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절망 딛고 팔려가는 아이들을 구해내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도나버 공동체 창시자 에이미 카마이클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도나버 공동체의 창시자로 알려진 에이미 카마이클(Amy Carmichael)은 1867년 북아일랜드의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7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는 밀리슬이라는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제분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실한 장로교인이었다. 18세가 되던 해에 부친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식구들이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부채를 남겨뒀다. 극성스런 채권자들 때문에 그녀의 가족들은 많은 고생을 했다.

이후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후 벨파스트로 이사갔는데 그곳에서 도시선교 사역에 참여한다. 평신도 복음 사역 기회를 통해 그녀는 영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특히 1888년 영적 생활에 강조점을 두는 사경회로 알려진 케직 운동에 참여했다가 집회의 창시자인 로버트 윌슨을 만나 평생 친구가 된다. 그것이 인연이 돼 에이미는 예수 복음을 증거하는 선교사로서의 소명을 마음 속 깊이 가졌고, “가라”는 하나님 명령에 순종해 케직 사경회가 파송한 첫 선교사가 됐다.

에이미는 1892년 24세의 나이로 ‘마게도냐로의 부름’을 받고, 중국이나 아프리카 선교사로의 꿈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기도해도 선교지에 대한 확신이 없자 다음해인 1893년 ‘문을 두드리라’는 선교 원리 따라서 배를 타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난다. 그녀는 부푼 꿈을 안고 선교에 뛰어들었지만, 문화적 장벽들로 고통받던 중 육신에 병이 들어 15개월만에 잉글랜드로 복귀한다.

이후 에이미는 실론(Ceylon) 지역에 잠시 머무른 후 1895년 영국 성공회 제나나 선교회(CEZMS)에서 파송받아 두번째 선교지인 인도 방갈로르를 향해 떠나게 된다. 그러나 남인도에 도착한지 1년이 채 안돼 도나버(Dohnavur)로 옮겨가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폭력을 동반해 그녀의 사역을 지속적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도나버로 옮긴 에이미는 평생 헌신하고픈 일을 발견했다. 힌두교 사원에 팔려가던 소위 사원 아동들(Temple Children)을 절망의 늪에서 건져내는 것이었다. 당시 사원 아동들 중 창녀로 팔려간 여아들은 신과 결혼한다는 명목으로 힌두교 사원 소속 남자들의 성적 노리개감이 되고 있었다. 이런 힌두교의 은밀한 죄악 가운데 있는 불쌍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그녀는 몸과 마음을 드려 선교사로 헌신하기 시작했다. 힌두교도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방해에도 신실한 선교사 에이미는 갓 개종한 인도 여인의 도움으로 그 끔찍한 범죄의 진상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1906년에는 70명의 아이들이 그녀가 세운 공동체에 들어왔고, 1913년에는 140명의 사원 아이들을 신앙으로 돌봤다. 에이미는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돌보기 위해 기부금을 받아 숲속의 집으로 명명된 수양관, 기도의 집 및 천국 치유소라 불려진 병원 등을 세웠다. 이런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직접 입을 벌리지 않았으며, 오직 기도만으로 사역을 해 나갔다. 천국 치유소인 병원을 세울 때도 사람들에게 부탁하지 않고 그곳 아이들과 함께 기도했는데, 1만파운드가 천사들을 통해 모금돼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병원을 세울 수 있었다.

수십년 동안 수백명의 불쌍한 아이들이 구출됐고, 도나버 공동체에서 건강하게 양육받았다. 그녀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도나버 공동체(Dohnavur Fellowship)를 세우고, 가진 모든 것을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다. 도나버 공동체는 아이들을 위해 영적인 교사와 어머니로 자신을 바칠 사역자들을 원했다. 그러나 하나됨을 강조했음에도 공동체에는 많은 내·외부 갈등이 존재했고, 반복되는 불안과 긴장으로 그녀 자신도 고통을 당해 기대만큼 이상적인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직 연약한 여성들에 의해 조직되고 운영된 주목할 만한 선교단체라 말할 수 있다. 선교사 에이미는 죽기까지 마지막 20년간 병약해져서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도와줄 것을 기도로 호소하며 1951년 도나버 공동체에서 83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그녀는 ‘너희 중에 가장 작은 자를 섬기라’는 하나님 말씀을 이 땅에서 몸소 실천한 하나님의 신실한 도구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고 반대했던 빈민가의 어린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역을 감당했다. 에이미는 오직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하나님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신앙 일념에 불탔다. 비록 하나님의 때가 돼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를 통해 세워진 도나버 공동체는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영향력을 세상 속에 끼치고 있다. 도나버 공동체에 속한 전세계의 어린이 집은 지금도 버림받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양육하며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입으로만 복음을 전하는 자가 아니다. 복음을 들을 대상이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발견하고 이를 사용해 살아있는 예수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 집이 없는 약한 자들에게는 그들이 생활할 수 있는 장소가 복음 선포의 도장이 돼야 하고, 병들어 누워있는 불우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치료할 병원이 복음의 센터가 돼야 한다. 불우한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며 복음을 전했던 도나버 공동체의 복음선포 방법은 오늘도 유용하며, 지속돼야 한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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