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받던 때 왕성하던 교회가 ‘종교자유’ 주어진 지금…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프랑스 종교 개혁 발자취 31] 바시 대학살의 진상 3

7. 오늘날의 바시 교회 후손들

바시 교회가 설립되던 성탄절에 주변 도시 교인들을 포함하여 3천여명이 모였으며 학살 당시 주일에는 1,500명이 예배에 참석하였다. 이는 5백년이 지난 현 프랑스에서도 가장 큰 교회의 교인 숫자이다.

바시 교회를 방문한 필자는 그 후손들이 여전히 선대(先代)의 신앙을 잇고 있는지 궁금하여, 주민들에게 이 지역에 교회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바시에는 개신교회가 존재하지 않으며, 디지에(Saint Dizier) 지역에 개신교회가 있으며, 현재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74명이나 순교하고 1백여명이 상해를 입었던 바시 교회의 후손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까? 이 궁금함을 확인하기 위해 교회 주소도 모른 채 무작정 20Km 떨어진 디지에로 갔다. 생각보다 제법 큰 도시였으며, 그 지역 주민들에게 개신교회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한 사람이 개신교회를 본 적이 있다고 하여 그의 말을 듣고 갔지만 가톨릭교회였다.

포기하고 돌아갈까를 생각하기를 여러번.. 자동차로 이동 중 마침 개신교회를 알고 있다는 사람에게 교회 위치를 확인하였다. 교인은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대략 50여명 정도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지금은 목회자가 없다고 알려주었다. 차를 타고 도로에서 급히 교회 형편을 물어본 것이라, 교회를 찾아가도 목회자를 만날 수 없다는 말인지, 목회자가 현재 없다는 말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Saint Dizier 교회 위치.

▲Saint Dizier 교회 위치.

어렵게 찾아간 교회의 게시판에는 Saint Dizier와 주변 Bar le duc 지역에 유일한 교회로 1903년에 현재 교회가 세워졌음을 알리는 광고판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바시 대학살 때 1,500명의 교인 숫자가 현재는 더 넓은 두 지역을 통틀어 5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에 가슴 아팠다.

▲바시 후손들이 세운 Saint Dizier 교회.

▲바시 후손들이 세운 Saint Dizier 교회.

▲Saint Dizier 교회 역사를 알리는 광고판.

▲Saint Dizier 교회 역사를 알리는 광고판.

▲1903년에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머릿돌.

▲1903년에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머릿돌.

숫자로 신앙을 평가할 수 없지만 청소되어 있지 않은 교회 외벽이 주는 쓸쓸함을 보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는 왕성하던 교회가 예배의 자유가 주어진 지금은 신앙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미실이 사라진 선덕여왕에게는 내부 분열 뿐”이라는 어느 글처럼, 큰 고난이 사라진 현 바시 교회는 신앙의 자유함이 주어졌음에도 정작 신앙의 힘을 잃었음에서 얻는 교훈이 있었다. 고난 없는 형통은 육신의 안락함이 있을지 몰라도 우리의 영혼을 파리하게 만들기에, 적당한 고난의 삶이 유익하다는 것이었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 119:71)

8. 바시 박물관을 유지하기도 힘든 바시 교회 후손들

현 바시 교회는 열악한 상황 속에 있었지만 그 선조들이 겪은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고 알리려는 그 노력은 귀감(龜鑑)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관하고 있는 5백년 전의 역사 자료집은 너무나 볼품 없는, 복사용지로 만든 책이 고작이었다. 가난하고 약했던 바시 순교자들의 역사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아 책 한 권 편찬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그 자료집에는 소중한 역사들이 고스란이 기록되어 있었다.

▲책으로 출간하지 못하여 복사로 만들어진 역사책.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책으로 출간하지 못하여 복사로 만들어진 역사책. 한국교회의 도움으로 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언젠가 이곳 학살의 현장을 찾아오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작은 정성들이 모여 책으로 출간되어 그들의 역사를 당당히 알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9. 총을 사용한 자 총으로 망한다

바시 대학살의 주범 프랑수와 기즈는 오흘레앙(Orlean)의 르와르(Loire)강 남쪽 지역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장 드 뽈트로(Jean de Poltrot de Méré, 1537–1563)에 의해 암살당하였다. 장은 몇 년 전 ‘앙부아즈 학살’ 때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 당한 것에 대한 복수였다.

개신교와 가톨릭 간의 종교 전쟁이던 1563년 2월 18일에 그의 아내는 개신교와 화해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기즈는 그의 아내를 만나기 위해 군사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던 중 저격을 당하였다. 사망 전 그는 가족들에게 신앙적 유언을 남기고 2월 24일 44세로 숨을 거두었다.

▲기즈를 암살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장 드 뽈트로.

▲기즈를 암살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장 드 뽈트로.

▲기즈의 저격 장면.

▲기즈의 저격 장면.

기즈가 죽은 장소를 찾기 위해 오흘레앙 근처 르와르 강변으로 갔다. 강가 작은 길에서 그가 저격당했던 장소를 알리는 ‘기즈의 돌’이라는 팻말을 발견하고 쉽게 그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현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마침 동네 주민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그 현장에 도착하였지만 역사 안내판은 떨어져 나가고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기억해주지 않는 그의 죽음인데도 왜 그리도 악한 인생을 살았는지 생각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기즈의 돌’, 기즈가 저격 당한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

▲‘기즈의 돌’, 기즈가 저격 당한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


▲떨어져 나가고 없는 역사 안내판.

▲떨어져 나가고 없는 역사 안내판.


▲기즈의 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는 기즈 저격 장소의 돌.

▲기즈의 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는 기즈 저격 장소의 돌.

프랑스 파리에서, 권현익 선교사
pariskwon@hanmail.net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