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유머 뛰어났던 로이드 존스, 설교할 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성령의 능력을 믿은 설교가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영국 런던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교회의 담임목사로 거의 평생을 살았던 마틴 로이드 존스(Martyn Lloyd Jones)는 1899년 영국 남웨일즈 카디프에서 태어났다. 그는 당시 왕실 주치의로 일했던 토머스 호더경의 적극적인 지도를 받아 런던 성바돌로매병원에서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의 스승 호더경은 제자들에게 소위 ‘소크라테스식 진단법’을 가르친 의사로 유명했다. 질병과 관련된 모든 사실들을 충분히 수집한 다음 정확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을 동원해 추론하는 매우 논리적인 진단법이었다.

호더경의 탁월한 제자였던 로이드 존스는 1922년 스승의 임상 조교장으로 임명받아 할리가에서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얻었다. 스승의 지원과 선천적인 탁월한 능력으로 전도유망한 내과의사인 로이드 존스는 수많은 환자들을 소크라테스식 진단법으로 철저히 돌보면서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육신을 치료하는 의사로 성실하게 일할수록 사람들이 지닌 질병의 원인이 영적인 데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육신만을 치료해서는 마음 속에 있는 중대한 질병을 온전히 치료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1927년 로이드 존스는 스물일곱살 젊은 나이에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마음 깊이 깨달았다. 그러나 돈벌이가 괜찮은 고급 의사 사역을 그만두고, 수입도 별로 없는 목사의 길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왕립의사였던 호더경의 조교장으로 일하면서 세상에 대한 인간적 매력이 목사의 길을 가려는 데 큰 장애가 됐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목사의 소명을 받은 후 18개월 동안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고, 목회자가 돼야 한다는 하나님의 응답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주위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직을 버리고 목회자의 길을 갔다. 세상의 의술로는 해결할 수 없어 영적인 공허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이라는 처방전을 두 손에 들고 광야로 나선 것이다.

사실 로이드 존스는 의학교육만 성실하게 받았지 정식으로 신학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스물일곱살에 자신의 고향인 웨일즈 포트톨벗 부두에서 가까운 샌드필즈의 한 교회(Bethlehem Forward Movement Mission Church)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그는 무지한 노동자 계층도 사회 엘리트 계층과 마찬가지로 수준높고 논리적인 설교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고 체계적이고 지적인 자신의 설교방법을 고수했다. 당시 교회 밖 사람들은 기독교에 속한 성도들이 논리도 전혀 없고 무모하며 매우 무지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당시 교회에 모여든 사람들이 대부분 배우지 못해 무지하고 매우 감정적인 존재들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세상의 교회를 향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소위 ‘소크라테스식 접근법’을 응용해 조직적·교리적·체계적·지적인 설교를 지속적으로 실행했다. 기독교야말로 매우 수준높은 논리를 지니고 있으며, 세상의 어떤 종교보다 이치에 잘 맞는 체계적인 종교로 인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위와 같은 그의 방법은 그대로 적중해 1929년에 70명이었던 성도 수는 1년만에 128명으로 부흥하게 됐다. 이후 샌드필드에서 12년 동안 목회하면서 그의 지적이고 논리적인 설교를 듣기 위해 주일예배에 참석한 자가 무려 850명으로 늘어나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했다.

1939년에는 영국에서 매우 유명한 웨스트민스터교회에서 캠벨 몰간과 공동 목회를 시작했다. 동시에 IVF의 회장이 되면서 학생들에게 성경의 확실한 교리적 근거를 지적으로 제시해 반지성적이고 요란한 종교라는 오명을 사회 속에서 벗게 했다. 1943년부터는 웨스트민스터교회 공동사역자 캠벨 몰간이 은퇴하면서 홀로 목회했다. 그 교회는 당시 전쟁 때문에 심하게 파손돼 소수의 교인들만 남아 있었다. 그는 담임목사로서 지속적으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수준있는 설교를 했고, 수많은 성도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교회는 주일 아침에 평균 1500명, 주일 밤에는 2천명 넘는 성도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기교있는 설교로 성도들의 마음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직 성경의 본문만을 체계적으로 강해하면 성도들의 피폐한 정신을 성령이 바꾸신다고 믿었다. 평소 그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설교할 때는 농담이나 예화마저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성경 본문만 구절구절 설명했다. 그러한 설교기법은 당시 영국교회 다른 목사들과 차별화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설교를 들으러 주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로이드 존스가 목회하는 교회에 참석하게 했다.

그는 69세가 된 1968년 건강상 이유로 웨스트민스터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했다. 은퇴 이후 1981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까지 그는 책을 쓰거나 작은 교회를 순회하며 후배 목회자들을 격려하는 사역을 했다. 사망하기 전날에는 병원에서의 치료 행위를 모두 중단하고 구독하던 신문도 모두 끊고 가족들에게 “천국에 못 가도록 붙잡지 마라”는 유언과 함께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기독교 교회는 수준 높은 신학 지식을 가르치며 수준 높은 신앙 인격자를 양성하는 곳이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시끄럽고 야단스러운 무모한 곳이라는 조롱을 들을 수 없는 그런 곳이다. 로이드 존스가 수준높게 설교하고 목회한 것처럼 오늘 우리들의 교회도 모든 것을 성령에게 맡기고 수준높은 성령 중심의 교회와 성도를 만들어야 한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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