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구세군 교회의 최초 설립자 윌리엄 부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19세기에 이미 소시민 은행건립 꿈꿔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구세군 교회의 최초 설립자로 알려진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목사는 1829년 4월10일 영국 노팅험(Nottingham)에서 태어났다. 나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구세군의 어머니’로 불린 동갑내기 캐서린 멈포드와 1855년 6월 결혼해 9명의 아이를 키웠다.

그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가장인 아버지를 잃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전당포에서 일하게 됐다. 전당포 방식의 거래를 매우 싫어했지만, 맡겨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6년간 도제 실습을 했다. 가장이 없는 어려운 가정을 어린 나이에 홀로 꾸려가던 윌리엄은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15세 때 고통 해소의 방편으로 감리교회에서 크리스천이 됐다. 고향 노팅험에 있는 웨슬리 교회에 등록해 매주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교회를 출석하면서 부스의 선교에 대한 관심과 재능은 확실해졌고, 특히 자신처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지대했다. 병들고 가난한 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생명을 걸고 메시지를 전하러 다녔다. 이후 그는 감리교 목사가 돼 복음 전도사로서 다양한 감리교 종파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일하기도 했다.

구세군 사역을 평생의 목표로 삼게 된 것은 런던의 빈민 거리에서 병든 걸인들에게 설교를 하면서였다. 부스는 런던의 동쪽 빈민가에 살고 있어 가난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전도해서 지역 교회들에 연결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당시 부유하고 존경받는 교회 성도들이 그런 걸인들을 술 취한 부랑자로 간주하고 교회로 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마음이 아팠던 윌리엄 부스는 복음을 받아들였으나 교회 공동체가 성도 되는 것을 거부한 걸인들을 위해 공동체 조직을 만들었다. 그스는 가난한 사람들과 어려운 하층 근로자들 모두가 배척당하지 않고 서로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교회를 세우기 원했다. 런던의 빈민 거리가 바로 그러한 목적을 갖고 구세군을 시작한 최초의 장소였다. 당시 감리교 목사였던 부스가 1865년 런던 슬럼가에서 사실상 구세군 교회를 최초로 설립했던 것이다.

본래 기독교선교회(The Christian Mission)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이 단체는 윌리엄 부스가 1878년 ‘구세군(The Salvation Army)’으로 개칭했다. 그리고 선교단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교회 조직의 모든 구조를 군대식으로 변경했다. 그는 비어있던 퀘이커교도 묘지 위에 천막을 치고 걸인들을 위한 구세군 교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에 살고 있던 못된 사람들이 몰려와 집회를 방해하고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사명에 불타는 부스는 그런 행패에도 끄떡없이 기도하며 복음 사역을 계속했다. 그해 말에는 하나님의 은혜로 약 60명 정도의 회심자가 생겼고, 권투선수였던 피터몽크와 주정뱅이 아줌마 마더무어도 같은 사람도 그 속에 끼어 있었다.

빈곤한 대중들에 대한 그의 관심은 복음을 전하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한 기계화 및 자동화로 퇴출된 수천명의 단순 근로자들이 발생했다. 그들은 하루 아침에 직업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며 슬럼가를 형성했다. 실직한 일용직 근로자들과 가족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한 현실을 바라 보면서 부스 목사는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재정립하게 됐다. 복음을 전하는 영적 사역과 함께 불우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쉴 곳을 제공했다. 가난으로 매춘을 하게 된 연약한 여성들을 위한 숙박시설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그램들도 운영했다.

1890년대 초에 그는 영국을 사회적 불행으로부터 건져낼 야심적이고 거대한 계획을 담은 ‘최암흑 영국으로부터의 탈출(In Darkest England-and the WayOut)’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토머스 헉슬리경 같은 사람은 윌리엄 부스의 거대한 계획을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비난에도 기죽지 않고 정부의 도움을 적절히 받으면서 거리로 내몰린 수천명의 실직자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노동(인력)교환 서비스센터를 개장했다. 또 매년 런던에서 9천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실종되는 것을 발견하고 실종자 찾기 사업도 시작했다.

윌리엄 부스는 사회 낙오자들에게 공정한 노동과 쾌적한 환경이 주어지는 농장 거주지 설립도 꿈꿨다. 가난한 자들을 위한 소시민 은행 건립을 원했고, 그들을 위한 법적 도움을 제공했다. 구세군은 실직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시급했으므로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어 빈민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것이 오늘날 전세계 108개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구세군 사회봉사 네트워크의 시작이었다.

구세군 교회의 최초 설립자 윌리엄 부스는 하나님의 사랑을 설교했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질적으로 실천한 참된 목회자였다. 또 복음과 빵을 동시에 전달한 지혜롭고 마음이 따뜻한 소시민이었다. 누구보다 검소했던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적금 통장도 갖지 않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던, 19세기가 낳은 예수의 참된 사도였다.

하나님의 교회는 세상의 모순을 성경대로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입으로만 예수를 외치는 소극적인 집단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더불어 현실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사랑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 21세기의 바울 사도는 로마황실이 만들어 놓은 대로를 돌아 다니며 예수 복음만을 전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 세우신 복지제도를 복음과 동시에 사용해 하나님을 전파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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