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권 칼럼] IT 불사조 인텔의 힘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美 메릴랜드 새소망교회 안인권 목사.

▲美 메릴랜드 새소망교회 안인권 목사.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1년이 되는 지난달 15일 세계 증시는 ‘인텔 효과’로 부풀었습니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 인텔이 금융위기를 딛고 불사조처럼 일어선 것입니다. 인텔은 3분기 매출 94억 달러에 순이익 19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대비 감소율은 각각 -8%, -8.1% 거의 정상치를 회복한 수준입니다. 게다가 인텔은 4분기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의 4분기 예상 매출은 95억 달러였지만, 인텔은 97억-105억 달러의 예상치를 내놓았습니다. 인텔의 주가는 이날 한때 6% 이상 치솟았습니다.

세계 투자자들이 인텔을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텔이 마이크로 프로세서(CPU)칩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은 PC 및 전자기기의 핵심부품입니다. 인텔의 실적은 그대로 세계PC 및 전자기기의 판매량을 반영합니다. 인텔은 위기를 극복하여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을 더욱 확고하게 틀어쥐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텔의 PC용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 시장점유율은 올 3분기 80.6%를 기록, 15분기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인텔이 애플, 구글 등과 함께 놀라운 실적(Surprisingly robust profit)으로 IT 부활을 이끌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물론 예외 없이 인텔도 창업할 때부터 세계적 기업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968년 창업 당시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1년간의 역사 속에서 수 없는 위기를 거쳐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텔은 특유의 적응력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겨왔습니다.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로버트 버겔만은 “인텔은 탁월한 적응력으로 성공했다”고 평했습니다. 위기를 돌파하는 인텔의 놀라운 적응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인텔의 CEO 폴 오텔리니(Otellini)는 “편집광(Paranoid)”이라고 대답합니다. 어느 하나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편집광 문화는 창업자 앤디 그로브 회장의 경영철학이자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앤디 그로브 회장은 홀로코스트의 위기에서 생명을 걸고 탈출한 사람입니다. 그는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입니다. 생사의 고비를 수없이 넘었던 그가 가지고 있는 생존철학이 인텔의 생존철학인 것입니다. 생존원칙의 제1원칙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인텔의 금융위기 속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선전하고 있는 비결이 Speed입니다. 바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인텔에 있어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련은 처음 시련이 아닙니다. 2003년 당시 인텔은 AMD와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무선 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마이크로 세서와 관련 기술 개발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 결정은 미래를 예측한 것이었고 결국 ‘센트리노’라는 이름의 제품이 엄청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연구개발 체제도 더 빠르게 재편하여 3년 개발 주기를 2년으로 줄여 기술 선도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IT의 생명은 속도에 있습니다. 기술개발속도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옵니다. 인텔의 직원은 칸막이 없는 오픈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합니다. 언제든지 누구든지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을 중요시합니다. 열린 환경에서 지속적인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텔은 평등하면서도 나태해지지 않도록 엄격한 자기 규율을 강조합니다. 한 예로 1971년부터 1987년까지 최고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아침 8시 5분 이후에 출근하면 서명하는 ‘지각 명부’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평등한 만큼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진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끊임없는 경쟁이 불가피한 IT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자기혁신과 자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인텔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제조업체지만 잠재적 경쟁자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반도체 기업만을 경쟁자로 보지 않습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라면 누구든 잠재적 도전자로 봅니다. 이런 경쟁이야말로 인텔이 선도적 위치를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입니다.

인텔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오랫동안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경쟁력과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사상 최대의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변화의 필요성을 파악한 경영진은 금융위기가 오기전인 2006년 높은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2만 명의 직원 감축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제품 생산량 중가를 이루고 그 후 3년 만에 4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이루게 됩니다. 집요함과 스피드가 인텔의 노하우이며, 생존 철학이며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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