논쟁이 되었다. 그녀의 발언과 각종 이미지를 패러디한 글과 사진이 유명 사이트 게시판에 도배되었다. 심지어는 “김정일이 3차 서해교전을 일으킨 이유는? 160cm도 안 되는 자신을 비난한 이 모씨가 미워서.”라는 유머 풍자가 나돌기도 하였다.

한 여대생의 철없는 발언으로 한 사회가 이렇게 소용돌이친다는 것에 이미 희극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또 그런 발언을 부추긴 한국 방송의 품격을 생각해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늘날 한국 대중문화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 하지만 뻔히 문제가 될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시청률을 의식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려고 선정적인 방송을 감행한 방송 제작사의 의도도 문제 삼아야 한다. 그 발언을 한 이모씨를 “제적시켜야 된다”, 또 “매장해야 된다”고 울분을 퍼붓는 행위도 자제되어야 한다. 이모 씨는 다만 외모 지상주의가 빚어낸 허상에 빠져 사는 철없는 여대생일 따름이다.

오늘날 현대사회의 새로운 우상은 외모 지상주의가 아닌가 싶다. 세상이 온통 외모를 꾸미고 겉모습을 가꾸는 모습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인터넷 페이지를 열면 각종 선정적인 외모를 지닌 여성들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내면적인 도덕과 품성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그런 연예인들이 이 시대의 가장 화려한 스포트를 받고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외모주의에 편승되어 젊은이들은 오로지 자기를 꾸미는 데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다. 내면의 깊은 영성을 키우고 시대를 향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그런 모습은 도저히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세상이 감각적이며 퇴폐적인 상태로 빠져 들어가고 있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런 세상 시류에 영향하여 외모지상주의라는 새로운 우상을 섬기며 살아 나간다. 현대인들은 깊이 묵상하고 사유하며 내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꾸어 가는 진정한 위너(Winner)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외적인 루저가 되어 사회에서 따돌림받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자기에게 주어진 신체, 외모 등 많은 부분들은 선천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부모가 작은 키면 그 유전형질로 인해 작은 키가 될 수 있다. 또 환경적으로 부유해 어린 시절부터 좋은 음식과 좋은 영양분을 공급받으면 외모가 수려할 수가 있고 키도 훌쩍 커진다. 그 외모지상주의란 다만 좋은 부모를, 좋은 환경을 만났을 때 주어지는 선물이 될 뿐이다. 선물이란 그것을 가지고 자기의 것으로 자랑할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것이다. 그렇게 받았음을 감사로 인정할 따름이다. 진정 내세우려고 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갔던 입지전적인 열매일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도 신앙의 시각에서 보면 하나님의 은혜일 따름이다.

십자가에서 ‘처절한 루저’로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했던 예수님은 진정한 위너가 되셨다. 외모와 언변이 변변치 못해 거짓 교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루저’라고 외면당했던 바울은 진정한 사도의 영성이 되었다. 대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과 능력을 보여준 선지자의 롤 모델이 되었던 엘리사는 어떠한가?

외모주의의 허상에 따라 결혼을 한 적지 않은 남녀들이 훗날 고통을 당한다. 쉽게 이혼을 하고 쉽게 그 다음 재혼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결국 남는 것은 후회일 따름이다. 그들은 진정 눈여겨 보아야 할 상대방의 인격이나 내면의 성숙함을 외면한 단세포적인 시각의 결과로 행복해야 할 결혼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교회들도 지나친 외적 성장 지상주의라는 우상에 빠져 있지 않는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진정한 영성의 위너, 진정한 성숙의 위너로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한다.

오늘날 외모지상주의의 허상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외적 성장주의에 빠져 있는 교회들에게 주는 씁쓸한 자화상이 루저의 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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