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역사 개신교, 언제까지 ‘서양 종교’인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종교편향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14·끝)

▲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교회사).

▲ 박명수 교수(서울신대·교회사).

Ⅰ. 문제제기: 종교와 국가권력
Ⅱ. 서구 기독교 사회의 변화와 개신교 복음주의
Ⅲ. 한국의 종교시장과 타종교
Ⅳ. 최근의 이슈들
Ⅴ. 맺는 말: 자유로운 종교시장을 위해

우리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국의 종교와 국가의 관계를 다뤘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복음주의 개신교는 이미 정교분리의 원칙을 알고 있었고, 이를 실천해 왔다는 것이다. 사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유럽의 비국교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국가 종교와 싸워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종교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주장이 실현된 곳은 미국부터다. 미국 복음주의는 국가 도움 없이 교회를 만들었으며, 이런 과정에서 대중에게 접근하는 법을 배웠다. 다시 말하면 복음주의 개신교는 종교시장을 이해하고 있었고, 소위 ‘구매를 강요받지 않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는 다른 종교와 비교하면 매우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다른 종교는 이런 종교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종교를 사회통합의 기초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종교 다양화는 사회 분열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슬람·불교 사회는 종교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이슬람에서 개종이 금지된 사실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 점에서 기독교는 세속화를 경험했고, 이웃 종교와 공존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다.

기독교 사회인 미국이 타 신앙과 공존하는 길은 종교를 국가 권력에서 분리하는 일이었다. 특히 복음주의 개신교는 자신의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다른 신앙과 공존하는 법을 배웠다. 미국 헌법은 국가가 참 종교를 판단하는 기능을 부정했다. 대부분의 종교는 자신의 교리를 절대적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각 종교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입증이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이웃 종교와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국가는 모든 종교들에 공정한 경쟁의 룰을 제공함으로써 자유로운 종교 시장을 제공하고,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택하는지는 전적으로 종교 소비자들에게 달린 문제로 놔둬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에 나타난 정교분리 정신이다.

그러면 근대 한국 역사는 이와 같은 다종교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가? 먼저 조선은 이런 다종교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쇄국정책을 썼다. 쇄국정책은 근본적으로 종교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화의 물결 앞에 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신교가 들어오고 천주교가 용인됐다. 아울러 일본의 도움으로 불교도 일정 부분 차별에서 벗어났다.

이에 조선 정부는 서양 종교는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해 자유를 용인했지만, 불교는 정부가 직접 통제하려 했다. 유교도 국가 종교의 위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종교 시장이 개방됐지만 이는 매우 초기의 것이었다. 서양 종교 중 개신교는 특히 신앙이 국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선택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믿어 국교 제도를 반대했고, 국가로부터 도움도 받지 않았다.

이런 종교시장은 일제시대 들어 더욱 왜곡됐다. 일본은 자신의 통치에 유리한 종교는 보호하고, 자신의 통치에 방해되는 종교는 견제했으며, 도전하는 종교는 박해했다. 일본의 통치에 유리한 종교는 신도, 불교와 유교, 방해되는 종교는 기독교, 도전하는 종교는 대종교를 비롯한 민족종교였다.

여기에 일제시대 심각한 종교 시장의 왜곡이 일어났다. 유·불교가 일본의 보호를 받은 것은 해방이 되자 큰 짐으로 나타났고, 한동안 한국 종교에서 중심이 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민족종교는 심한 박해를 받아 국내에서는 발전할 수 없었고, 외국에서 활동했다. 여기에 비해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일본 당국과 종교자유 문제와 관련해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사립학교·종교법 제정, 신사참배에 대한 도전 등은 모두 자유로운 종교 시장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개신교는 국가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방 후 한국 종교 시장은 새롭게 개편됐다. 미 군정은 종교 시장의 왜곡을 상당히 바로잡았다. 우선 신도를 제거하고 유교를 국가 통제에서 해방시켰으며, 민족종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견제를 풀었다. 이승만 정부는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 특히 당시 한국 사회를 이끌던 종교는 기독교와 대종교였다. 개천절 실시, 단기 사용, 홍익인간의 교육이념 제정 등은 초기 한국 사회가 대종교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드러낸다.

이런 대종교의 등장은 한국 사회가 단군을 중심으로 하는 민족 공동체를 강조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방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반공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가져다 줬다. 이 새로운 과제를 잘 이해하는 종교는 바로 기독교였고, 이는 해방 후 기독교가 한국의 중심 종교로 등장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불교다. 정부는 불교가 해방 이후 비구와 대처 사이 싸움 때문에 일관된 종교 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최근 이같은 종교 갈등은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그 기원은 한국 전통 종교의 부흥과 여기에 맞서는 기독교의 대응 때문이다. 박정희와 그 이후 한국의 군사 정부는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이는 자연스럽게 민족 종교의 지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무속이 한국의 고유 사상으로 등장하고, 단군 신앙이 국가 차원에서 지원됐으며, 불교가 전통 문화의 이름으로 혜택을 받았다. 이런 민족주의적 사상은 바로 서구 기독교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져 역사 교과서의 기독교 왜곡 및 축소로 발전했다.

약간 다른 차원이긴 하지만 이런 정서는 사립학교에서 종교행위 제한이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아울러 개신교 공직자들의 선교 행위를 문제삼아 종교편향방지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 다종교 상황이다. 여기서 개신교는 가장 적극적으로 전도한다. 이웃 종교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공격적인 선교 행위’로 보는 반면, 개신교에서는 선교의 자유라 생각한다.

대한민국 헌법 20조는 종교의 자유, 국교의 불인정, 정교의 분리를 말하고 있다. 종교 자유 속에는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가 포함돼 있고, 국교 불인정 속에는 대한민국이 종교에 근거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특정 종교가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다종교 상황인 한국 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돼야 하는지는 아직 합의 과정이 남았다.

우리가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은 어떤 종교가 참인지 아닌지, 그리고 종교의 내용에 대해 국가가 판단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영역을 넘어선다. 어떤 종교는 신을 인정하고, 어떤 종교는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떤 종교는 배타적이고 어떤 종교는 포용적이다. 그러나 국가가 거기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종교의 외적 행위가 사회의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의무에서 해방될 수는 없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대한민국 모든 종교는 대한민국의 종교다. 따라서 어떤 종교는 전통 종교로 국가의 혜택을 입고, 어떤 종교는 서양 종교라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 천주교와 개신교는 이미 이 땅에 들어와서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하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지고 있는 종교가 기독교다. 그런데 기독교를 자꾸 서양 종교라며 배제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의미에서의 편견이다.

대한민국은 선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가 다 포함된다. 모든 종교는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시장이 판매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같다. 이런 과정에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종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교는 도태된다. 그러나 이런 선교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말아야 한다. 어디까지가 그 경계인지는 사회적 합의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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