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19C 무디의 설교, 21C인 지금도 통할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현대 대중 복음전도자 드와이트 무디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미국의 현대 대중 복음전도 운동가로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진 드와이트 무디(D. L. Moody)는 1837년 매사추세츠 노스필드(North Field)에서 소작농이자 석수인 에드윈 무디(Edwin Moody)와 베시 홀튼(Betsy Holton) 사이에서 여섯 번째 자녀로 태어났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셨다. 이후 아버지가 살아있을 동안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집안에 있는 가구들마저 빚 대신 가져갈 정도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무디는 그토록 어려운 가정형편에 도움이 되고자 어린 나이임에도 학교를 중단하고 인근 농장에서 비정상적인 아동 노동을 해야 했다.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는 평생 철자법도 제대로 몰라서 죽을 때까지 배운 자들을 만나면 늘 주눅이 들었고 그들을 불편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17세 때인 1854년 그는 집을 떠나 보스턴에 살고 있는 외삼촌 사무엘 홀튼(Samuel Holton)이 경영하고 있던 제화점에 영업사원으로 취업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극복하고 부자가 되려는 꿈과 열정으로 억척스럽게 일했던 그는 5년만에 7천달러라는 큰 돈을 모았다. 그러다 1855년 회중교회의 교회학교 교사였던 킴볼의 지속적인 전도로 회심하여 신실한 기독교인이 됐다. 회심 후에는 시카고로 건너가 회중교회 교회학교 교사로 빈민가 어린이들을 전도하는 사역을 열정적으로 담당했다.

빈민가에 살던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구두를 팔듯 겸손하고 화려한 언변으로 전도해서 수많은 아이들을 교회로 인도했다. 아이들은 무디의 동정어린 따뜻한 마음과 유머있는 탁월한 언변에 끌려서 교회에 나왔다. 급기야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무디반 아이들의 수는 6백명을 훨씬 넘게 됐다. 그들을 수용하기에는 교회당이 너무 비좁아 인근 술집을 빌려 공과 수업을 진행할 정도였다.

복음의 열정에 사로잡힌 그는 1875년 시카고 빈민가에 교회를 설립했다. 그는 구두판매원 출신답게 쉽고 설득력 있는 설교를 예화와 함께 섞어 청중들에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성도들의 수준을 고려해 적절한 예화를 담은 설교를 열정적으로 선포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인근의 불신영혼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미친 무디’라 불렀다.

당시 미국에서 대중 가수로 인기를 누리던 아이라 생키(Ira D. Sankey 1840-1908)와의 만남은 무디에게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았다. 영국 요크에서 집회를 열었을 때 아이라 생키가 부른 특별찬양 때문에 수많은 불신자들이 회심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무디와 생키는 듀엣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지를 순회하며 뜨거운 말씀과 감동적인 찬양으로 집회를 열었다. 그들이 복음전도 집회를 개최할 때마다 주최측이 준비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폭넓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비형식적이고 쉬운 무디의 설교와 생키의 감미로운 찬양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많은 불신자들을 교회로 불러들였다. 그들의 집회에 참여한 부유층 청년들마저 안락한 과거의 삶을 포기하고 어려운 선교현장에서 헌신하기도 했다. 회심한 부유층 젊은이들은 런던 최악의 이스트엔드 슬럼가에 들어가 복음을 전했다.

무디와 생키는 남북전쟁 때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군인들을 위해 미니 복음전도 집회를 개최하곤 했다. 군인들의 상황과 수준에 맞게 재미있고 유쾌한 집회를 열자 수많은 군인들이 모여들어서 회심했다. 이러한 그들의 열정적인 활약은 청년들로 하여금 해외선교 특히, 아시아와 조선 선교(한국선교)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무디는 생애 말년에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설교했으며, 영국을 가끔씩 방문해 복음전도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일에 대한 중압감과 무거운 체중으로 심장병에 걸린 그는 1899년 62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19세기 수많은 영혼들이 무디의 쉬운 설교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었고, 교회로 인도함을 받았다. 그러나 목회자로 정상적인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무디는 인간에게 주신 이성적 능력을 배제하고 감정에만 호소하는 설교 방법을 전도집회 때마다 주로 사용했다. 실제 무디의 전도집회는 당시 대형교회들의 문제점들 중 하나였던,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종교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청중들은 자신이 정말 그리스도의 복음에 복종할 수 있는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자기 성찰도 하지 않고 단지 감성적이고 재미있는 집회 분위기에 이끌려 일시적으로 그리스도인이 되기도 했다. 무디의 전도집회를 통해 교인이 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식을 선용해 잘못된 사회 및 교회의 현상을 성경적으로 건전하게 비판하거나, 기독교적인 건강한 대안을 제시할 줄 모르는 무지한 기독교인으로 남을 위험을 늘 안고 있었다.

19세기를 살았던 성도들의 지적 수준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무디 같은 예화 중심의 쉬운 설교기법은 당시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설교를 통해 19세기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회심을 경험하며 구원을 얻었던 것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무디가 사용한 19세기 설교기법을 21세기 오늘날의 교회에서도 동일하게 구사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지는 목회자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성경은 영원하되, 성경을 설교로 듣는 성도들의 수준은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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