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회장 후보 토론회서 한층 치열한 공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에서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WCC 정체성 공방은 22일 CTS기독교TV 사옥에서 열린 TV정책토론회에서도 어김없이 부각됐다. 열기는 지난 18일 공동기자회견보다 한 층 더 뜨거웠다.
양병희 목사(공동회장)가 사회를 진행하고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정남수 교수(그리스도대)가 패널로 나선 이날 토론회에는 후보자 각각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으나 각자의 신학적 기조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적그리스도”, “흑백논리 피해야” 여전히 핵심 쟁점
모두발언에서부터 WCC를 화두로 꺼낸 기호 1번 홍재철 목사(예장 합동)는 ‘복음주의 절대 사수’ 입장을 시종일관 이어 나갔다.
홍 목사는 “WCC는 동정녀 마리아를 부인하고 성경을 사람이 쓴 책이라 말한다. 또한 다른 곳에도 구원이 있다고 한다”며 “한기총의 설립 이념이 무엇인가. 보수 신학이 주체가 된 한기총의 설립 이념을 계승해 나가겠다. 대회를 방해하진 않겠으나 한국교회가 신앙의 잠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다종교사회에서 연합을 강요받을 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른 종교의 의식들을 모두 비판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삼위일체와 구원론을 부인하는 단체는 이단이자 적그리스도다. 물과 기름은 하나될 수 없다. 이단보다 위험한 것은 자유주의 신학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유기적 관계 속에서 협조할 방안은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대사회적, 국가적 차원이라면 얼마든지 함께 나아갈 수 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선 주님의 신성을 모독하는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왕 보수’가 되어야 한다”며 “이런 것과 타협하며 구원을 얻는 방법이 있다면 좀 가르쳐 달라”고 되물었다.
반면 기호 2번 한영훈 목사(예장 한영)는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해야 한다. 단 흑백논리는 경계해야 한다”며 세 후보 중 가장 유연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 목사는 “복음주의가 다른 단체와 다른 점은 뭔가”라는 질문에 “한기총은 그간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도모해 왔으며 이를 높이 평가한다”며 “색깔과 성향의 차이가 있지만 진보도 사회참여 등에서 나름대로 기여해온 바가 있다. 차이점만 강조하다 보면 공통분모가 흐려진다”고 지나친 단절을 경계했다.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한기총이 어떠한 모습으로 정체성을 세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보다 전문화되고 주도적이어야 한다”며 “교단일치와 연합, 나아가 한국사회 연합과 일치의 도모에 있어서는 정치 집단이 되어서도, 하나님이 없는 문화를 이용해서도 안 되고 분명한 복음주의적 신학 노선과 성령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이광선 목사(예장 통합)에게는 WCC와 직접적인 질문이 없었지만, 그는 “복음주의라면 조금 다른 이들도 더 많이 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목사는 “한기총을 수구세력의 전형으로 이해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복음은 변할 수 없지만 이를 전하는 방법은 시대마다 달라야 한다. 순수한 복음을 전하되 문화의 옷을 입혀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특별 연구단체를 만들어 방법론을 연구하고 싶다. 학생들로부터 프로그램이 ‘쿨하다’는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서로에게 직접 질문 공세, 긴장감 고조
무난하게 진행되던 토론회는 마지막 후보자들이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순서에서 홍 목사가 WCC와 관련해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먼저 홍 목사가 한 목사에게 “애매한 입장을 표명하고 계신데 다른 종교에 구원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확실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질문하자 한 목사는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WCC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한국교회가 양분화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한 목사는 “하지만 일단 세계적인 대회를 유치하게 된 이상 물러설 필요는 없다”며 “정면 돌파해야 한다. 종교다원주의, 혼합주의, 인본주의, 세속주의, 성경무용론,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알고 대회를 유치해야 한다. 성숙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이러한 것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선택해도 된다”고 답했다.
홍 목사는 다음으로 이 목사에게 “‘나무아미타불 아멘’이 기독교의 근본 교리에 정면 배치되는 것을 통합 내 많은 목사님들도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는 데 앞장서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이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이름으로 아멘을 했다는 것에 대해선 분노한다. 사도들이 전해준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가 있을 것이라는 성경의 말씀을 잘 안다”며 “하지만 한기총의 연합정신을 생각한다면 누구와도 함께 사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기총도 7대종단협의회에 들어 가있고 대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 역시 혼합주의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목사는 이어 자신의 순서에서 홍 목사에게 역공을 펼쳤다. 이 목사는 “비판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WCC의 헌장은 읽어보기나 했는가”라며 “정치집단이라 비난했는데 WCC 내에는 순복음도 있고 통합교단도 속해 있는데 이곳도 정치 집단인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홍 후보는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는데 그곳이 바로 WCC의 장학금으로 세워졌다는 것을 아는가. 비판하면서 교육받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목사는 “연세대는 내가 등록금을 다 내고 다녔다. 그때도 학교의 에큐메니칼 운동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며 “이단도 처음에는 정통 신앙을 견지하다 나중에 변질된 것 아닌가. 통합 목사님 대부분이 복음주의자이지만 다만 몇 명의 지도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