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종교편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12)
Ⅰ. 문제제기: 종교와 국가권력
Ⅱ. 서구 기독교 사회의 변화와 개신교 복음주의
Ⅲ. 한국의 종교시장과 타종교
Ⅳ. 최근의 이슈들(4)
1. 민족주의 부활과 정부의 민족종교·민간신앙 지원
2. 정부의 전통종교 지원과 개신교의 반발
3. 단군상 문제와 민족 종교
4. 교육의 평준화정책과 사립학교의 통제
일제시대 한국 개신교와 조선총독부 사이 가장 큰 마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육 문제였다. 일본은 교육이 궁극적으로 국가가 담당하는 것이라고 보는 반면, 개신교에서는 사립학교를 설립 이념에 따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이런 사학의 자율성이 존중됐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와 같은 사학의 자율성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케이스가 바로 평준화 정책이다.
평준화 정책은 1969년 서울에서 시작된 중학교 무시험 추첨 배정제도부터 시작됐고, 이는 곧 바로 전국으로 확대됐다.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1974년도부터 시작됐다. 이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대부분이 평준화 정책 아래 있다. 이 평준화 정책은 개신교 계통 사립학교에 큰 영향을 줬다. 기독교 계통 학교도 정부가 추첨으로 배정하는 학생을 받아야만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학교의 재정을 지원해 준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는 추첨을 통해 원치 않게 들어온 학생들에게도 종교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기독교 관련 수업을 거부했다. 사립학교는 건학이념을 펼치기 어려워졌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립학교에서 선교의 자유와 학생들의 종교 자유 사이에 무엇이 우선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직도 이 문제는 재판에 계류 중이다. 1심에서는 학생의 종교 자유를 우선하는 재판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신앙교육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고, 학생에게 타 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므로 종교 자유를 해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사립학교 설립 이념의 구현과 종교의 자유가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방법으로는 사립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주고 학생에게는 학교선택권을 주며, 국가는 세금을 공립학교에 지원하고 사립학교는 재정을 자립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종교 교과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학교에 종교 교과목을 개설하려면 반드시 다른 과목도 복수로 개설해 학생들에게 종교 과목이 강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것은 일제시대처럼 사립학교의 기독교 교육을 제한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한국교회는 강력 반발했고, 결국 시교육청은 한기총 등에 사과하고 종교 교육에 대한 규제 지침을 제한시켰다. 만일 사립학교가 국가 제정 교과목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면 사립학교는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교 교육이 필요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도 유익이 될 것이다.
최근까지도 개신교와 정부 사이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사학법 개정이다. 사학법 개정의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다. 다시 말하면 개방형 이사 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이사회에 들어오게 해서 학교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사립학교 측은 개방형 이사가 들어오면 설립이념과 다른 방향으로 학교가 운영될 위험이 있으며, 개방형 이사제를 통해 좌파적인 인사들이 학교에 들어와 학교 운영권을 간섭하려 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개신교 미션스쿨은 설립 이념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사적 재산권의 보호다. 만일 사적 재산이 공공의 이름으로 침해당한다면 자본주의는 그 근본부터 흔들리게 된다. 사실 사립학교의 투명성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투명성을 이유로 학교운영의 주체를 흔들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